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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드레아 Jul 28. 2016

SNS 공간에서의 다툼

새로운 모색은 가능할까?

  얼마 전 초대장을 하나 받았습니다. SNS 공간에서 인연이 닿아 알게 된 분께서 새로운 SNS 방으로 초대해 주신 것이었습니다. 가입이 승인되자마자 휴대폰에 엄청난 알림이 뜨기 시작했지요. 회원들의 열기가 엄청나게 뜨거운 곳이었습니다. 처음엔 어안이 벙벙하다가 조금씩 눈팅을 하며 방의 분위기를 익혔지요.


  회원들이 사는 곳이 제각각이었습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 일본, 중국, 호주, 베트남 등등 다양했습니다. 포스팅 건수도 많았고 시차가 있어서 그런지 거의 24시간 단체 수다가 이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저도 상당히 외향적이고 적극적인 성격인데 그곳의 회원들도 퍽이나 개방적이고 새로운 만남에 열띤 모습이었습니다.


  좋은 노래와 글 그리고 멋진 풍경의 사진들이 수시로 업데이트되어 올라오고 댓글도 재깍재깍 풍성히 달렸습니다. 나이대는 60~80년대 초까지 다양합니다. 포스팅하는 솜씨들이 세련되고 메인 글이나 댓글에서도 친절하고 활기찬 모습들이 보기 좋더군요.


  그러다가 회원 전체가 단체로 채팅을 할 수 있는 창에서 사달이 났습니다.


  누가 잘 했고 누가 못 했다는 걸 이야기하고자 하는 게 아니라 자세한 정황은 묘사하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 간단히 말해서 어떤 회원과 다른 회원 간의 갈등이 생긴 겁니다. 막말이 오가는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조금 감정적인 표현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SNS 모임의 리더로부터 더 이상의 감정적인 대화를 자제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죠.


  그때까지 그 공간에서 그런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분위기가 좀 술렁술렁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당사자들은 채팅창에서 사라졌습니다. 다른 개인적인 사정이 있었던 건지 아니면 그 사건으로 인해 다시 이야기할 마음의 상태가 아니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었죠. 아마도 대부분의 회원들이 이 일을 안타깝게 생각했을 겁니다. 시간이 조금 흐르자 몇몇 분들이 아쉬운 마음을 달래고 분위기를 반전하고자 진심 어린 글을 올려 주시기 시작했습니다.


  그 가운데 저보다 연배가 위이신 한 형님께서 공감 가는 좋은 말씀을 글로 올려 주셨어요. 제 글이 아니고 조금 민감할 수 있는 상황이라 그분의 글을 그대로 다 옮기기는 어렵네요. 발췌하여 옮겨 봅니다.

(전략)

 만일 누군가에 의해서 본인이 불쾌해졌다면 누구보다도 자기 자신이 먼저 너그러움을 갖도록 하자. 글로 소통하는 부분에는 많은 '뉘앙스'가 다 전달되지 못하므로 오해가 생길 수 있다는 그런 너그러운 마음을 가져 보라 권하고 싶다.

 그리고 한결 더 정직해져 보자. 사람과 사람의 만남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덕목은 [신뢰]이고, 그것을 쌓는 유일한 방법은 '내가 대접받기 원하는 것처럼 상대방을 대접'하는 거라 하겠다.
정직함이 그것의 초석임을 잊지 말자.

 한 사람 한 사람이 같은 목적을 가지고 같은 보폭으로 같은 방향을 향해 나갈 때, 우리는 [기쁨 강박 시대] 아닌 [기쁨 시대]를 함께 살아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후략)


 형님의 글을 읽고 잠시 생각에 빠졌습니다.


 '정말 말도 그렇지만 글이라는 것은 자칫 잘못하면 곡해되기 쉬운 표현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눈빛과 몸짓이 배제된 문자의 대화는 어떤 마음가짐과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 너무나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SNS 공간에서 벌어지는 오해와 다툼의 상황을 쉽지 않게 목격하곤 한다.


  다들 자기 스타일이 있어서 상대의 기분을 맞춰가며 문자 표현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래서 우리는 문자로 소통할 경우 좀 더 겸손한 어법으로 최대한 덜 공격적인 표현을 쓰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보조적으로 웃는 표정 (^^), 이모티콘을 사용하면 좀 더 부드러운 전달이 가능한 것 같다.


  하지만 역시 핵심은 형님이 말씀하신 대로 내가 대접받기 원하는 만큼 상대를 대접하는 것이리라. 안하무인이 아니라면 자기를 대접해 주는 상대를 이유 없이 깎아내리지는 않을 것이다. 이 원리만 잘 지켜진다면 사소하게 벌어지는 오해와 갈등은 상당 부분 사라지지 않을까 생각했다.


  지금 당사자인 분들은 얼마나 마음이 괴로울까. 아마도 지금쯤 더 이상 이곳에 남아 있지 못하고 떠나는 일을 고민하고 있지나 않을까. 이런 사소한 일로 비록 자주, 아니 거의 만나지도 못했지만 소중한 인연을 맺은 많은 사람들과 헤어져야 한다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형님의 글에 댓글이 계속 달렸고 저도 중간에 제 생각을 달았습니다.

  

   어떤 것이 정답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제 우리의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SNS로 맺는 관계 속에서 새로운 모색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형님 좋은 밤 보내고 계시죠? 잘 읽었습니다.

  저 역시 페북, 밴드 등을 나중에서야 시작한 사람입니다. 사람 사귀기 좋아하고 적극적인 편이지만 SNS에서 느껴지는 얄팍하고 쉽게 끊어질 것 같은 관계와 불안함에 어느 정도 부정적인 감정이 있었나 봅니다.

   그런데 막상 중학교 한 친구의 초대로 시작한 이 세계는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 주더군요. 역시 제가 느꼈던 불안함을 현실로 보여주기도 했었습니다. 모두들 자기에게 관심을 가져달라 아우성치는 것도 같고 서로 안 맞으면 바로 관계가 악화되거나 쌩하며 차가워지는 모습들도 보았습니다.

   하지만 더 많은 경우에 그 사소하고 작은 눈빛과 말과 몸짓들이 서로를 위로하며 기쁨을 주고 있음을 깨닫게 되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내가 어떤 마음으로 임하느냐에 따라 얻을 수 있는 열매는 너무나 달라지는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비록 자주 만날 수 없고 만남의 시간도 짧지만 내가 내어주는 꼭 그만큼 나도 받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가족이 되었으면 합니다. 좋은 일, 이쁜 짓은 당연히 누구나 환영하고 좋아할 것입니다. 하지만 나도 살다 보면 실수하고 보여 주기 싫은 모습도 나오게 되는 걸 떠올리면 다른 이들의 사소한 실수나 허물도 그리 쉽게 뭐라 하고 싶지 않게 되었어요.

   한 번 맺은 인연을 우리 소중히 여기어요. 또 내 모습이 초라하고 밉게 보일 때가 있어도 자신을 가지기로 해요. 다 받아줄 수 있어요. 우리 살면서 많이 겪을 만큼 겪었잖아요. ^^

 잘 하면 잘 하는 대로 못 하면 못하는 대로 가족처럼  자연스레  칭찬해 주고 혼도 내고 또 그걸 너무 오버해서 생각지 말구요.

   사랑 많이 안겨 주고 사랑 많이 안기로 해요.

  

<키타큐슈 코쿠라성 주변 벚꽃 흐드러지게 필 무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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