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이 집값을 만든다

서울 부동산을 둘러싼 세 가지 시선

by 사회철학에서 묻다

“내 집 마련”은 대한민국 국민의 가장 큰 소원 중 하나입니다. 안정된 삶을 영위하기 위해, 집은 단순한 자산이 아니라 삶의 기반이 됩니다. 집이 없다면 치솟는 전·월세 부담 속에 집주인의 연락에도 눈치를 보게 되고, 부동산 투자에 나서지 않은 자신을 ‘손해 본 사람’처럼 느끼기도 합니다.


이처럼 주거 문제는 개인의 삶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며, 대선 때마다 부동산 정책은 핵심 이슈로 떠오릅니다. 이번 주 ‘똑똑 상식’에서는 집값 상승의 원인과 정책적 접근 방식을 중심으로 ‘부동산 이해하기’를 준비했습니다.


1. 집값 상승의 원인: 수요와 공급의 관점

영국의 주간지 The Economist는 세계 집값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본격적으로 상승했다고 분석합니다. 상승 원인으로는 다음 세 가지가 지적됩니다.


첫째, 각국 정부는 전쟁 이후 '내 집 마련'을 장려했고, 이에 따라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시장이 급속히 발전했습니다. Jordà, Taylor, Schularick에 따르면 1940~2000년 사이 모기지 규모는 2배 이상 증가했고, 이는 주택 수요 증가와 함께 집값 상승으로 이어졌습니다.


둘째, 도시화 속도에 비해 교통 인프라가 따라가지 못하면서, 시민들이 직장 인근 주택을 선호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동종 산업이 특정 지역에 집중되며(예: 실리콘밸리, 여의도), 이 지역의 집값이 상승했습니다.


셋째, 정부는 내 집 마련을 장려하면서도 그린벨트 등 토지 규제를 강화했습니다. 이는 공급 제약을 가져와 집값 상승 요인이 되었습니다.


이 같은 분석은 결국 **“집값은 수요와 공급의 문제이며, 공급 확대가 해법이다”**라는 입장으로 이어집니다. 물가 상승률보다 집값이 더 오르고 있다면, 이는 주택 공급이 부족하다는 의미이며, 공급을 늘리면 가격은 안정될 수 있다는 주장입니다.


1-a. 그러나, 심리와 기대가 반영된 자산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공급 중심적 접근이 문제를 지나치게 단순화한다고 비판합니다. 실제로 영국의 연구에 따르면, 주택 수가 1% 증가하면 집값은 평균 2%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현실에서는 항상 그런 결과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사람들이 주택을 '투자 자산'으로 인식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집을 사면 월세를 내지 않아도 되고, 현재는 모기지 이자율이 낮아 오히려 월세보다 유리한 경우도 많습니다. 또한 집값은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 이상으로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강하게 작용하면서, 집은 ‘사는 것’이 아닌 ‘투자하는 것’이 되어버렸습니다.


2. 서울 집값,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서울 집값 상승의 정확한 원인을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각 정당의 대선 공약을 보면 그들이 집값 문제를 어떻게 진단하는지 가늠할 수 있습니다. 주요 해석은 다음 세 가지입니다.


2-a. 주택을 ‘투자 자산’으로 보는 인식이 문제다

<관련 정책: 보유세 인상, 대출 규제 강화, 재건축/재개발 규제 강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가. 보유세 인상: 주택 보유에 따른 비용을 높이면, 다주택 보유에 대한 인센티브가 줄어들고, 투자수요가 감소하여 가격이 안정될 수 있습니다.


나. 대출 규제 강화: 적은 자기 자본으로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게 만든 기존 모기지 제도는 투기를 조장합니다. 대출 기준을 강화하면 무분별한 투자와 가계부채 위험도 줄일 수 있습니다.


다. 재건축/재개발 규제 강화: 새 아파트에 대한 기대감이 주변 노후 아파트의 가격을 끌어올리는 ‘갭 메우기’ 현상이 있습니다. 이 기대를 낮추면, 전반적인 가격 상승도 억제할 수 있습니다.


2-b.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것이 문제다.

<관련 정책: 대출 규제 완화, 재건축/재개발 활성화, 초과이익환수제 폐지>


가. 대출 규제 완화: 인플레이션 시대에 자산 보유는 중산층·저소득층에게 방어 수단입니다. 대출을 막으면 그들은 집을 살 기회를 박탈당합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흑백 경제격차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주택 보유 여부'였다고 분석된 바 있습니다.


나.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은마아파트 사례처럼, 재건축은 수천 세대의 공급 확대 효과를 냅니다. 아파트 수요에 맞는 양적 공급이 가능해지고, 더 좋은 품질의 주택도 공급되므로 질적 공급 효과도 동시에 발생합니다.


2-c. 세입자의 불안이 ‘내 집 마련’ 수요를 부추긴다

<관련 정책: 전월세 상한제, 임대기간 보장>

세입자의 미래 불안은 무리한 대출을 감수하고서라도 주택을 구입하게 만듭니다. 따라서 세입자의 권리를 보호하면 집에 대한 과잉 수요가 줄어들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스위스는 최장 20년까지 임대 가능하며, 임대료는 물가나 이자율 이상으로 올릴 수 없습니다. 자가 소유율은 38%에 불과하며, 집값은 1970년 대비 70% 상승에 그쳤습니다. 독일 역시 유사한 세입자 보호 정책을 시행 중이며, 자가 소유율은 50% 수준이고 집값도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 맺으며: ‘내 집 마련’은 단순한 욕망이 아니다

결국 주거는 삶의 조건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입니다. 집값 문제는 단지 경제적 수치로만 설명할 수 없으며, 주택을 어떻게 정의하고, 어떤 철학 아래 정책을 펼치느냐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번 대선에서 제시된 정책들을 보면, 우리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야 할 것입니다.

“정부는 누구를 위한 주거 안정을 지향하고 있는가?”

“시장을 조정할 것인가, 시장을 믿을 것인가?”

“거주와 투자의 균형은 어디에 있는가?”


서울의 집값은, 결국 이 질문들에 대한 답변 위에서 형성될 것입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공리주의의 시대, 자본주의는 어디로 가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