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의 종말인가?
멕시코 역사상 첫 여성 대통령인 클라우디아 셰인바움은 2024년 대선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고 취임했다. 그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격적인 무역정책에 능숙하게 대응했고, 정보력과 수사력을 강화한 그녀의 안보정책은 멕시코를 더욱 안전한 나라로 만들었다. 이러한 성과는 그녀가 높은 지지율을 누리게 만들었다. 그녀는 안정과 개혁을 약속하며 등장했지만, 지금은 민주주의의 가장 근본적인 축을 뒤흔들고 있다.
판사를 임명직에서 선출직으로 바꾸는 셰인바움의 사법개혁은, 그녀가 이룬 모든 진보를 무너뜨릴 위험이 있다. 개혁안이 시행되면, 하급 법원 판사부터 대법원과 선거재판소 판사까지 모두 국민투표로 뽑히게 된다. 기존의 시험, 지명, 임명 제도는 모두 폐지된다. 미국을 포함한 극히 일부 민주주의 국가에서만 판사를 선거로 선출하는데, 이는 다 이유가 있다.
판사를 선거로 선출했을 때, 어떤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까?
첫째) 민주주의의 기반인 권력견제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사법부는 권력을 나누는 마지막 보루다. 그마저 선거로 정치화되면, 민주주의는 집권당의 장식품이 된다. 정치인들은 선거로 선출되기에, 인기 있는 정책을 만든다. 그 정책이 소수자 혹은 특정 국민의 인권에 피해를 준다고 하더라도 선거에서 표를 원하는 정치인들은 강행할 수 있다. 이들을 견제하고 소수자를 보호할 수 있는 국가기관은 사법부다. 사법부는 선출이 아니라 임명되기 때문에, 법적 지식에 근거해서 정치인들이 만든 법을 무효화할 수 있다. 하지만, 판사가 선거로 선출된다면 선출된 판사들의 의견은 집권당의 의견과 동일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집권당의 횡포를 막을 수 있는 사법부는 없게 된다.
둘째) 이처럼 사법부가 정치화되면, 시민들은 그들의 결정을 신뢰할 수 없게 된다. 사람들이 법을 신뢰하고 따르는 것은, 판사들이 법적지식에 근거해서 결정을 내린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기에 영합한 판사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신념에 따라 결정을 내리게 되면, 판결에 승복할 수 없다. 민주주의의 근간은 법치주의이고, 시민들은 법치주의에 신뢰해야 한다. 만약, 시민들이 법을 신뢰하지 못한다면 법치주의는 제대로 성립할 수 없다.
특히 클라우디아 셰인바움의 정책은 멕시코에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첫째) 멕시코는 악명 높은 마약 카르텔들과 싸우고 있다. 셰인바움은 정보력과 수사력을 강화해 멕시코 갱들과의 싸움에서 승리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판사가 선출된다면 이들은 멕시코 갱들의 영향력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판사들이 본질적으로 악이라는 말이 아니다. 판사 선거는 공짜가 아니다. 다른 선거처럼 돈이 든다. 선거에서 이기고자 하는 판사는 선거자금은 멕시코 갱으로부터 융통할 가능성이 있다. 뿐만 아니라, 카르텔은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인물을 판사선거에 보내 당선되게 할 수 있다. 이처럼 갱단은 판사를 위협할 수도 있고, 자금을 지원할 수도 있으며, 심지어 후보를 내세울 수도 있다. 이 모든 수단이 판사 선거제 안에 열려 있다. 이는 셰인바움이 쌓아 올린 성과를 한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다.
둘째) 멕시코의 번영에도 걸림돌이 된다. 법치주의는 기업가들이 안심하고 기업활동을 할 수 있게 한다. 정부가 국민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특정 사업을 국유화하려는 시도를 법이 막아줄 수 있다. 특히 멕시코는 과거 1938년 석유산업, 1960년 전기산업을 국유화한 전례가 있다. 이런 역사적 사실들은 셰인바움의 사법개혁 아래서는 마음 놓고 기업활동을 할 수 없게 만든다. 멕시코가 트럼프와의 관세전쟁에서 제대로 대처했다고 하더라도 법적인 불안은 기업들의 기업활동을 위축하게 만들어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일각에서는 사법부의 정치화가 미국 캐나다와 자유무역 협정에 위반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는 시시때때로 트집을 잡고 이득을 보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먹이가 될 수 있다.
셰인 바움은 이미 법안 시행을 밀어붙였고 철회할 의도가 없어 보인다. 그녀의 결정이 멕시코의 미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보는 것은 흥미롭다. 하지만, 슬프게도 그녀의 의도와 관계없이 멕시코의 미래에 어두운 장막이 드리우기 시작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어 보인다.
대한민국 역시 곧 대선을 치른다. 각 후보는 다양한 공약을 제시하지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은 하나다. 권력은 집중될수록 부패한다는 것. 멕시코의 사례는 우리에게 말해준다. 선의를 가지고 시작된 개혁이라도, 그 끝은 민주주의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권력을 분산시키고, 견제 장치를 지키려는 후보가 누구인지 우리는 날카롭게 따져봐야 한다.
참고기사: https://www.economist.com/leaders/2025/05/15/mexicos-government-is-throttling-the-rule-of-la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