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삼 년을 끌다가 더는 늦출 수 없다고 생각하며 회사를 세우기로 했습니다. 마침이라 해야 할지, 이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고 집중해서 일해 보라는 뜻인지 지금까지 하던 철강원자재 (철스크랩 혹은 고철) 무역 비즈니스가 힘들어졌습니다.
우리는 제법 놀랍고 활용 가치가 높은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소위 '초미세기포 (Ultra Fine Bubble)' 혹은 '나노버블 (Nano Bubble)'라 불리는 대단히 작고 작은 기포를 생성시키는 기술입니다.
나노버블? 초미세기포?
철강이나 비철 원자재 무역을 했던 제가 난데없이 초미세기포 생성기술을 이용한 회사를 세우겠다고 하니 배경을 모르는 분들은 당연히 의아해합니다. 지금은 자세히 밝힐 수 없으나 대략적으로 말하자면, 스스로 회사를 설립할 수 없는 위치에 있는 지인이 오래전부터 제안하고 부탁했던 사업입니다. 그가 이 초미세기포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4년 전에 이미 법인을 한 번 세워 지금까지 경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성격이 판이하게 다릅니다. 이 법인은 거의 1인 기업이나 다름없습니다. 파트너들은 국내와 해외에 다수 포진되어 있지만, 회사는 많은 직원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일본의 고철을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여러 나라들의 제철/제강 회사에 파는 무역 비즈니스인데, 우리 회사는 자금을 한 푼도 투입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일본의 고철 공급자와 국내외의 고철 구매자인 전기로/고로 제강사를 연결해 판매 계약을 체결하고 커미션을 받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나노브라운은 이런 Agent 무역 비즈니스와는 완전히 결이 다른 일을 하게 될 것입니다. 보유하고 있는 원천기술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개발하는 동시에, 이 기술을 이용해 신규 비즈니스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정부과제를 취득할 것입니다. 또한 나노버블 기술을 적용한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며 유통하게 될 것입니다. 화장품 산업이나 제약/의학 분야가 우리의 타깃입니다. 초미세기포 기술이 적용된 화장품은 체내 흡수율을 획기적으로 높여 줍니다. 또한 유효약물을 체내 목표지점으로 이동시키거나, 침투하기 어려운 곳에 약물을 투입하기 위해서도 이 기술이 쓰일 수 있습니다. 적조/녹조 제거 등 환경 분야에도 우리 기술이 매우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습니다.
오늘 인천에서 신규법인설립 신청을 마쳤습니다. 또 하나의 새로운 세계에 들어와 버렸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무역일을 해왔던 방식과는 전혀 다른 색으로 일해야 할 것 같습니다. 우선 회사를 키우기 위한 조직을 만들어야 합니다. 혼자 비교적 조용히 일하다가, 다시 조직 안에서 사람들과 부대끼며 시끄럽게 살아야 할 것입니다. 지난 몇 년 동안 머릿속으로 마음속으로 끊임없이 시뮬레이션 돌리던 회사를 진짜로 시작합니다.
이왕 하기로 했으니, 제대로 하고 싶습니다.
지인들에게는 벌써부터 자신 있다 큰소리를 치며, 나 자신을 이 트랙으로 묶어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