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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드레아 Nov 30. 2015

습도 (1)

 

  2015년 7월 어느 날


  어떤 특정 노래를 들으면 과거 그 노래를 많이 들었던 시절의 느낌이 선명하게 떠오를 때가 있다. 그런데 오늘은 어떤 노래를 듣다가 지난 기억이 떠오른 게 아니었다.  

 

 어제에 이어 이곳의 세상은 비에 흠뻑 젖고 있다. 습하다. 이 습한 느낌. 이 습도. 차 계기판을 보니  바깥공기가 안으로 들어오는 걸로 설정되어 있다. 아, 그래서 더 습했구나.   


 세상이 샤워를 하는 이 날씨의 습도는 나로 하여금 먼저 ‘산정호수’ 혹은 ‘미리내성지’ 또는 산이 있고 강이 있던 어떤 곳으로 떠났던 성당 캠프를 떠올리게 했다.   


 

  왜 그랬을까? 중학교 혹은 고등학교 혹은 대학교 주일학교 시절. 나는 일종의 ‘금사빠’였다.   


 금사빠.  


 금세 사랑에 빠지는 사람.  


 당신은 금사빠였던 적이 있는가.  


  여학생들과 만나 의미 있는 교류를 할 수 있었던 거의 유일하고 특별한 공간은 성당이었다. 해군부대가 있었던 영등포에서 일명 ‘강남’으로 이사를 온 후 나는 청담성당을 나가기 시작했다. 그곳에는 나처럼 언주중을 다니던 친구들도 있었고 그 밖에 주로 청담중과 봉은중을 다니던 친구들이 활동하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언주중 친구들과 좀 더 가까이 지냈었는데 아마도 학교가 같다는 소속감과 친구의 친구로 맺어지는 관계 등의 영향이 있었던 듯하다.   


  언젠가부터 눈여겨보는 여자 아이가 있었다. 우리 아버지가 썩 달가워하지 않으셨던 까무잡잡한 피부톤의 아이였다. 말수는 그리 많지 않았지만 말할 때는 아주 조리가 있었고 친구들끼리 게임을 할 때 – 그 시절 왜 그리도 즐거웠는지 빠져들던 광고 게임, Go Back Jump, 공공칠빵 등등 – 여간해서는 틀리지 않는 영리한 아이였다.   


  아마도 형제들이 많아 어려서부터 일찍 언니 오빠들의 문화를 습득해서인지 맏이로 모든 걸 처음부터 혼자 습득해야 했던 나보다 어른스러워 보였고 솔직히 그 세련된 모습이 부럽기도 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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