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타큐슈 이야기 제 8화
목청이 목청이 쩌렁쩌렁 울린다. 내가 살아오면서 나보다 목소리가 큰 사람은 우리 아버지 말고 핫토리 상이 처음인 듯하다.
핫토리상은 내 왼편에 앉아서 일하는데 일을 하다가 뭔가 궁금한 게 생기면 곧장 외친다. (부하 직원들은 우리 사무실 방을 나서면 연결되는 큰 홀과 같은 데서 일하고 있다)
“츄자키 상~~~~~!”
“요시야키 상~~~~~!”
“타치바나 상~~~~~~!”
내 목소리도 만만치는 않지만 사무실에서 질러대는 그의 목소리는 정말 쉽게 접하지 못하는 비범함이 담겨 있다. 가끔은 나도 모르게 ‘소리 좀 낮춰서 얘기하세요~~, 핫!토!리! 상!!!’ 하고 말할 뻔한다.
핫토리상의 정식 직함은 ‘사장비서’이다. 명함에 그렇게 씌어 있다.
내가 생각할 때 그는 일반 회사의 임원급 본부장 몇 사람 분의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 회사의 구매를 총괄하고 있으며 재고와 재무 및 리스크 관리를 책임지고 있다. 거기에 신입 사원 채용 및 인사 등도 총괄한다.
정말 재미있는 건 이런 분이 밑의 직원들이 휴가를 내서 자리라도 비울라 치면 그 자리를 메꿔 각 야드별 구매량과 금액 계산 등의 실무까지 다 메꾼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 양반은 매일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곤 한다. 그러면서 종종 “아이고 두통이야, 아이고 허리 아프다. 아이고 힘들어라. 아이고 어깨야~~” 하며 힘든 내색을 한다.
이 핫토리 상보다 나이는 어리지만 우리 회사 입사 경력은 비슷한 여직원 하나가 있었다. 바로 지난주까지 내 앞에서 일하던 카나상이다.
지난주 사무실에 핫토리상이 없고 카나상과 나만 남아 있을 때였다.
갑자기 카나상이 조심스러운 말투로 나를 부르더니 그동안 감사했다고 하는 게 아닌가. 무슨 영문인가 싶어 얼굴을 쳐다보니 이번 주까지만 일하고 회사를 떠난다는 것이었다.
순간 나는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하는 기분이었다.
이 회사에 들어온 지 겨우 2년 여. 그동안 보고 느낀 정황으로 볼 때, 이 케이스도 핫토리상이 어느 정도 원인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핫토리상에 따르면 카나상은 회사에서 경력이 제일 오래된 축에 속하는데 일의 효율은 떨어지고 정확한 계산이 생명인 구매 정산 업무에서 잦은 실수를 한다는 것이었다.
때문에 재작년 여름 이후로 카나상의 업무는 지사의 구매 정산 업무에서 본사의 정산 업무로 바뀌었다가 다시 본사의 다른 직무로 바뀌는 등 자주 변경되었다.
일을 잘 하고 무서운 상사 밑에서 일을 잘 못하고 주눅 들어 있는 부하는 어떤 상황에 처하게 될까?
이건 안 봐도 뻔한 그림이 나온다. 카나상은 계산 실수를 했거나 업무를 재빨리 소화하지 못하여 상사인 핫토리상으로부터 자주 쓴소리를 들어야 했다.
거의 대부분이 후배들인 이 회사에서 자신의 실수로 부하들 앞에서 혹은 따로 지속적인 책망을 들으며 일해야 했던 그는 과연 어떤 마음이었을까.
회사는 일을 잘 하면 인정을 받고 못하면 대접을 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긴 하다. 핫토리상의 훈계나 책망은 상사로서 회사를 위해 필요했다. 하지만…
오랫동안 회사를 위해 재직해온 직원을 좀 더 내 사람이라 생각하고 같이 갈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는 없었을까? 물론 계속해서 업무를 바꾸어 주는 노력을 했지만 내가 보기엔 숫자에 약한 카나상에게는 대부분 맞지 않는 직무였다는 생각이 든다. 차라리 선적 서류를 만드는 일을 시키거나 총무부서에서 일하는 식으로 방향을 바꾸는 게 어땠을까 싶다.
카나상은 대학교에 다니는 딸 둘을 두고 있다. 그리고 생활을 책임지는 직장인 맘이었다. 앞으로 어떻게 생활을 해갈지 걱정이 되었다.
단둘이 사무실에 있을 때 넌지시 물어봤다. 혹시 다른 갈 데는 정해졌냐고 물어봤다.
“ 아직 정해진 데는 없어요. 일단 쉬면서 다른 직장을 알아보려고 해요. ” 카나상이 말했다.
“ 카나상, 다른 데 갈 데를 정한 다음에 그만두어도 늦지 않아요. 가능하면 정하고 나서 가시도록 하세요.” 내가 말했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촉촉이 젖어 내 눈을 응시할 뿐 입술 밖으로 그 이상의 말은 새어나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