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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드레아 Mar 03. 2018

[디지털 치매] 만프레드 슈피처

당신과 당신 자녀의 뇌와 몸을 지키라!

아, 이 아저씨 도대체 누구야!


 며칠 동안 머릿속이 빙빙 돈다. 어떤 독일 아저씨가 지난 주말부터 오늘까지 나에게 엄청난 이야기를 숨도 쉬지 않는 것처럼 쉴 새 없이 외쳐댔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는 내 귀에다 대고 직접 소리친 게 아니라 내 뇌에 들어오고 결국 내 마음까지 뚫고 들어와 하고 싶은 말을 실컷 떠들어댔다.


 방금 전에야 그의 외침이 끝이 났지만 나는 아직도 그 메아리 때문에 머리가 어찔어찔하다.


 그의 이름은 '만프레드 슈피처'.
 의학과 심리학 그리고 철학을 전공했으며, 정신병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독일의 유명한 뇌 연구가이다. 독일 방송에서 <정신과 뇌>라는 프로그램의 진행자로도 활동한다고 들었다.


 383쪽에 달하는 얇지 않은 책을 사흘 동안 미친 듯이 관통하듯 읽었다. 재미있는 소설도 아니다. 책 제목은 나 같은 사람에겐 그저 '하품'이 나올지도 모르는 '디지털 치매'란다.


  처음에 나에겐 두 가지 선택이 있었다. 하나는 니콜라스 카의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다른 하나가 바로 이 책, [디지털 치매]였다. 앞의 책을 회사의 동료 몇 명이 읽었는데 좋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잘 읽히지 않는다고 해서 후자를 택했다. 물론 책을 두 권 모두 구입했기 때문에 시간이 나는 대로 나머지 한 권도 읽을 것이다.


 죄책감과 분노, 좌절감과 벽을 만난 느낌이 드는 동시에
투지와 결의를 다지게 했던 책


 처음 '디지털 치매'라는 책 이름을 보고 오해를 했다. '디지털 치매'의 뜻이 디지털 기기를 잘 다루지 못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게 아닌가 하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책을 읽다 보니 전혀 그런 뜻이 아니었다. 제목은 우리 일상생활과 이제 떨어질 수 없어 보이는 수많은 디지털 기기로 인해 인간이 바보가 되어간다는 의미였다.


 컴퓨터와 텔레비전, 스마트폰, 태블릿 PC, 각종 디지털 게임기, 스마트 와치, 각종 SNS에 대해 이 독일 아저씨는 일일이 그리고 정성스럽게 페이지를 할애하고 있었다. 그 심대하고 돌이키기 힘들 만큼 큰 폐해에 대해 논리적으로 또한 분노와 근심을 가득 담아 감정적으로 외치고 있었다.


 정말 그런가?

 

 매일같이 컴퓨터로 8시간 이상 일하고, 하루의 시작과 끝을 스마트폰으로 장식하고, 하루에도 수십 번 카톡과 페이스북, 밴드 등을 이용하고 있는 나를 돌이켜 봤다. 개인적으로 디지털 게임에 빠진 적은 없지만, 밴드의 포스팅과 단톡(집단 채팅)과 카톡 채팅에 빠진 적이 있다. 그런 때를 생각해 보면 정작 해야 할 일을 제치고 당장 울리는 알림에 재깍 반응하고, 급하지도 않은 밴드 포스팅 댓글에 다시 답하며 시간을 보냈는데 그야말로 두세 시간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 버렸던 기억이 떠 올랐다. 그렇게 했던 이유는 그런 시간이 정말 즐겁고 흥미롭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일종의 중독에 빠져 습관적으로 그렇게 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한다.  


부끄럽기도 하고 화도 나고 좌절스럽기도 한 현실


 그런데 보다 큰 문제는 나와 같은 성인보다는 - 성인도 물론 엄청난 피해를 입는다 - 뇌가 아직도 만들어지고 있는 유아와 어린이 그리고 청소년에 있었다. 그들의 뇌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이들의 어리고 미숙한 뇌는 조기 교육이라는 미명 하에 어릴 때 보는 영어 방송 프로그램으로 인해 더 잘 발달할 기회를 놓치게 된다. 어른들의 귀차니즘과 방관 때문에 유튜브나 각종 만화 영상을 보고 컴퓨터 게임을 하는 데 소중한 시간을 빼앗긴 채 제대로 형성되지 못할 위험에 처한다.


 아이들은 자라면서 손으로 하는 여러 가지 놀이를 비롯해 사지를 쓰는 적절한 육체적 활동을 하면서 자기의 몸을 제어하는 걸 배운다. 셀 수 없이 여러 번 엉덩방아를 찧으며 직립보행을 익힌다. 문법을 배우지 않고 수없이 많은 말들을 부모를 비롯한 세상 사람과 직접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언어를 습득한다. 또한 사람을 눈으로 보고 몸으로 부대끼면서 공동체의 문화와 관계를 배운다.


 그러나 이 모든 자연스럽고, 아이들의 뇌 발달과 성장에 꼭 필요한 과정들이 '문명의 이기'라 불리며 각광받고 주목받는 디지털 기기들로 인해 심각하게 방해받고 있는 것이다. 아니, 일시적으로 방해를 받고 마는 것으로 그친다면 좋겠지만, 이것은 아이들이 평생토록 과체중/비만 이로 인한 각종 질환으로 고통스럽게 할 것이고, 건전한 인간관계를 맺는데 투자되어야 할 에너지와 시간을 컴퓨터 게임이나 인터넷상의 얄팍하고 가벼운 관계에 매달리며 허비하게 할 것이다. 또한 구글과 같은 검색 포탈의 간편한 검색에 의존하다 보면 더 높고 더 굳건하게 지어져야 할 지식의 건축물을 지을 수 없도록 피상적인 사고와 편리함만을 추구하게 만든다. 이로 이해 아이들의 두뇌는 더 고차원적인 세계로 나아가는 것을 저지당하며 생각의 깊이를 추구할 수 없게 되는 참으로 안타까운 결말에 처하게 된다는 것이다.


 인간의 뇌에 대한 이해

  

 저자는 인간의 뇌가 디지털 기기들로 인해 어떻게 파괴되는지를 이해시키기 위해 정신병 학자이자 뇌 연구가답게 뇌에 대한 중요한 내용을 설명하고자 노력했다.

 

 책에서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며 설명하고 강조했던 인간의 뇌에 대한 이야기 가운데 일부를 소개한다. 골치 아프게 느껴질 것 같지만 읽다 보면 우리 삶에서 이것의 이해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되고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다가온다. 


[근육과도 같은 인간의 뇌]

 훈련을 하는 근육만 성장하는 게 아니다. 우리의 뇌도 마찬가지다. 뇌를 집중적으로 사용하면 전체 크기가 커지는 것은 아니지만, 이와 아주 유사한 일이 벌어진다.
 당신의 뇌에는 약 1,000억 개에 이르는 신경세포가 있으며 각각의 세포는 다른 신경세포들과 최대 1만 개에 이르는 연결부(시냅스)를 가지고 있다. ==>> 1,000억 개 x 10,000개 = 1,000조
 시냅스는 부하를 받으면 두꺼워지고, 사용하지 않으면 수축되어 사멸한다.

 당신의 경험, 느낌, 생각 그리고 행위는 뇌에 자취를 남긴다. 이것을 100년 전에  '기억 흔적(Memory Trace)'라 명명했다. 신경 연결부(시냅스)를 통해 전기자극을 보냄으로써 이 시냅스가 변화하면서 자극이 더 잘 전달된다. 이런 현상은 장기적으로 자극이 우리 뇌에 비포장도로를 내는 역할을 한다. 즉 뇌에 흔적을 만드는 것이다. 이를 '신경가소성'으로 칭하는데 더 쉬운 말로 하면 '학습'이라고 한다.
 살면서 많이 학습한 사람은 뇌에 많은 흔적이 있으며, 이런 사람은 정신적으로 '높은 위치에 있다'라고 말할 수 있다.

[오래된 뇌에서도 새로운 세포가 생긴다]

 예전에는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신경세포는  완전히 형성되어 있고, 살면서 이미 형성되어 있는 신경세포가 날마다 죽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1990년대에 이르러 생쥐와 쥐의 실험을 통해 신경세포가 자란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새로 형성된 신경세포들의 연결은 '학습'을 통해 이루어진다. 그런데 이 학습은 간단히 뭔가를 배우는 것이 아니고 어려운 과제를 통해 신경세포들이 제대로 부하를 받아야만 생명을 유지할 수 있다.  
 새로운 신경세포 생성이 중단되면 일상적인 생활/생존에는 문제가 없지만, 지금까지 몰랐던 어려운 과제에 당면하게 될 때 대처하기 어렵다.

 

  그러니까 학습을 하면 시냅스(신경세포들 사이의 연결부)가 변하고 뇌의 능력이 향상된다는 말이다. 그런데 새로 생긴 신경세포들은 쉬운 학습을 통해서는 살아남지 못한다. 즉, 정신적으로 머리를 많이 써야만 그 신경세포들이 사멸되지 않고 제 기능을 하며 존속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70대인 아버지, 어머니의 역사/지리/영어 공부와 매일 몇 시간 걷기]


 올해로 일흔일곱이 되신 아버지와 일흔둘이 되신 어머니는 현재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매우 건강하시다. 오랫동안 해외에서 살다가 가끔 들러도 두 분의 건강한 모습을 보며 안심하고 감사한 생각을 많이 하곤 했다. 두 분의 하루 일과를 보면 주목할 만한 점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매일 인근 동산이나 저수지 주변을 두세 시간 이상 걷는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공부인데 아버지는 주로 세계사를, 어머니는 영어와 각종 독서에 시간을 많이 쏟는다는 점이다. 그리고 두 분 다 세계 여러 나라의 이름, 수도, 면적, 인구, 세계지도 상의 위치 등을 두문자를 쓴다든지 멜로디를 붙인다든지 하는 방법으로 줄줄 외고 계신다. 


 디지털 치매의 뇌와 학습 부분을 읽다가 두 분께서 얼마나 현명한 생활 습관을 들이고 있는지 깨달았다. 앞서 인간의 뇌는 외부의 자극을 받아 시냅스의 부하가 많이 걸리는 학습을 할 때 새로운 신경세포들이 생존할 수 있고 그에 따라 뇌가 성장하게 된다는 걸 배웠다. 한국사를 비롯해 중국/일본/로마/페르시아/인도/독일과 프랑스 등의 역사를 종사와 횡사로 공부하고 연표까지 만들어 역사적인 사건을 기억한다. 그 많은 나라들의 이름을 각각의 수도와 면적과 인구수까지 달달 외워 버렸다. 이것은 어떤 공부 이상으로 뇌에 부하를 많이 주는 학습 행위가 아닐 수 없다. 또한 매일 영어 단어를 새로 공부하고 여행을 위해 영어 문장을 통째로 외는 훈련을 한다. 이따금 나도 잘 모르는 고급 영어 속담이나 관용구를 말씀하실 때도 있어 여러 번 놀라기도 했다. 칠순이 넘으신 부모님의 육체는 예전에 비해 노화가 진행되었을지 모르지만, 이렇게 매일매일 많은 시간을 들여 부하가 걸리는 그분들의 뇌는 아마도 노화를 이겨내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편 하루도 거르지 않고 몇 시간을 걷는 데 투자하는 당신들의 몸은 또 얼마나 건강할까. 노인들에게 걷기 만큼 안전하고 걷기 만큼 건강을 유지시켜 주는 운동이 많지 않음은 이미 상식이 되었다. 이렇게 육체적인 건강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복잡하고 머리를 많이 써야만 하는 학습을 감당하고 또 즐길 수 있지 않겠는가. 또한 이렇게 나이가 들어도 끊임없는 학습을 통해 뇌의 능력을 유지/발전시키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건강하고 제대로 작동하는 뇌가 자신의 육체를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 삶을 컨트롤할 수 있는 게 아닐까. 결국은 '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Mens sana in corpore sano)'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 탈레스의 격언이 그대로 들어맞는다는 걸 이렇게 깨닫게 된다. 


의지를 학습할 수 있을까?

 

 중학교에 다닐 때 같은 반 짝이었던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 소위 좀 놀 줄 안다는 축에 속했던 친구다. 

 " 나도 실은 공부 열심히 하고 싶어. 그런데 공부하려고 하면 집중이 안 돼. 자꾸 다른 생각이 나. "

  그때 그 친구의 고민을 접하면서 '선천적 유전이냐! 후천적 환경이냐!'라는 고민을 했다. 당시 나의 생각으로는 태어나기를 끈기가 부족하거나 의지가 약하게 태어났기 때문에 공부를 잘하는 것이 너무 어렵지 않을까 하는 것이었다. 물론 후천적으로 교육을 잘 받고 자기가 노력해서 어느 정도 커버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천성적인 성격이란 게 있어서 '의지'나 '끈기' 혹은 '지구력'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차이가 쉽게 해소되기 어렵다는 생각이 강했던 것 같다.  

 

 그런데 저자는 말한다. 

 " 의지를 배우는 것은 언어를 배우는 것과 같다. "

 그러니까 의지를 배울 수 있다는 거고, 그것은 언어를 배우는 것과 원리가 같다는 소리다. 


 의지라는 건 다른 말로 표현하면 '자기통제 능력'이다. 이러한 자기통제 능력을 익히는 것은 마치 아기가 태어나서 처음 말하기를 배우거나 걷기를 배우는 것과 같다. 이런 능력은 누가 옆에서 배워야 한다고 강요해서 되는 게 아니다. 성인이 문법을 익히면서 외국어를 익히는 방식도 아니고, 코치의 레슨을 받아 테니스를 배우는 방식도 아니다. 그저 수없이 많은 듣기와 모방하기 그리고 표정과 제스처 등의 상호작용 속에서 아기의 뇌 속에 흔적이 생기고 성인의 뇌와 같은 '언어센터'가 만들어지면서 자연스럽게 말하기를 배운다. 걷기도 마찬가지다. 엉덩방아 찧기와 넘어지기를 수천 번 반복한 후에야 제대로 균형을 잡고 걸을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오해하지 말자. 아기가 언어를 배우고 걷는 법을 익히는 것과 의지를 배우는 것이 같다는 의미가, 의지는 저절로 배워진다는 걸 뜻하지는 않는다. 겉으로 볼 때는 자연스럽고 쉽게 배우는 것 같은 아기의 말하기와 걷기 능력의 습득 과정이, 실은 그렇게 수많은 시도와 상호작용 그리고 실패의 다양한 경험이 쌓인 후에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의지를 배운다는 것, 다시 말해 '자기통제 능력'을 계발하는 데에도 공동체 속에서의 빈번하고 다양한 경험이 수반되어야 한다. 


 이런 의지를 훈련시키는 경험들은 인류사에서 수렵시대와 같은 때에는 생존을 위한 사냥과 같은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인간이 겪을 수 있었다. 그런데 오늘날과 같이 물질적으로 풍족한 사회에서는 놀이 문화 안에서 자기통제 능력을 기를 수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내가 생각할 때는 꼭 놀이 문화 속에서 뿐만 아니라 가정에서 학교에서 또 직장에서 그리고 지역사회에서 자기통제의 훈련을 경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목적을 위해서 자기의 욕구를 일정 기간 참아내도록 자녀를 교육시키거나 스스로를 통제하는 훈련을 계속하다 보면 스스로를 제어하는 능력이 점점 더 커질 수 있다. 이는 인간으로서 매우 희망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디지털 기기의 자기통제 능력 저해]


 만프레드 슈피처 박사가 위와 같이 인간의 자기통제 능력과 그것의 중요성에 대해서 역설했기 때문에 텔레비전이나 컴퓨터 게임과 같은 디지털 기기들의 폐해가 얼마나 큰지 실감할 수 있다. 저자는 책에서 어떤 주장을 펼 때 완벽하게 실험과 연구 결과들을 토대로 논리적인 근거를 대고 있다. 2011년 저명한 어린이 치료학 학술지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만화영화와 같은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어린이들의 자기통제 능력을 바닥까지 떨어뜨렸다. 반대로 그림 그리기는 자기통제력을 크게 향상하는 걸로 나타났다. 


 컴퓨터 게임은 과연 어떨까? 어떤 연구에서는 컴퓨터로 집중력을 훈련할 수 있다는 걸 주장하기도 했다. 액션 비디오 게임이라는 것이 집중력을 향상한다는 연구였고 언론의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고 한다. 그런데 저자는 이 연구 결과에 모순이 있음을 파악했다. 이 연구는 1) 비디오게임을 하는 사람들이 게임을 하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주변 자극들에 대해서 더 잘 반응한다고 했고, 2) 자극이 매우 빠르게 이어질 때 비교적 더 잘 알아차릴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3) 비디오게임에 능한 사람들이 가시 범위의 가장자리에 있는 자극들에 대해서 더 잘 반응한다고 했다. 저자는 이러한 연구 결과를 자세히 고찰하면, 주장과 전혀 다른 의미가 내포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즉, 1) 주변 자극들에 대해 더 잘 반응한다는 것은, 이를 억제하지 못해서 쉽게 주의가 산만해질 수 있다는 의미이고, 2) 매우 빠르게 이어지는 많은 자극에 빨리 반응하는 사람들 역시 한 가지에 잘 집중하지 못한다는 의미이며, 3) 가시 범위 가장자리, 예를 들면 가시 범위 중심에서는 무언가를 쏘아 맞추면서 동시에 화면 가장자리까지 신경 쓰는 것은 무언가에 집중하는 게 아니라 집중력을 분산시키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불면증, 우울증, 중독, 과체중...


 디지털 미디어로 인한 피해는 만성적인 수면 부족으로 인한 피곤함 수준을 훨씬 넘어선다. 인터넷 중독자는 매주 평균 29.2시간을 인터넷상에서 보내는 사람을 뜻하는데 2011년 14~64세 독일인 1만 5,024명을 무작위로 차출해 전화 인터뷰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14~24세 사람들 중 2.4퍼센트, 그 가운데 14~16세는 4퍼센트나 되는 사람들이 이런 중독 상태로 나타났다. 원인은 여학생의 경우 SNS 이용, 남학생의 경우 온라인게임 때문이었다. 


 생각해 보자. 주 29시간이면 하루 평균 4시간이 넘는 시간이다. 깨어 있는 시간을 17시간 정도로 잡았을 때, 사분의 일에 가까운 시간을 가상 세계나 온라인에서 보내는 것이다. 그 소중한 시간을 얼굴과 몸을 부대끼며 친구나 가족들과 보내지 못한 나이 어린 사람들은 그 나이에 경험해야 할 사회적 상호작용과 경험의 시간을 빼앗긴 채 수동성과 피상적 관계에 매몰되며 수면 부족으로 건강마저 큰 위협을 받게 되는 것이다.     

 

 어른들에게도 타격이 크지만, 디지털 미디어를 주로 사용하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아직도 기나긴 세월을 더 살아가야 한다는 점이 비극으로 느껴지는 대목이다. 인터넷, 컴퓨터게임, SNS 등의 중독에 따른 시간 허비로 실제적인 사회관계의 시간이 없어지고, 수면 부족을 넘어서 불면증과 우울증까지, 여기에다 운동 부족에 따른 과체중과 비만 그리고 당뇨병과 심장 순환계 질병, 치매에 이르는 각종 육체적 질환에 오랫동안 시달릴 가능성이 농후하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멀지 않은 친척 가운데서도 이런 상황에 처해 있는 동생이 있다. 나이가 서른이 다 되어가도록 일을 하려 하지 않는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사회로 진출하려 하지 않는 동생에게 다른 친지께서 일자리를 알아봐 주셨으나 일이 힘들다고 며칠 만에 그만두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 후에도 두어 차례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고 그는 더 이상 취업을 고려하지 않고 하루 종일 집에서 컴퓨터 게임을 하거나 인터넷 공간을 휘이 방황하며 지내고 있다.  


사태가 이럴진대 왜 아무 일도 생기지 않는가?


 저자의 양심에 찬 고발과 신랄한 비판을 접하면서 술이나 담배 이상으로 심각한 피해가 되는 이 디지털 미디어가 어찌해서 이토록 활개를 칠 수 있는지 그 추한 실상까지 접할 수 있었다. 그리고 딸을 키우고 있는 나 자신은 이런 문제에 대해 어찌도 그리 무지하고 무책임했었는지 반성의 시간이 되고 있다. 


 문제는 또다시 그넘의 돈이었다!


 이 책에서만도 수없이 많은 실험 결과와 연구 데이터들이 보여 주 듯 디지털 기기들의 부정적이고 파괴적인 영향은 부인할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쓰레기들이 죽지 않고 오히려 세상을 지배하고 그 기세가 전혀 시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디지털 제품과 시스템 그리고 플랫폼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하고 있는 기업들과 그 기업의 후원으로 국민을 호도하고 있는 비양심적인 정치가 그리고 적지 않은 수의 미디어 학자들 때문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게 다는 아니다. 만일 이들만이 문제라고 한다면 이들은 수적으로 볼 때 Majority가 아라 Minority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진정한 문제는 인간의 미래가 휘청거릴 만큼 심각성이 있는 디지털 기기와 미디어에 대해 우리들 대부분이 아무런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어쩌면 생각은 있어도 그 편리함과 안락함 그리고 재미를 핑계로 문제에 눈을 감고 있는 것일는지도. 


 우리의 아이들이 병들고 있다! 

 우리의 미래, 후손들이 살아가야 할 미래가 어두워지고 있다!  

 이제 더 이상 모르는 척 고개를 돌려서는 돌이키지 못할 참극을 치러야 할는지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정신적 추락은 출발 높이에 달려 있다]

 만프레드 슈피처 박사는 마지막으로 강조했다. 

 "우리에게 딱 한 가지 방법만이 주어져 있다. 그것은 우리의 뇌와 정신의 형성을 장려하고, 이 과정을 방해하는 모든 것을 배제시키는 것이 바로 그 방법이다! "


1. 뇌의 형성으로 뇌의 도태에 대항하다

  우리는 평생에 걸쳐 뇌를 형성하지만, 뇌의 형성은 유년기와 청소년기까지 가파르게 상승곡선을 그리며 이루어지다가 장년과 중년에 형성이 정체되고 노년이 되면서 서서히 둔화된다. 

 어린 시절 스크린 앞에서 혹은 컴퓨터게임으로 시간을 많이 보낸 사람은 정상적인 언어 발달 기회를 놓치는 것이다. 반면 2개 국어나 멀티 언어를 구사하며 자라고 평생 2개 이상의 언어를 사용할 경우 뇌는 형성 측면에서 훨씬 높은 고지에 다다른다. 

 실험에 따르면 2개 국어 구사 환자들이 하나의 언어만 사용하는 환자들보다 치매 발생이 5.1년이나 늦었다. 2개 국어 구사자는 두 언어가 동시에 활성화되고 있어서, 하나의 언어를 쓸 때 다른 언어의 활성화를 제어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자기통제'이다.  


2. 뉴 미디어들 사용량 제한이 유일한 대책이다

  알코올 중독 문제에 우리는 어떻게 대처하는가. 알코올에 접근하는 걸 어렵게 하기 위해 과세를 한다. 담배도 마찬가지다. 과세를 통해 접근성을 줄이는 방법을 쓰고 있다.

  뉴 미디어도 그 폐해를 생각하면 어떤 식으로든 이용량이나 시간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3. 가장 효과적인 두뇌 조깅은 그냥 조깅이다

  나이 들어서도 정신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 두뇌 체조니 두뇌 조깅이니 하는 것들이 유행인데 모두 헛소리다. 육체적인 건강이 뇌의 신경세포 성장에 더 큰 도움이 된다. 아울러 뇌의 사회적 상호작용을 위해서 가능하면 다른 사람과 함께 하자. 노인들은 혼자 있는 것보다 손주와 함께 지내는 것이 훨씬 낫다. 더 좋은 것은 손주와 함께 자연으로 산책을 나가는 것이다. 


4. 디지털 치매가 되지 않기 위한 실용적인 팁

   (저자의 표현을 내 식으로 조금씩 수정해 보았다.)  

- 건강한 식습관을 가지라! 너무 배불리 먹지 말자.

 - 매일 30분 이상 운동하는 것은 우리의 몸에게 주는 최상의 선물이다.

 - 쓸 데 없는 데 너무 골몰하지 말라! 그냥 바로 지금 그리고 여기에 충실하라. 그래야 행복해진다.

 - 스스로에게 좌절감 주는 무리한 요구를 하지 말자.

 - 남을 도우면 나 자신을 행복하게 한다.

 - 돈을 쓸 때에는 사물이 아니라 사건에 대해 지출하라! 사건은 오래될수록 우리에게 점점 더 긍정적인 것처럼 비추어진다. 그것은 우리 기억 속에 저장되고 일부가 된다.

 - 음악을 듣고 노래를 불러라.

 - 크게 웃어라! 설령 지금 그럴 기분이 아니더라도!

 - 편하게 하지 말고 스스로 적극적으로 장애물을 극복하라!

 - 삶을 단순화하라! 미니멀리즘의 기쁨을 누리라!

 - 좋은 사람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가지라!

 - 자연에서 시간을 보내라!

 - 마지막으로 '디지털 미디어'를 피하라!!!



[마치며]


 잘은 모르겠지만 사람들은 이 독일 아저씨의 이름을 앞으로 오래도록 기억하게 될 것 같다. 그의 학자적 양심과 아이들의 부모로서의 사명감이 이토록 강경하고 타협을 모르는 주장을 하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앞으로 만프레드 슈피처 박사가 책에서 들려주었던 이야기들을 일상에서 또 사회를 배경으로 곱씹을 예정이다. 나 역시 나의 자녀를 비롯한 우리들의 후손을 위해서 그리고 나와 함께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진지한 고민을 할 것이고, 필요하다면 앞장서서 우리를 추락시키는 원흉들과 맞서 싸울 것이다. 지금까지의 무지와 나태를 반성하며 더 나은 삶과 세상을 위해 각성하고자 한다.


 그 길에 당신도 동참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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