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글이 가진 힘

브런치를 시작한 이유

by ndokim

글은 갈 수록 짧아지고, 그마저도 사진과 영상으로 대체됩니다. 긴 글이 가진 힘은 갈수록 약해지고, 선명하고 강한 색감의 사진과 영상만 살아남는 것 같습니다. 인터넷에는 유투브와 틱톡, 인스타그램 등 영상물이 넘쳐납니다. 이제는 10-20분짜리 유투브 영상을 보는 사람도 없어졌습니다. 쇼츠, 릴스, 틱톡 등 1분 이내의 영상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2시간짜리 영화나, 20부작 드라마를 다 보는 사람도 많이 줄었습니다. 유투브에는 30-40분짜리 요약영상이 해설과 함께 나오니, 각종 서사를 다 파악할 필요도 없습니다. 영상제작자가 인과관계나 인물관계도를 모두 파악하여 한 눈에 들어오도록 보여주고, 아주 중요한 장면들만 편집해서 나열해주니 마치 영화나 드라마를 다 본 것과 같은 인상을 받습니다. 실제로 저는 오징어 게임을 보지 않았습니다. 드라마를 다 보는 대신에 요약본을 본 것이지요.


이런 짧은 글과 그림의 유행은 학계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제 각종 논문에서는 Graphical abstract 와 Audio abstract 등을 싣도록 권합니다. 한번의 눈짓으로 독자들의 관심을 끌거나, 2-3분내에 내용을 전달하도록 요구받고 있습니다.


이런 시대에 왜 갑자기 브런치를 시작했냐고 물으신다면, 저는 아직도 글이 가진 힘을 믿기 때문입니다.



좋은 글은 흡입력이 있습니다. 때때로 책이나 논문, 기사 등을 읽고나면, 머리속에 그림이 그려질 때가 있습니다. 그런 글을 읽고나면 오히려 제가 희열을 느낍니다. '이런 글 한번 써보고 싶다. 나도 누군가의 머리에 내 머릿속에 있는 그림 하나를 이식하듯 글을 써보고 싶다.' 라는 생각이 들때가 많습니다. 누가 Graphical summary 를 보여주거나, 유투브 영상 제작자가 만든 요약영상을 보지 않아도 머릿속에 그림이 하나 남게 됩니다. 그리고 글을 읽으면서 직접 머릿속에 그린 그림은 생각보다 오래갑니다.


저는 그런 글을 한번 써보고 싶습니다. 논문, 에세이, 브런치, 어떤 장르와 주제도 상관없습니다. 그런 글을 하나 써볼 수만 있다면 너무 좋을 것 같습니다. 하루아침에 되지는 않겠지요. 차근차근 한두개의 글을 쓰다보면 언젠가는 될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한두개의 글을 이 곳에 쌓아가려 합니다.


아직은 많은 사람들이 보고있진 않지만 언젠가 제 브런치의 글을 사람들이 많이 보게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여러 형태의 피드백을 받으면서 제 글이 더 좋아지기를 기대합니다. 나중에 제 아이와 여기있는 글을 보며 이야기를 나눌 날을 또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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