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회사에 입사하자마자 했던 일들 가운데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가 있다. 그것은 업무와는 직접 관련이 없었지만 상당히 규모가 큰 행사였다. 전국 단위의 모든 조직을 대상으로 개최된 합창대회가 바로 그것이었다. 노래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어쩌다 나는 우리 본부 합창단의 리더를 맡게 되었다.
입사한 지 채 며칠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 회사 호프데이에 참가했는데 갑자기 무대가 마련되더니 몇몇 회사의 노래꾼들이 무대에 올라 각자 노래 솜씨를 뽐냈다. 우리 팀의 이쁘고 농구선수처럼 키가 크신 팀장께서 갓 입사한 내가 노래를 무척 좋아한다는 걸 기억하시고는 내 등을 힘껏 떠밀었다. 무대를 마다할 내가 아니었기에 최소한의 사양하는 시늉만 하고 언제라도 준비된 공연 리스트 가운데 하나를 골라 열창의 무대를 꾸몄다. 그때 부른 노래는 '10월 어느 멋진 날에'였다. 이 무대가 아마도 내가 우리 본부의 합창단을 이끌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예전에 종합상사에서 일할 때에도 이런 비슷한 경연 대회가 있었는데 그때도 우리 본부의 중창단을 리드해 무대를 올린 경험이 있었다. 그때는 아카펠라를 준비했으나 이번에는 반드시 반주 MR까지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기성곡을 쓰되 가사는 필히 우리의 업과 가치를 표현하는 내용으로 개사해야 하는 룰이 있었다.
몇몇 구성원들과의 회의를 거치고 내 나름대로 고민한 끝에 곡을 선정했다. 원곡은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일요일이 다 가는 소리'라는 곡이다. 대학 시절부터 노래 동아리에서 자주 부르곤 했던 노래인데 이미 3부 정도의 화음은 알고 있었고 비트박스 같은 효과음을 넣어 부르면 짧은 시간 안에 듣기 괜찮은 곡을 만들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개사는 원곡의 각운 즉, '무엇무엇 하는 소리'라는 표현을 살려 아이들이 교실에서 공부하는 현장의 모습과 선생님과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리며 새로 써 보기로 했다.
[The Sound of Children’s Growing up]
The sound of Children’s growing up
The sound of the hearts’ growing up
The sound of our laughter with big smiles
The sound of Children’s falling down
The sound of their pains with hurting
The sound of our pitiful hearts
The sound of Small fingers’ writing letters
The sound of Small hands’ turning the pages
The sound of solitary struggle
The sound of Teacher’ calling names
The sound of checking homework
The soothing sound of cheer
Constant sound without stopping.
The sound shared in heart to heart.
Growing existences with love and attention.
Here our future is found.
The sound of Crying after test.
The sound of Teachers’ scolding.
The poor sound of Children.
The sound of pure laugher after forgetting all.
The sound of playing brightly.
The forgotten sound of our childhood.
The sound of Children’s growing up.
The sound of the hearts’ growing up.
The sound of our laughter with big smiles.
결선 무대까지는 몇 개월이 남아 있었지만 사내 분위기는 벌써 연습에 돌입해야 하는 느낌이 들었다. 듣자 하니 우리 본부가 합창 대회 초대 대회에서 우승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 이후로는 로지스틱스 부문의 실력이 너무 강력해서 본선 진출이 매번 좌절되었다고 했다. 로지스틱스와 우리 해외사업본부는 예선에서 본사팀이라는 한 조로 묶여 있었는데 딱 한 팀만 결선 진출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엔 웬일인지 그쪽에서 출전을 포기해 버린 것이다. 우리에겐 절호의 기회였다.
다들 직장인이고 매일 바쁘게 주어진 업무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시간을 많이 할애하기 어려웠다. 예선 준비를 위해서 저녁 시간까지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되어 의견을 수렴해 점심시간을 이용하기로 했다. 해외사업을 맡고 있는 세 개 팀과 두 개의 TF팀이 모이니 거의 마흔 명이 되었다. 입사 이십 년 이상의 베테랑 팀장급부터 신입사원에 나와 같은 경력 입사자들까지 다양한 동료들이 가득 모여 하모니를 이루어야 하는 숙제가 주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