지리적 우연, 능력의 허상: 『총, 균, 쇠』

총, 균, 쇠 by 재레드 다이아몬드

by 사회철학에서 묻다

(1) 서론:

서울대학교 필독서로 유명한 “총, 균, 쇠”는 전형적으로 읽기 어려운 책에 속한다. 개념이나 내용이 어렵다기보다는 저자의 집착과 같은 진실로의 탐구가 “총, 균, 쇠”를 어려운 책으로 만들었다. 많은 독자가 이 책에 도전하지만, 방대한 양의 사료와 다양한 접근법과 사례에 압도되어 끝까지 읽은 사람이 없다는 전설의 책이다. 그렇다면 왜 “총, 균, 쇠”는 이러한 접근법을 선택했을까? 이에 대한 대답은 간단하다. “총, 균, 쇠”는 당대에 받아들여지는 통념에서 벗어나는 세상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하기 때문에 방대한 양의 사료와 다양한 사례는 필수적이었다고 생각한다.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고정관념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번뜩이는 재치와 새로운 아이디어도 중요하지만, 반론을 내밀지 못할 만큼 철저히 검증된 사실에 기반한 접근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총, 균, 쇠”는 바로 이런 어려운 선택을 했고 이 책은 퓰리처상을 받고 대작의 반열에 오를 만큼 부분적인 성공을 거두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2) 총, 균, 쇠가 던지는 질문과 해답

“총, 균, 쇠”가 던지는 질문“ 왜 서구 문명이 다른 문명을 압도하는가?”는 간단하면서도 심오하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미국과 유럽의 선진국들이 지배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물론 일본, 중국, 대한민국, 대만 등 아시아 국가의 약진 또한 무시할 수 없지만 대체로 서구의 문명이 세계의 문명을 압도해 끌어 나가고 있다. 우리가 역사의 시계를 조금만 뒤로 돌리면 서구와 다른 지역의 차이는 더욱 명백해 보인다. 서구가 세계를 지배하던 시대에 위의 질문에 대한 대답은 명백했다. 서구인들이 유전적으로 다른 지역의 사람들보다 뛰어나기 때문에 세계를 지배할 수 있는 지능과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이는 러디어드 키플링의 시 “백인의 짐”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그의 시의 주된 내용은 우월한 백인들은 미개한 유색인종을 개화시킬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종주의적 세계관은 서구 지식인의 일부가 우생학(우생학이란 더 좋은 세상을 은 주장하는 심각한 오류에 빠지게 하는 등 큰 문제를 양산했다.


재러드 다이아몬드는 서구 문명이 다른 문명을 압도하는 것은 지리의 혜택을 받은 우연일 뿐, 유전적 우월성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총, 균, 쇠”에서 주장한다. 그는 자기 질문에 대한 답에 도달하기 위해 스페인 군대가 잉카 제국을 정복한 역사적 사건에 관해 서술한다. 군인의 수는 모자랐지만, 스페인 군대는 신식 총, 규율을 갖춘 군대, 기마대 그리고 그들이 가지고 온 균을 통해서 잉카제국을 점령했다. 재러드 다이아몬드는 스페인 군대와 잉카 제국의 기술적 차이는 지리적 차이에서 비롯되었다고 주장한다.


(3) 농업이 특정 사회에서 시작된 이유

재러드 다이아몬드는 수렵채집사회에서 농업사회에의 전환이 모든 차이의 시작이라고 말한다. 농업사회는 수렵채집사회에서 얻을 수 없었던 잉여 식량의 생산을 가능하게 했고 이는 사회에 프로직업군의 탄생을 유도했다. 이러한 프로직업군은 발명가, 정치인, 법조인, 종교인 등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프로직업군들의 업적은 정복 전쟁, 사회체계의 발전 그리고 지속적인 발명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농업은 특정한 사회에서 발생했는가?


농업사회가 자리 잡기 전, 고대인들은 농업 생활과 수렵채집 생활 사이에서 고민했을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생존에 더욱 유리한 생활방식을 선택하기 나름인데 농업을 선택한 사람들은 농업에 유리한 곡식들이 분포한 지역에 살던 고대인들이었다. 농업에 유리한 곡식은 자화수분하고 생산력이 높은 1년살이 곡식으로 높은 영양가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총 균 쇠”에 따르면, 이러한 곡식은 유럽대륙과 중국 등 특정한 지역에 압도적으로 높은 비율로 분포되어 있었고 이는 그 지역 고대인들이 수렵채집 생활을 버리고 농업을 선택하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한다.


(4) 가축의 중요성

농업사회가 잉여생산물을 통해 프로직업군을 만들었고, 이러한 직업군이 사회의 발전과 조직화한 국가를 만든 것뿐만 아니라 가축의 존재 여부도 서구의 지구지배를 가능케 했다. 위에 스페인군과 잉카군의 싸움 그리고 신대륙에 인디언과의 싸움에서 균은 서구가 적은 수의 군인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싸움을 승리로 이끌 수 있었다. 이러한 균들은 대부분 가축에서 비롯된 균인데, 많은 가축을 사육했던 서구 사회의 군인들은 오랜 세월 균과의 싸움을 통해 면역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러한 균에 새롭게 노출된 신대륙의 원주민들은 균으로 인해 큰 피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왜 서구만 가축이라는 문명을 가지게 된 것일까? 재러드 다이아몬드는 이 또한 우연이라고 말한다. 가축으로 키워질 수 있는 동물은 온순함, 생산성, 공공장소에서 짝짓기의 용이성 등의 특징을 가진 동물이 유럽과 중국 등의 대륙에만 퍼져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서구에서는 가축이란 문명과 그에 따르는 균에 대한 면역체계를 가질 수 있었고 이는 타 대륙의 정복뿐만 아니라 분뇨와 쟁기를 이용해 서구의 농업 문명에 큰 도움을 주었다.


(5) 언어와 발명

언어의 유무와 기술의 발전 또한 서구가 세계를 제패하는데 빠질 수 없는 요인이다. 재러드 다이아몬드는 발명이란 누진적인 활동으로 발명품의 교환과 생각의 교환을 통해서 새로운 발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언어 또한 발명품 중 하나로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서만 언어 발명의 필요성과 방법을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왜 언어를 포함한 발명은 서구에서 더욱 활발하게 일어났는가?


지도를 펴 보면 유럽은 대륙이 동서로 뻗어있지만, 아프리카와 아메리카 대륙은 남북으로 뻗어있다. 남북으로 뻗은 대륙은 경도의 차이로 인해 다른 날씨에 영향을 받았는데 이는 문명의 교류를 매우 힘들게 만들었다. 우리와 다른 식습관 생활양식을 가지면 두려움의 대상이지 교류의 대상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에 유럽은 동서로 뻗어있어 비슷한 날씨의 영향을 받았고 이는 문명 간의 여러 공통점을 만들었고 교류 또한 활발하게 만들었다. 교류가 활발했기에 발명품의 전파도 쉬웠을 뿐만 아니라 타국의 발명품을 깔고 새로운 발명을 이룩할 수 있는 커다란 원동력이 되었다. 따라서, 위대한 발명을 가진 서구의 문명은 지리의 차이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6) 서구와 비슷한 특징을 가진 중국은 왜 뒤처졌는가?

중국은 유럽과 매우 유사한 특징을 가지고 있지만, 유럽과의 결정적인 차이는 다양성의 유무였다. 중국은 유럽보다 훨씬 앞선 문명과 과학 발전을 이룩했지만, 명나라가 중국을 통일한 이래로 과학 발전에 대한 요구를 상실하게 된다. 활발했던 해외 원정도 명 황제의 선박 제조 금지 명령에 의해 중지되었고, 이는 중국의 후진적 후퇴에 이바지했다. 반면에 유럽은 통일되지 않고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유럽 나라들의 지속적인 대립의 장이었다. 이에 따라, 유럽 국가들은 과학기술의 발전에 지속적으로 집착했다. 다윈의 진화론에서 진화되는 생물처럼, 유럽에서 과학의 발전을 채택한 나라들은 살아남고 더 큰 힘을 가질 수 있었다.


(7) 요약

쉽게 요약하자면, 농업사회로의 전환과 가축의 유무 그리고 누진적인 발명들이 서구사회가 세계의 패권국으로 가는 길을 열어주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인종적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아주 우연한 요소 즉 우리가 창조하지도 않았고 변형하지도 못하는 지리의 차이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8) 내 생각

“총, 균, 쇠”는 압도적인 사료와 자료에 먼저 압도되고 그 내용이 깊이에 다시 한번 압도되는 매우 흥미로운 책이다. 하지만 2024년에 “총, 균, 쇠”가 선진국과 후진국 간의 사이를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압도적인 장점을 가지지는 않는다. 지금은 인종주의적 접근법은 많이 사라졌고 오히려 이러한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인종차별주의자로 매도되고 비난받기 일쑤이다. 하지만 “총, 균, 쇠”가 주는 울림은 다른 부분에서 더욱 커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8-1) 능력주의의 문제

대부분의 시장경제를 도입한 민주주의 사회는 능력주의 사상이 지배하고 있다. 능력주의는 민주주의에는 부합하지 않지만, 자본주의에는 부합한다. 민주주의는 과거의 신분제 사회에서 벗어나 모든 사람이 동등한 권리를 누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민주주의가 채택한 자본주의는 결과의 평등을 부정하고 과정의 평등에서 정당성을 찾는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자본주의는 승자와 패자가 없이는 작동하지 않는다. 승자와 패자가 있어야 차별화된 보상이 가능하고 이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이기심을 자극해 사회의 발전을 이룩해 낸다. 평등을 추구하는 민주주의와 차별이 기반이 된 자본주의는 양립할 수 없지만, 우리 사회는 능력주의라는 마법을 통해 두 체제의 양립화를 이룩했다. 차별은 부정적이지만, 사람들이 선택할 수 없는 지위, 성별 혹은 인종이 아니라 스스로 노력해 얻어낸 능력으로서 열매가 나누어진다면 긍정적일 수 있다. 하지만 능력주의 또한 큰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마이클 샌델은 그의 저서 “능력주의의 폐해”에서 능력주의 또한 고정적이면서 차별적일 수 있다고 한다. 능력을 갖춘 것도 운, 그 능력을 피워낼 수 있는 시대 혹은 가정에서 태어난 것도 운이기 때문에 능력주의로 인해 모든 것을 정당화하는 체제를 비판한다. 그뿐만 아니라, 능력주의는 개인이 성취가 개인의 노력에 의한 것이라는 명분을 제공하기 때문에 개인이 가진 것을 과시하고 독점하는데 면죄부를 준다. 오히려, 개인이 부나 성취가 정해진 요소 즉, 인종이나 지위에 의한 것이라고 인식되는 사회에서는 과시보다는 겸손이 우선시되기도 했다. 따라서, 겉으로 보기에는 민주적인 능력주의가 비민주적이고 폭력적일 수 있다.


(8-2) 능력주의와 “총 균 쇠”

능력주의가 보여주는 개인 자기의 능력에 대한 환상은, 서구사회가 자기 인종에 대한 환상과 궤를 같이한다. “총 균 쇠”가 지리적 행운이라는 새로운 접근을 통해서 인종적 환상에 큰 타격을 입힌 것처럼, 우리 사회도 능력주의의 환상에 큰 타격을 입힐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 위에 언급한 것처럼, 100%로 자기의 능력에 따른 획득은 불가능하다. 마이클 샌델은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마이클 조던이 성공한 원인은 그가 공을 튕기고 바스켓에 넣는 스포츠에 열광하는 시대에 살고 있어서라고 말한다. 마이클 조던이 중세에 살았다면? 그의 농구력은 아무 의미가 없고 오직 날카로운 창에 더 쉽게 찔릴 가능성이 크다. 만약 마이클 조던이 농구장이 없는 아프리카에서 태어났다면? 그의 능력은 사장될 뿐이고 아마 다른 아프리카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물 길으러 다니거나 무장 그룹의 멤버로 활동했을 가능성도 있다. 능력주의란, 사람들이 선택할 수 없는 고정적 요소가 우리의 미래를 결정하지 말아야 한다는 운명론적 세상에 대한 반란이지 자기의 능력을 과시하고 그에 대한 소유와 과시를 정당화하는 이념적 토대는 아니다. 능력주의가 과시주의 혹은 이기주의로 빠지는 경향은 거부해야 할 것이다.


능력주의의 또 한 가지 문제는 대학 만능주의다. 민주주의는 다양성을 신봉한다. 민주주의에서 옳은 아이디어란 존재하지 않고 더 많은 아이디어가 더 좋은 결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과정 중심적인 생각이 민주주의의 기본토대다. 이는 “총 균 쇠”가 중국의 초기 문명 발달이 왜 세계 정복으로 이어지지 않았는지를 보여주는 부분과 일맥상통한다. 유럽은 지리적 요소로 인해 유럽 대제국이 형성되지 않았고 이는 각 국가가 끊임없는 과학과 새로운 체제에 대한 갈구로 이어졌다. 반면에, 중국은 대명 제국 이래로 새로운 선박의 건조를 막았을 뿐만 아니라 지배계층이 과학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린 순간 과학에 대한 열망에 찬물을 끼얹었다. 다양성의 유럽이 통일된 관념을 가진 중국을 뛰어넘은 것이다. 능력주의가 우리 사회에 끼치는 문제 또한 마찬가지다. 주위를 둘러보면 “명문 대학 졸업생 = 능력자”라는 수학적 관념을 가진 사람들이 허다하다. 정치인들은 유명 대학을 졸업한것이 강력한 장점으로 작용하고 대통령 내각은 유명 대학의 졸업생들로 수두룩하다. 하지만 민주주의의 정치란 무엇인가?? 민주주의는 다양성을 기반으로 여러 목소리를 들었을 때, 발전할 수 있다고 믿는 살아있는 정치 유기체다. 하지만, 대학 만능주의로 대학 졸업장을 따지 못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지금의 사회는 민주주의 다양성은 고사하고 경직성을 찬양하는 멸망하는 대명제국의 뒤를 따르는 것 같다. 따라서, 능력주의의 장점은 계승하고 문제점을 인식하고 개선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때 “총 균 쇠”가 우리 문명에 큰 울림과 함께 번영의 새로운 기회를 준 것처럼 우리 또한 우리 문명에 큰 선물을 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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