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에서는 조금 부지런해질 필요가 있다.
교토를 가기 전 날 일에 치여 늦은 시간까지 야근을 해야 했다. 심지어 공항으로 가는 버스는 광화문 시위로 막혀서 도착 예정시간보다 한 시간을 늦었다. 늘 아슬아슬하게 간 적은 많았지만 비행기를 놓쳐본 경험은 없는지라, 초조하게 애를 태우며 공항으로 달려갔다.
그나마 다행히 연착된 스케줄 덕에 겨우 겨우 교토행 비행기를 탈 수 있었지만 유쾌하지 못한 여행의 시작이었다. 게다가 생각보다 안 좋은 위치의 숙소에 투덜투덜 대며 체크인을 하고 방으로 들어가 환기를 위해 창문을 열었다.
아, 여행이 시작되었구나!
일본스러운 아주 작은 방의 숙소는 나를 반겨주고 있었다. 그래, 여행의 묘미는 바로 현실을 내려놓는 것 아닌가? 갑자기 팍팍한 현실에서 해방된 느낌이 들었다. 짐도 현실도 내려놓고 편안한 복장으로 갈아입은 뒤 저녁 산책을 하기 위해 나섰다.
불쾌지수 높던 마음이 사르르 녹으며 급 심장이 두근두근!
시간과 공간을 비껴가는 여행
다음날 아침, 게으름을 타고나 10시 출근도 겨우 하는 내가 숙소에서 7시쯤 나와서 유명한 관광지로 향했다. 아침마다 일찍 나가는 나를 본 호텔 직원의 의아한 눈빛이 느껴졌다.
'쟤는 뭐지?'
이른 아침 유명한 관광지를 가면 타임슬립으로 옛 교토로 돌아간듯한 느낌이 들 정도의 한적함이 느껴진다. (정말 사람이 1도 없다 ㅋㅋㅋ) 교토 메인 스폿들의 어마 무시한 관광객들을 피하기 위한 나만의 방법이다. 걷다 보면 나처럼 일찍 나와서 감성을 느끼는 사람이 한두 명 보이기 시작한다. 상점들이 오픈하고 아무 곳이나 들어가 셀프 조식까지 챙긴다면 완벽한 일정이 되는 것이다.
하루키의 교토 러닝, 그리고 이름도 거창한 철학의 길 걷기.
교토 6월 날씨가 너무 좋아서 마음이 붕붕 뜨기 시작했다. 현실의 고민, 걱정이 모두 해독될 것 같은 따스한 날씨였다. 그리고 도착한 이름도 거창한 철학의 길. 철학의 길은 사실 별거 없는데 이상하게 걷다 보면 힐링되는 느낌이다. 중간중간 만나게 되는 고양이들도 귀엽고 반대편에서 마주하는 여행자들도 반갑다. 그리고 목이 마를 때쯤 등장하는 카페나 골목 안쪽에 있는 오니기리 집까지!
예전부터 하루키의 소설보다는 에세이나 인터뷰를 더 좋아하곤 했는데, 언젠가 하루키가 달렸다는 카모가와 강 이야기를 듣고, 교토를 다시 가면 꼭 달려봐야지 다짐했다. 주먹을 불끈! 굳은 다짐으로 카모가와 강에서 하루키의 러닝을 상상하며 맥주 한 잔을.. 하고야 말았다. 다음에 교토를 간다면 다시 한번 카모가와 강 러닝을 도전하는 것으로! 이렇게 교토를 또 갈 수밖에 없는 여행지가 되었다.
(뒷골목 이야기)
작은 서점을 가서 일본어를 모른다고 실망하지 않기! 일본 서점을 잘 보면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아주 작은 공간이 있다. 그 책방의 감각으로 큐레이션 한 음악 감상을 하다가 CD 구매를 덜컥하게 되니 조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