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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기노 Dec 31. 2020

파워풀한 조기 은퇴를 위한 준비 (2)

2020년 미국 주식투자에 입문하여 나만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다

흔히 투자 관련 교과서에는 일생을 통 들어 자산관리를 함에 있어 주식(주식형 펀드 포함)의 비율(%)을 '100 - 자기 나이' 만큼 가져가야 한다고 나온다. '영끌'까지 해서라도 내 집을 소유하고 말겠다는 우리네 정서로는 언감생심 그야말로 말도 안 되는 주장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으리라. 나 스스로는, 1997년 IMF 경제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필두로 크고 작은 시장의 흥망성쇠를 지켜보면서, 어느 정도 공포에 맞설 수 있는 용기와 (길게 봤을 때) '결국은 주식이 이긴다'는 맹신에 가까운 믿음을 갖고 소위 위험자산에의 장기투자를 바탕으로 그동안 자산관리를 해왔다.


일찍이부터 부동산은 거주 목적 외에 관심도 지식도 없었고, 요즘 같은 초저금리에도 불구하고 정기예금 등에 따박따박 돈을 넣는 이들을 보며 '무지를 넘어 나태함의 극치'라고 손가락질하는 오만방자함이 몸속에 흘러넘칠 정도로 주식이라는 투자수단을 가장 강력한 부의 축적 수단으로 여겨왔다. 그러다 보니,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상황을 겪으면서 6월 이후부터 미국 주식시장에 대한 직접투자를 시작한 것은 어찌 보면 필연이었던 것 같다. 그동안 국내외 자산운용사의 해외펀드를 통해 미국 등 선진국 주식시장에 투자를 꾸준히 해오고 있었지만, 스스로 해외시장에 대해 공부하여 직접 섹터나 종목을 선택하고 나만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해가는 과정은 새로운 재미와 보람을 느끼는 경험이었다. 물론, 올해는 유동성 공급 과잉 등으로 시장이 과도하게 좋았던 부분이 있기에 내가 잘했다는 우쭐함은 전혀 없지만, 어차피 어떤 종목이든 단기매매가 아닌 최소 5년 이상의 장기투자를 전제로 접근해 왔기에 배우면서 시작한 것 치고는 결론적으로 나쁘지 않았던 한해라고 자평해본다.


처음 직접투자를 결심하고 책이나 유튜브를 통해 어떤 종목을 사고 어떻게 포트폴리오를 운용할지 등에 대한 기본적인 공부를 한 후 내가 설정한 방향은 엄청난 fundamental이나 technical 분석보다는 일단은 최신의 산업 및 소비 트렌드를 토대로 내가 좋아하는 기업들 중 애널리스트들의 평가가 나쁘지 않은 기업들을 사보자는 것이었다. 그렇게 최초로 구입한 주식이 알파벳(구글), 월트디즈니, 스타벅스, 코카콜라, 나이키 이렇게 5개 종목이었다. 일단 이 다섯 개를 중심으로 계속 시장 및 기업에 대해 공부해 나가며 조금씩 종목과 보유주식수를 늘려나가는 생각으로 미국 주식시장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부진한 펀드를 일부 해지하고 전직사에서 받았던 스톡옵션 행사분, 기타 단기 유동성 차원에서 보유하고 있던 현금성 자산 등을 활용하여 최초 투자자금을 마련하였고, 매월 월급 받으면 펀드에 불입하던 자금도 직접투자의 재원으로 활용하였다.


그동안은 시간이나 정보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수수료가 조금 있더라도 자산운용사를 통한 펀드 등의 간접투자 위주로 재테크를 해오다 미국 주식투자에 직접 뛰어들다 보니 생각보다 공부하고 챙겨야 할 것들이 많았다. 일단은 평소 잘 알고 있는 기업이라 할지라도 기본적인 매출/재무 현황 및 전망 정보를 체크하고, 미국 애널리스트나 전략가들의 시장 및 종목에 대한 분석 기사나 영상을 계속 확인하다 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들었다. 그나마 코로나로 인하여 개인 시간이 늘어난 덕에 회사생활 및 원래 생활에 큰 지장을 초래하지 않았던 건 다행이었다.


아직도 배우고 가야 할 길이 멀지만, 6개월 정도 직접 미국 주식투자를 경험하면서 조금씩 자연스럽게 나만의 투자 철학 및 전략, 종목 선택 및 관리에 대한 큰 틀에서의 원칙 등을 다음과 같이 정립하게 되었다:

나는 단기적인 trading이 아닌 장기적인 investment를 지향하며, 어떠한 경우에도 대출을 통한 투자는 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는 내가 잘 알고 좋아하는 브랜드나 제품/서비스를 보유한 기업에 우선 투자한다.

경기 사이클이나 산업/소비 트렌드 변화에 따라 계속해서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을 해나가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성장주와 가치/배당주의 비중은 대략 6:4 정도를 유지한다.

성장주에 있어서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업들에 집중 투자하며, 인간의 생명연장이나 건강증진에 기여를 할 수 있는 헬스케어/바이오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도 일정 부분 가져간다.  

통상적인 파레토 최적 (상위 20%가 전체 80%의 결과를 설명) 보다 강한 수준의 분산투자를 지향한다.
*참고로, 현재 나의 미국 주식 보유종목수는 ETF를 포함하여 49개이며 투자금액 기준 상위 10개 보유 종목
  의 비중은 전체의 50% 미만이다.

전체 포트폴리오의 최소 10% 정도는 성장성이나 수익성이 시장에서 아직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 할지라도, 10년 이후 세상을 바꿀만한 주식에 투자한다.
 *이런 맥락에서 내가 최근 관심을 갖고 주가가 떨어질 때마다 조금씩 사 모으고 있는 주식은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을 제공하는 Palantir(PLTR)와 '유전자 가위' 선도기업인 CRISPR Therapeutics(CRSP)이다.


한편, 2020년 말 현재 마이 포트폴리오의 Top 10 보유종목은 다음과 같다:

Amazon

Vanguard Real Estate Index Fund ETF Shares (VNQ)

Enterprise Products Parners

Sales Force

Alphabet C

iShares Select Dividend ETF (DVY)

Walt Disney

Coca Cola

Visa

Alibaba

상기 보유 종목들 중 현재까지 최고 수익률은 가장 먼저 샀던 주식 중 하나인 월트디즈니(61.65%)이며, 최저는 최근 비즈니스 메신저 기업인 Slack에 대한 M&A 이슈로 주춤거리고 있는 Sales Force(-9.38%)이다. 우리나라 투자자들이 8조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는, 올해만 7배 정도 오른 테슬라의 주식도 소액 보유했었지만 지금은 전량 매각한 상태다. 다른 많은 투자자들처럼 나도 Elon Musk의 파괴적 혁신을 늘 지지한다. 또한, 테슬라가 단순한 전기 자동차 제조를 넘어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 로봇 기술 등을 활용한 다양한 사업모델로의 확장성을 가지고 앞으로도 계속 빠르게 성장해 갈 기업이라고 점에 대해 추호도 의심하지 않는다. 다만, 아무리 비전과 스토리가 풍성하다고 할지라도 현재의 valuation은 너무 높다고 생각하기에 당장 다시 들어가기보다 6-12개월 이내에 시장의 큰 조정이 와서 가격 부담이 조금 완화되고 나면 다시 매수하려 생각하고 있다. 물론 그러다가 기회를 놓쳐도 어쩔 수는 없지만 말이다.


과거 수익률 추이나 전문가들의 향후 수익률 전망과 관계없이, 미국 주식시장에의 직접투자를 통하여 내가 설정한 연간 목표 수익률은 7-8% 수준이다. 나도 인간이기에 욕심이 없을 수는 없지만, 탐욕에 사로잡혀 단기간에 일확천금을 노리기보다 오랜 기간 꾸준히 안정적으로 내 자산을 불려 나가고 싶다. 비단 미국 주식시장에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니겠지만, 결국 균형과 절제, 긴 호흡을 통한 인내와 분산, 그리고 지속적인 관심과 공부만이 어렵게 번 내 돈을 지키고 안정적으로 늘려주리라 확신한다.


브런치에 글을 쓰기 위해 한해의 마지막 날인 오늘 기준 투자실적을 정리해 보니, 포트폴리오 전체의 원화 기준 수익률이 12.7%였고 배당금도 누계로 1400불 정도 입금되었음을 확인했다. 미국 주식투자에 입문한 지 6개월이라는 짧은 기간과 최근의 달러 약세 기조를 감안하면 개인적으로는 나쁘지 않은 출발이었다고 생각한다. 2021년에는, 넘치는 유동성으로 인하여 미국의 장기금리가 예상보다 급격히 오를 조짐은 없을지 계속 전문가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더 많이 배우고 공부해 나가려 한다. 언제나 초심을 잃지 않고 마라톤 뛸 때의 심정으로 길게 멀리 보고 욕심을 조절하며 내 페이스대로 가려한다. 나의 미국 주식 포트폴리오가 조기 은퇴를 위한 자산증식의 수단으로써 한 축을 당당히 담당해줬으면 하는 바람을 안고 이제 몇 시간 안 남은 2020년 한 해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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