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를 잘 돌아보니 않는 성격이지만, 가끔씩 까닭 없이 옛날이 그리울 때가 있다. 청춘시절 희로애락의 순간을 가장 많이 함께 한 이문세의 <별이 빛나는 밤에> 일명 ‘별밤’이 그렇다.
나무위키에 따르면, <별이 빛나는 밤에>라는 제목으로 진행되는 MBC의 라디오 방송은 1969년 이후 무려 50년 넘게 지속되고 있다고 한다. 지금은 작사가 김이나 씨가 진행을 한다고 하는데, 현재 대략 40대 중반 이상의 사람들에게 별밤지기의 대명사는 누가 뭐래도 이문세였다. ‘이문세의 별밤’이 방송된 시기(1985년~1996년)는 그야말로 나의 중고등학교 및 대학교 시절을 관통하던 때였다. 걱정과 불안을 달고 살며 뭐를 해도 자신이 없던 그 시절, ‘이문세의 별밤’은 어둡고 차가운 밤바다의 등대불빛처럼 아련한 안식을 주던 고마운 방송이었다.
고등학교 때에는 ‘야자’를 마치고 귀가하는 스쿨버스 안에서, 대학교 입학한 이후에는 도서관에 나와 전철역으로 걸어가면서 워크맨의 주파수를 맞춰 주로 듣고 했다. 별밤뽐내기, 별밤창작극장, 별밤공개방송, 별밤여름캠프 등 하나하나의 코너가 별도의 브랜드였으며, 신승훈, 변진섭, 이상우, 이승환, 윤종신 등 그 시절 즐겨 듣던 가수들이 자주 출연했던 기억이고, 이경규와 김국진이 공개방송 시에 이문세와 호흡을 맞춰 실없이 좌중을 웃기곤 했다. 당초에는 일반인 출연자였던 박경림이 언제부턴가 패널로 성장해서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사는 게 늘 우울했지만 별밤을 찾아 주파수를 돌리던 그 순간만큼은 참 행복하고 설렜던 것 같다. 그 당시 라디오라는 아날로그 감성 자체가 적지 않은 마음의 평안에 도움을 주었던 것도 있지만, ‘이문세의 별밤’을 들으며 웃고 공감하며 마음의 위로를 받았던 덕에 외롭고 힘들었던 시절을 조금은 견딜 수 있었다. 특히, 밤 11시 3부가 시작될 무렵 이문세가 직접 기타를 치며 부르던 로고송을 들으며 세상에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며 종종 잠이 들곤 했다.
창밖의 별들도 외로워~ 노래 부르는 밤~
다정스러운 그대와 얘기 나누고 싶어요
이문세의 별이 빛나는 밤에
https://youtu.be/E38mnbJtl8Q?si=wi78_D8FnjKSs04l
청춘시절 나에게 큰 위로와 치유를 줬다는 측면에서는, 별밤지기로서 뿐만 아니라 가수로서의 이문세 님에게도 큰 빚을 지고 있다. 처음 그의 노래에 빠졌던 “파랑새”부터 시작해서,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수많은 그의 히트곡들에 ’청춘이라고 쓰고 아프고 힘들었던 그 시절‘이 다 녹아있다. 최고의 전성기였던 3집부터 5집까지는 카세트테이프로, 옛사랑이 수록됐던 7집은 LP판을 구입해서 들었었는데, 지금은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아 아쉽고 이문세 님께 조금 미안하다.
이문세 님이 올해 6월부터 아침 라디오 방송에 복귀했다 해서 (비록 실시간으로 들을 수는 없지만) 무척 반가웠고, 이를 계기로 그의 페이스북도 팔로우 중이다. 사실 그와 나는 내 멋대로 알고 있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하나는 나도 그처럼 두 번의 갑상선암 수술을 받았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나도 등산을 무척이나 좋아한다는 것이다. 아팠던 과거가 있기에 지금 더욱 건강하게 지낼 수 있음에 항상 감사하며, 이문세 님도 앞으로 더욱 건강하시고 지금처럼 왕성하게 활동을 해주시길 간절히 바라본다. 그리고 기회가 되면 언젠가 그의 산행에 한번 따라가고 싶다는 내 버킷리스트는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문세 형님! 방송과 노래로 많은 위로를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더욱 건강하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