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2학년이던 당시 나는 학교에서 육상부 활동을 하고 있었다.
어느 뜨거운 여름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운동장에 허들을 주욱 늘어 세우고 허들 달리기 연습을 하고 있었다. 운동 때문에 다른 아이들보다 조금 일찍 나와서 운동을 하고 있던 나는 중앙 건물 입구로 나오는 그 애가 한눈에 들어왔다.
이미 성당에서 1년 정도 알고 지내는 사이였으나 학교에서 만나면 왠지 쑥스럽고 서먹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나는 다른 친구들보다 얼굴이 두툼한 편이라 학교에서 만나는 이성 친구들에게 말도 걸 수 있었고 인사도 건넬 수는 있었다.
그 애가 눈에 들어오자마자 급히 나는 한 옆에 세우 두었던 신발주머니 옆에서 준비했던 선물을 꺼내 들고 언주중 중앙 건물 입구로 쏜살같이 달려 올라갔다.
“안녕? 집에 가는구나?”
그 아이는 다른 두 친구들과 함께 실내화를 신발로 갈아 신는 참이었다. 신발을 갈아 신다가 나를 흘끗 쳐다보는 그녀. 나는 순간 긴장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그 애는 나에게 대꾸가 없었다. 그냥 한 번 쳐다볼 뿐.
“ 어…음… 저… 이거 별 거 아닌데 집에 가서 봐.”
그 애의 어색해하는 반응 때문이었을까. 나는 자신감을 잃었고 그냥 선물을 그 애한테 냅다 맡기고는 돌아섰다.
다시 운동장으로 돌아온 나는 뭔가 모를 슬픔이 어리는 걸 느꼈다. 그 애는 나한테 관심이 없는 걸까. 다른 친구들 앞이라 더 어색해한 걸까. 아니면 나처럼 얼굴이 새까만 운동하는 남학생이 싫은 걸까. 마음이 무거웠다. 그리고 가슴이 살짝 아렸다.
내가 건넨 선물은 내가 산 게 아니었다.
외국에 사시던 친척 어른께서 나와 동생을 위해 특별히 사 오신 초콜릿이었다. 물론 나는 그 초콜릿을 무척 먹고 싶었다. 하지만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었던 예쁘고 세련된 디자인으로 포장된 것이기에 그 선물을 받자마자 그 애한테 주고 싶다고 생각한 거였다.
지금은 기억이 어렴풋하지만 그 연두와 검은 빛깔로 포장된 초콜릿 선물을 하면서 엽서를 한 장 썼던 것 같다. 지금은 잘 하지 않는 손글씨로 정성스레 쓴 엽서였던 걸로 기억한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