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에서 바르셀로나까지
바르셀로나의 마지막 날. 오늘 저녁 비행기로 서울로 돌아가는 일정이다. 여행의 아쉬움과 일상에 대한 그리움 가득한 마음. 그리고 조금씩 바닥난 체력까지 하하.
카탈루냐 음악당 공연을 혹시나 볼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아침 일찍 음악당으로 향했다. 점심 공연은 SOLD OUT이었고, 가이드 투어가 있다고 한다! 5분 뒤 시작이라 급하게 티켓을 사고 가이트 투어를 기다렸다. 까탈루냐 음악당은 공연장이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압도적인 공간이었다. 가우디는 신의 영역이라 말할 것도 없지만, 산파우병원과 까탈루냐음악당을 건축한 도메네크도 만만치 않은 건축가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감동가득한 음악당을 나와 라발 지구에 있는 MACBA 현대미술관을 들르기로 했다. 아기자기한 라발 지구 분위기를 즐기며 미술관까지 걸어갔다. 미술관 앞에 큰 공터가 있었는데 그곳에 힙한 보더들이 보드 연습 중이었다. '힙'함에 알레르기가 있는 나는 뻘쭘한 걸음으로 그들을 지나쳐 하얀색 미술관으로 들어갔다. 뮤지엄 로비에는 햇볕이 쫙! 하고 드리워져 있었다. 리차드 마이어 건축답게 흰색 그 자체의 건물이었다. 귀찮은 짐들을 라커에 던져두고 바르셀로나의 마지막 일정을 즐겨야지.
전시관에는 비틀즈와 여러 밴드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아마도 히피 문화에 대한 전시였던 것 같다. 존레논과 오노요코의 잡지 컷들이나 벨벳언더그라운드의 노래가 흘러나왔다. 사실 마지막 일정이라 분주한 마음으로 관람할 수 밖에 없었다.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거친 지역과 힙한 보더들이 진을 치고 있는 곳에 잘 어울리지 않는 차갑고 모던한 건물이 떡하니 자리하고 있었다. 라발지구와 이 공간은 도저히 닮은 점을 찾으래야 찾을 수 없었다. 이 곳의 기획전시보다도 이 미술관의 진짜 전시는 건물 앞에 보더들과 창으로 들어오는 강렬한 햇살인 것만 같았다. 그리고 돌아가는 길에 볼 수 있는 라발 지구의 그래픽들까지!
이제 마지막 일정을 마치고, 공항 갈 준비를 하러 가는 길. 바르셀로나부터 시작해서 다시 바르셀로나까지, 벅차오르던 순간도 따뜻하기도 가끔은 외롭기도 했던 홀로 여행이 마무리되어 간다. 꼭! 이번 여행을 통해 무언가 결과물을 내어 보겠다는 당찬 의지를 과연 지킬 수 있을지 의문인 상태. 마지막 식사에서 주문했던 비싼 샹그리아를 반이상 남겼는데 서울로 돌아가면 미친 듯이 생각이 날 것만 같다.
고딕지구의 어느 골목에서 득템한 여름 신발.
여름에도 이 신발 신고 여행을 떠날 수 있기를 바라며. 아디오스, 바르셀로나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