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감 낮추기
세상에 나쁜 개는 없고, 금쪽이는 안타깝다
요즘 출산/육아를 대비(?) 하여 오은영 박사님의 금쪽이 이야기들을 자주 보고 있습니다. 아내는 (지금까지는) 금쪽이 이야기에 크게 관심없어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육아를 못한다고 알려진 경상도 남자이고, 거기다가 경상도에서 20년을 살았던 사람이기 때문에, 제 출신 성분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보고 있습니다.
그것을 보면서 가졌던 생각 몇가지를 나누고자 합니다.
먼저, 저는 금쪽이를 보기 이전에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애청자였습니다. 프로그램은 아주 자세하게 강아지를 잘 키울 수 있는 환경과 사육 스킬에 대해서 말해주었습니다. 분리불안을 줄이는 방법, 강아지가 케이지에 잘 들어가도록 하는 방법, 집안을 온통 어지럽히거나 맨날 짖어대는 강아지를 안정시키는 방법, 적절한 케이지의 위치, 강아지 두마리를 키울 때 적절하게 사랑을 나누어 주는 방법 등등, 너무나 훌륭한 스킬들이 소개되었습니다. 강아지를 키워본 적 없고, 앞으로도 키울 일이 없을 저에게, 해당 스킬은 크게 도움이 되지 않았을테지만 저는 그 프로그램이 매우 재미있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아마도 그런 스킬들이 합리적이고, 강아지 사육 경험이 없는 저에게도 아주 직관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일거라 생각합니다.
프로그램의 이런 하위 내러티브 위에는 강아지와 주인간의 중간 내러티브가 있었습니다. 프로그램에 등장한 모든 강아지와 주인은 모두 다른 형태의 관계를 가지고 있고, 심지어 한 주인이 두 강아지를 사육할 경우 그들의 관계 또한 모두 달랐습니다. 흥미로웠던 것은, 문제가 많은 강아지와 주인의 관계일지라도, 주인은 항상 강아지에게 최선의 것을 해주고 싶어했고, 강아지의 이상행동 또한 사실은 주인을 보호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이었다는 것입니다. 강형욱은 그런 내러티즈를 마치 자신이 강아지가 된 것처럼 잘 풀어주었습니다. 강아지에게 잘해주고 싶었던 주인은 자신의 행동이 강아지의 불안감을 높인다는 것을 알고는 눈물을 훔치곤 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프로그램의 상위 내러티브이자 가장 중요한 것은, 주인과 강아지의 불안감 낮추기 라고 생각합니다. 강아지는 주인을 지키고 싶어합니다. 그러기에 자신이 모르는 사람이 들어오면 짖었고, 물기도 하였습니다. 속에서 끓어오르는 에너지를 발산하지 못하여 집안을 어지럽혔습니다. 주인은 강아지의 불안감을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하였습니다. 이 집에 찾아오는 손님은 내 손님이니, 강아지는 편히 쉬어도 좋다고 말해주었습니다. 에너지가 넘치는 강아지에게는 산책을 주기적으로 시켜주었습니다. 불안감이 낮아진 집에는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금쪽이도 어쩌면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모든 부모는 부부 관계도 처음이고, 자식을 키우는 것도 처음입니다. 부모 역할도 처음입니다. 본인도 불안 투성인 상태에서, 자식에게 최선의 것을 다해주고 싶어합니다. 보통 그런 노력은 자식의 불안감을 높이게 됩니다.
부모의 불안감을 낮추기 위해서는 주변을 끊임없이 살펴서 따라하고, 맘카페를 들락날락거려야 합니다. 남들이 하는대로 해야 안심이 되기 때문이겠죠. 본인이 부모에게 받은 좋은 영향, 나쁜 영향을 모두 자식에게 투사합니다. 그럼에도 생각대로 되지 않으면 결국 자식에게 화를 내고, 부부끼리 싸우게 됩니다. 자식은 부모가 자신을 이해해주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더 입을 다물어버립니다. 점점 대화가 없어지는 가정이 됩니다. 부모와 자식 누구도 잘못한 사람은 없습니다. 모두들 나름대로는 상대방에게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다만, 미래를 모르니 두려울 뿐이죠.
금쪽이를 보면서 생각합니다. 부부관계든, 육아든, 예상대로 되지 않더라도 괜찮다. 내 불안을 아내와 자식에게 넘겨주지 않겠다.
불안을 다스릴 수만 있다면 가족 모두가 평안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남편으로서, 아빠로서, 가정에 불안함을 더해주지 않겠노라 이 글을 쓰면서 또 다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