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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직한캐치업 Sep 09. 2016

여행이면 되는걸까?

#1. 다짐

즐겨하는 SNS엔 여행 사진이 차고 넘친다. 모두 어쩜 그리 감성 사진들을 많이 찍고, 또 잘 찍는지 가뜩이나 일상을 훌훌 벗어나고 싶은, 충분히 사회 생활에 찌든 직장인이라고 스스로 생각하는 나는 그 #감성사진 혹은 #해외여행 사진들을 보며 대리만족하기도 하고, 부러움을 잔뜩 사기도 했다.


멀리 떠나고 싶었다. 

근무 특성상 매달 새로운 근무 스케쥴이 나오는데, 근무 패턴은 보통 3~4일을 일하고 2일 정도 쉬게 된다. 운이 좋으면 5일을 연달아 쉴 수도 있다. (보통 1년에 1번정도 있는 일이며, 대개는 월말에 다음달 근무표를 받아야 나도 모르는 휴가가 생겼다는걸 알게 된다. 마냥 좋기보다 놀라울 정도로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휴무인데, 어쨌든 근무표에 '휴일'이라는 글자가 5개가 연달아 있다면 국외 여행을 꿈 꿀수 있는 기회임은 분명하다.)

인력이 많고 체계가 잘 잡힌 회사일수록 기분 좋은 휴일은 많아진다. 그래서 우리 회사보다 규모가 큰 회사로 들어간 대학 동기들은 세계 여러 나라를 참 잘도 다니는 것 같았다. 비교적 많은 월급과 운 좋으면 생기는 연속 휴가, 같이 여행을 떠나줄 수 있는 가족 혹은 연인 혹은 회사 동기들. 3박자가 잘 맞아떨어져, 가까운 일본부터 먼 유럽까지 잘도 다니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더욱 꿈을 키웠던 것 같다. 나도 그들처럼 떠나겠다고.


해외 여행 특히, 유럽 여행은 어릴적부터 갖고 있던 로망이었다.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유럽이 가지고 있는 '낭만적인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다는 게 전부다. 왠지 그 곳에 가면, 나도 베르사유의 장미 속 여주인공이 될 것만 같고, 빡빡한 일상을 벗어나서 노천 까페에 앉아 브런치를 먹는 우아한 여자가 될 것 같았다.


나이는 먹어가는데, 어쩜 이 상상은 늙지도 않았다. 냉장실에 보관해놓은 마냥 한결 같았다. 연차가 쌓이고 사회 생활에 지쳐갈수록 떠나고 싶은 마음은 커져가는데, 어느 나라를 다녀왔다며 여행기를 풀어놓는 주변인은 점점 늘어갔다. 나에겐 그들이 엄친아였다. 지인들 뿐 아니다. SNS는 나에게 수 많은 엄친아들을 만나게 해주었다. 그들도 힘들게 짬을 내어 다녀왔을 것인데, 수 백장의 사진을 하루하루 올리는 것 뿐일텐데, 예쁜 #풍경 혹은 #감성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알지도 모르는 이를 부러워하기도, 시기하게 만들기도 했다.


유럽 여행을 다녀오자는 건 나 혼자만의 기싸움이 되어갔다.


결심을 했다. 

겁나 멋있는 여성이 되기로 했다. 나와 맞지 않는 회사를 그만두고 집착이 되어가는 오랜 꿈을 실현하기로 했다.


멋있는 척 한거다.

사직을 결정하기까지 1년 이상 고민했고, 이직에 대해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는지 몇 달을 더 고민했고, 이 여행을 다녀온 후에 아무 것도 없는 내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는지 고민했다. 그러면서도 누군가를 만나면 단호하게, 속 시원하다는 듯 말했다. 


'여기 떠날거야. 유럽 여행갈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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