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분노 조절 관찰 카메라

아이에게 화내는 나를 낱낱이 기록하기

by DK

착안 배경


요즘 TV에는 출연자의 일상을 관찰하는 프로그램이 많다. 특히, 육아, 부부 생활 프로그램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카메라에 담긴 출연자의 행동은 시청자에게 그대로 전달된다.

이런 프로그램을 보면 '저기에 출연하면 얼마나 부담스러울까?'라는 생각이 든다. 일거수일투족이 다 기록으로 남아버리니 말이다. 그런데, 이런 장치는 감정적인 행동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 아이디어를 부모의 분노 조절에 적용해 보려 한다. 아이에게 화가 날 때 스스로를 제어할 수 있는 작은 장치를 제안한다.



분노의 온도계


아이를 키울 때, 가장 문제가 되는 감정은 '화'다. 화의 조절을 위해 분노 표현의 단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분노는 표현 강도에 따라 0~10단계로 나눌 수 있다. 나는 이를 '분노의 온도계'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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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단계: 분노를 느끼지 않음

1단계: 신체 변화를 감지함(빠른 심장 박동, 가슴의 끓는 느낌 등)

2단계: 속으로 탄식, 욕을 하거나 주먹을 꽉 쥠

3단계: 차분한 말투지만 자기변호나 반박이 많아짐

4단계: 말이 많아지고 빨라짐

5단계: 몸짓이 커지고, 어조가 격앙됨

-----------분노 표현의 허용선--------------

6단계: 상대를 비하하거나 저주, 모욕, 위협함

7단계: 고함을 치고 심한 욕설을 함

8단계: 주먹이나 물건으로 위협하거나 기물을 파손함

9단계: 상대에게 물건을 던지거나 신체적으로 가격함

10단계: 폭력이 통제되지 않고 상대에게 심각한 손상을 입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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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화를 내더라도 5단계까지만 허용된다는 기준을 제시한다. 그 이유는 뭘까?

TV 토론 프로그램을 떠올려 보자. 토론 중에 답답하고 화도 날 수 있지만, 패널은 대부분 5단계를 넘지 않는다. 6단계 이상으로 화를 내는 사람은 방송은 물론 공적인 영역에서의 활동이 어려울 것이다. 공적인 장면에서 허용되는 분노 표현의 최대치가 5단계다.


아이도 하나의 인격체다. 아이 앞에서의 분노 상한선도 5단계가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6단계, 예를 들어 아이에게 "이럴 거면 굶어!" "집에서 내쫓을 거야!" "너 바보냐?" "부모 속 썩이려고 태어났어"라는 식으로 말하는 건 적절치 않다. 하지만, 마음만으로 이를 지키기란 어렵다. 그래서 '분노 조절 관찰 카메라'가 필요하다.



분노 일지와 분노 차트


집안 곳곳에 카메라를 달 필요는 없다. 대신 좀 더 간단한 방법을 제안한다.


아이에게 화를 낸 순간, 자신의 분노 표현 단계를 기록한다. 휴대폰 메모, 수첩, 포스트잇, 바로 적을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좋다. 적기 어려우면 기억이라도 해둔다. 이렇게 하면 잠깐 주의를 전환시켜 화를 누그러뜨리는 효과를 줄 수 있다.

하루를 마칠 때, 다이어리나 달력, 혹은 구글 캘린더에 그날 하루동안 자신이 화를 냈던 강도를 적는다. 하루에 여러 번 화를 냈다면 그중 가장 높은 분노 표출 강도를 기록한다. 이를 '분노 일지'라고 한다.


여력이 되면, 분노 일지에 기록된 수치들로 차트를 만든다. 이는 '분노 차트'다. 이렇게 하면 주식 차트로 가격 변동을 확인하듯 자신의 감정 변화를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렇게 해서 분노가 5단계를 넘지 않도록 관리하고, 가능하면 매일 조금씩 줄여가려고 시도한다. 예를 들어, 어느 날 6단계로 화를 냈다면, 다음날에는 5단계를 넘기지 않는다는 목표를 세우고 실천한다. 기록하는 일을 제삼자, 특히 배우자에게 부탁해도 좋다. 이렇게 하면 보다 객관적으로 기록할 수 있다.


화내도 지나가면 그만이라는 생각은 화내는 걸 쉽게 생각하게 만든다. 하지만, 화가 어딘가에 기록되고 있음을 염두에 두면 함부로 화내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부모의 화는 아이의 마음에 기록된다. 어쩌면 아이 자체가 부모의 '분노 조절 관찰 카메라'일지 모른다. 나는 그 카메라에 부모의 좋은 모습, 부모와의 좋은 기억을 더 많이 담아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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