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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드레아 Dec 14. 2018

영화 베스트 오퍼

시네마 천국 '쥬세페 토르나토레' 감독

 2층 버스를 타고 출근하러 가는 길이었다. 신호에 걸려 버스는 횡단보도 앞에 멈추어 섰다. 오늘도 어김없이 2층 맨 앞자리에 앉아있었는데 화면 왼편으로부터 눈에 확 띄는 여인이 도로를 가로질러 걸어가는 모습을 목격했다.


 그의 얼굴을 몇 초 바라보았을 때 떠오르는 이가 있었다. 며칠 전 한 노신사의 영혼을 흔들어대고 사라졌던 클레어 이벳을 생각했다. 유명한 서양 여배우와, 출근길에 그것도 버스 안에서 창밖을 내다보며 스치는 홍콩 여인을 비교하는 게 어불성설일는지 모르겠다. 뭐, 아무려면 어떤가. 혼자 멋대로 기분 내키는 대로 느끼고 상상하는 거지.


 여기에서 십수 년을 사신 여자 상사의 말씀으로는 홍콩에 미인이 많다고 한다. 대개 홍콩에서 오래 살았던 남성분들은 이에 동의하지 않는 것 같지만 말이다. 나도 그 말씀에 고개가 갸웃했다. 그러나 홍콩의 성 비율은 경험적으로 볼 때 여자가 더 많다는 느낌을 받기는 한다. 상사는 덧붙여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러니까 남자들 조심해야 돼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남자들 가운데에 미인에 끌리지 않는 남자는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경중은 있다. 속으로야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겉으로 볼 때는 미인한테도 무덤덤하고 때로는 차갑기까지 한 남자들이 존재한다. "Skin Deep! "라 되뇌며 외모로만 사람을 평가하거나 차별을 두지 않으려 노력하기도 한다. 


 스스로를 돌아보면 좀 더 어릴 때 이성적 매력이 넘치는 여자에게 더 약했다. 그러니까 십 대와 이십 대 때가 삼십 대 때보다 외모가 아름다운 이성에 더 끌리고 휘둘렸다. 사십 대가 된 지금은 삼십 대 시절보다 미모의 여성에 덜 끌리고 덜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사람에게는 여러 가지 힘이 있는데 수려한 외모도 매우 큰 파워를 가진다.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이지만, 버스에서 혹은 식당에서 혹은 길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아름다운 여성과 마주할 때 좀 더 친절하고 좀 더 오감이 활성화되곤 했던 기억이다. 그러니 더 자주 만나고 소통하고 관계를 맺어야 하는 경우에는 뛰어난 외모가 상당한 힘을 발휘하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외모는 출중한데 사람 대하는 게 영 못마땅하고 배려심이 없다는 느낌을 줄 때가 있다. 쉽게 말해 성격이 썩 좋지 못한 경우다. 이럴 때는 좀 심술이 나기도 하고 얄미워 보여서 호감이 싸악 사라지는 걸 경험했다. 일단 그런 느낌을 받은 후에는 나의 태도가 매우 냉랭하게 변한다. 


 ' 하, 이 사람 웃기네. 얼굴은 이쁜데 말하는 거 하고, 행동하는 건 참 수준 이하네. 계속 그렇게만 해 봐. 

 똑같이 대우해 줄 테니... '  


 실은 이런 마음이 들어도 막상 말이나 글로 표현하는 건 어렵다. 유치해 보이는 기분도 들고 매우 적나라한 느낌이 들어서다. 그러나 속 마음은 그렇다. 상대를 세심히 배려하고, 겸손한 태도를 지니며, 조심스럽게 말하고 행동하는 사람이 당연히 좋다. 물론 이런 사람이 외모까지 훌륭하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말이다.


 왜 영화 제목 써 놓고 삼천포로 빠졌나 하겠다. 영화는 한 번 꼭 감상해 보라고 추천한 거고, 글 안에 영화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내용은 배제하려고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내용을 말하기 시작하면 틀림없이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서 아예 다른 이야기만 늘어놓았다.


 말하고 싶어 입이 근질근질하긴 하다. 


 아, 지금 눈앞에 고미술 경매 전문가 올드만 씨와 저택을 거닐던 신비로운 여인 클레어 이벳이 눈에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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