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쓸쓸한 하루다.
지난 30년간 그 하루는
나조차도 특별히 여기지 않았었다.
학교다닐 때
친구들은 으레 생일파티에 초대하곤 했지만,
나는 가족들과 단촐한 케익상을 갖는 것이
전부였고, 또 그만하면 충분하였다.
그 때문인지,
생일이라는 날이 되어도 바라는 것은 없었다.
생일이라는 이유로 받는
친구들의 안부 인사,
저녁 약속
오랜만에 보는 얼굴
생일이란 하루가 좋은 날이라고 느끼는 이유는
그 뿐이었다.
그리고 그 하루는
부모님께 감사인사를 정중히 드리곤 했다.
내가 이렇게나 무탈히 지낼 수 있는 이유니까.
그래서 조금 슬프다.
가족들과 떨어져 보내는 첫 생일.
생일 아침이면 엄마를 꼭 끌어안곤 했는데
아침부터 온 엄마 목소리가 들리는 듯한 메세지에
유독 가을같은 하루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