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솔직한캐치업 Jul 23. 2024

엄마는 오늘도 돈 버는 중

월 수입 0원, 간사한 나의 꿈

남편이 스타트업을 시작한 지 2년이 되었다.


남편이 스타트업을 시작하겠다고 했을 때 기대는 없었다.

그리고 그 기대대로 2년째 매출은 내리막길이다.


나는 2년 전 둘째 임신과 함께 육아 휴직을 바로 시작했고, 휴직이 끝남과 동시에 퇴사했다.

회사와 좋지 않은 일로 엮이며 급하게 휴직 해야 했고 복직할 수도 없었다.


나라에서 받던 영아 수당, 아동 수당, 육아 휴직 수당으로 생활비를 버티던 것도 둘째가 돌이 되고, 어린이 집에 입소하면서 수당마저 모두 끝이 났다.


이렇게

월 수입이 0이 되었다.


수입이 0이 되도록 아무것도 안하고 있었던 것은

당연히

아니다.


결혼 전부터 재테크를 공부했던 나는

둘째 육아 휴직을 시작함과 동시에

디지털 노마드를 꿈꾸며 이것 저것을 배웠다.


지금 생각하면

그 당시에는 그래도 들어오는 돈이 있으니 안일했다.


배우는 행위 자체에 만족하고, 안도하고 있었던 것이다.


가계 지출 관리도 자신 있었기에

적은 생활비로 사는 것이 어렵지 않았던 것도 한 몫 했다.


N잡러, 디지털 노마드를 바라며 배우고

적은 생활비로도 잘 버틸 수 있었지만

곧 수입도, 수당도 없다는 현실은 굉장한 불안감으로 다가왔다.



그 때부터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방황하기 시작했다.




돈을 많이 벌고 싶어서 책을 읽었는데

좋아하는 일을 찾으라고 했다.

나를 잘 알아야 한다고 했다.


좋아하는 일이 떠오르지 않았다.

잘하는 일도 떠오르지 않았다.


내가 생각하는 나의 장점이 진짜가 맞는지 의문스러웠다.


단점은 떠오르는데

장점은

...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돈도 버는 그런 이상적인 삶을 꿈꿔버린 이상, 나를 찾아야만 했다.



둘째가 8개월쯤이었다.

큰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둘째를 어르고 달래다 보면

저녁 9시쯤 남편이 퇴근해왔다.


남편 덕에 한숨 돌리고

애들까지 모두 재우면 밤 11시.


집안은 고요하고

나는 나의 세계로 들어갔다.


첫째를 낳았던 21년부터 스타트업 F에서 일과 투자를 배웠다.

F 스타트업의 준비 단계에서부터 일을 배우고 런칭도 함께했다.



밤 11시가 되면 투자 공부의 세계로 들어갔다.


간절했다.

6개월 뒤면 아무 소득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내가 제일 재밌는 것은 재테크임은 확실했다.

그래서 더욱 간절하게 임했다.



그리고 지금

F 스타트업의 사업이 두 달 전쯤 중단되었다.

경기 불황으로 투자 유치를 더 이상 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분명 나는 부단히 노력했으나

월 소득을 대체할 무엇도 찾지 못했다.





우리 사정을 너무 잘 알고 있는 시댁에서는

작년부터 합가해서 육아를 당신들께 맡기면

너희 둘이 마음 놓고 일을 할 수 있으니 돈 모으러 들어오라고 하셨다.


맞는 말씀이다.


하물며 동네 가게에서 알바라도 구하면 된다.

4시간짜리 알바라도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얼마나 소중한 수익일까?


그런데 참 사람이 간사하다.

기왕 이렇게 된 거, 끝을 보고 싶었다.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을 찾아 보겠다는데,


내가 나를 위해 시간을 쓰겠다는데,


두 아이 낳고 처음으로 온전히 '낮에' 내 시간을 가지게 되었는데

이렇게 쉽게 일터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내가 정한 마감 기한은 내년 2월.

이사를 가더라도 아이들 어린이집 신학기가 시작하기 전에 가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기간 전까지

나는 이 시간,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가 있는 이 낮 시간에 내가 바라보기만 했던 것을 해보리라.


수익이라는 성과가 없더라도

후회도 없을 것이다.


'직장'이라는 공간과 시간에 얽매이지 않게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볼테니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가치를 같이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