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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기노 Dec 31. 2021

'조기'를 빼고 파워풀한 은퇴준비는 계속 진행 중

2021년을 돌아보고 2022년을 계획하며

드디어 내년에는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아직은 40대'라고 우길 수 없는 나이가 된다. 연식이 쌓이는 걸 마냥 기뻐할 수는 없지만, 비교적 건강하고 경제적으로나 정서적으로 큰 어려움 없이 새해를 그리고 50대를 맞이할 수 있음에 감사할 따름이다. 커리어 측면에서도 이미 반환점을 돌아 때로는 숨이 차도록 전력으로 내달렸던 오르막길을 이제는 유유자적 조금은 품위 있게 걸어서 내려가고 있는 중이다. 남들보다 일찍 결혼한 덕에 아이들도 어느덧 성인이 되고, 지금부터는 온전히 나를 위한 삶 그리고 우리 부부의 은퇴 준비에 좀 더 집중할 수 있어 그저 축복이라 생각한다.


2021년은 그야말로 내게 다사다난(多事多難)한 해였다. 예기치 않은 실업으로 4개월여를 백수로 살다 난생처음 프리랜서로 일을 해보고, 우여곡절 끝에 해외 기업에 재취업하는 행운도 얻었다. 외국에 나가 여행하는 기분으로 직장생활을 할 계획이었는데, 코로나 상황이 악화되어 취업비자 발급 중단 및 입국조차 제한되는 바람에 당분간 계속 집 근처 공유 오피스에서 원격으로 일하며 디지털 노마드(Nomad)로서의 삶을 체험해야 할 것 같다. 30대 초중반 홍콩 및 일본에서 5년 정도 근무했던 시절 이후 '남은 커리어 아시아 어딘가 현지에 (다시) 나가 근무해보고 싶다'는 오랜 로망에 절반쯤은 다가섰기에 이 정도면 만족한다. 누구의 간섭도 없이 시간 효율 좋게 일할 수 있고 새로운 배움과 더불어 그동안의 경험과 강점을 적당히 활용할 수 있어 고맙기도 하다.


사실 몇 년 전 처음 '은퇴'라는 단어를 떠올렸을 때는 그저 빨리 벌고 악착같이 모아 이른 나이에 실현하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 나에게 2021년은, 의도치 않게 궤도를 잠시 이탈했다 돌아온 후 역시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었음을 실감한 한 해였다. 비단 은퇴만이 아니라 어떤 일에서든 마찬가지지만 제대로 '방향'을 잡는 것은 기본이고, 목적지를 향해 가고 있는 내 상태가 너무 비루하지는 않은지, 도착하고 나서의 계획은 제대로 갖추고 있는지도 충분히 살피며 진행할 필요가 있음을 새삼 깨달았던 한 해였다. 그런 의미에서, '은퇴 준비' 차원에서 얼마 남지 않은 2021년을 돌아보고 새해의 소소한 계획 등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2021년 투자 이야기


최근 대선후보 초청 인터뷰로 화제가 된 '삼프로'를 비롯 많은 유튜브 매체들이 투자와 관련된 유용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는 덕에, 나도 연초부터 금융자산 중 채권 관련 펀드를 대부분 정리하고 주식 관련해서는 국내 및 아시아 비중을 줄이는 대신 미국 시장의 비중을 많이 늘렸다. 결과적으로는 이러한 투자 전략이 주효한 한 해였다. 한국시간 12/30일 기준 S&P500지수의 경우 연초 대비 27% 이상, NASDAQ의 경우 22% 이상 상승할 정도로 미국 시장은 올해도 강세였다. S&P500지수의 경우, 2019년부터 3년 동안 연평균 20%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며 지난 50년을 평균해도 연평균 10% 이상의 수익률을 보이고 있으니 은퇴를 위한 장기 투자처로 이 만한 곳이 있을까 싶다.


내가 직접 투자하는 미국 주식 포트폴리오만 놓고 보면, 연초에는 성장과 배당/가치주 비중이 대략 6:4 정도였는데, 변동성 장세에서 저가 매수를 한 종목들이 성장주가 더 많다 보니 현재는 비중이 7:3 정도로 조정된 상태이다. 성장주나 가치주 장세라는 것을 그때그때 확실히 판단할 자신은 없다. 그저 장기적인 관점에서 성장을 지속하며 수익성을 꾸준히 유지/개선할 수 있는 기업들 중 애널리스트의 목표주가 및 역사적 고점 대비 현재 주가 수준을 감안하여 상대적으로 Valuation이 양호하고 현금흐름이 나쁘지 않은 종목들을 계속 사 모아 갈 뿐이다. 장기투자자이면서 전형적인 반대주의자(Contrarian)인지라, 배당/가치주의 비중이 줄었다는 것은 그만큼 올 한 해 해당 주식들의 성과나 변동성이 성장주에 비해 양호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2021년 말 현재 나의 미국 주식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투자원금 기준)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Top 15 보유종목은 다음과 같다:


Amazon

Alibaba

Alphabet C

Vanguard Real Estate Index Fund ETF Shares (VNQ)

Walt Disney

Visa

iShares Select Dividend ETF (DVY)

Paypal

Enterprise Products Parners

Sales Force

Baidu

Invesco QQQ Trust (QQQ)

Meta Platforms

Apple

NVIDIA


세후 배당금 수익은 대략 450만원 정도였고, 수익이 많이 난 종목 중 Microsoft 등 일부를 매도하는 대신 손실 종목들 물타기하며 양도차익 비과세 한도인 250만원 이하로만 이익을 실현하였다. 투자성과가 가장 좋았던 종목군은 몇몇 빅테크, REITs, 에너지 관련 주식이었고, Alphabet이나 NVIDIA의 수익률이 특히 눈부셨던 한 해였다. 반면, Teledoc, Crispr 등 Cathie Woods의 ARK Invest에서 많이 투자하는 종목 및  Alibaba나 Baidu 등 중국 플랫폼 주식의 성과는 많이 저조했다. 그럼에도 해당 기업들에 대한 장래 성장이나 혁신에 대한 믿음이 있기에 내년 이후 올해의 부진을 충분히 만회해 줄 거라고 조심스레 기대해 본다.    


한편, 작년에는 전 세계 1등이었던 KOSPI의 경우 2021년 연초 대비 4%에 못 미치는 투자 수익률을 보였다.  특히 7월 고점 이후 하락 반전하여 줄곧 지지부진했기에 많이 아쉬웠던 한 해였다. 한 때는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ETF 포함 20개 이상 보유하고 있던 국내 주식 종목은 이제 10개 정도로 줄었다. 손절매가 서툰 반면 이익실현은 성급하게 하는, 행동경제학에서 말하는 전형적인 비합리적 투자 패턴을 따르다 보니 올해 직접 투자한 국내 주식에서는 큰 재미를 못 본 게 사실이다. 장기적으로 "Buy & Hold" 전략을 가져가기에 국내 주식시장은 쉽지 않다는 수많은 개미들의 푸념이 남의 일 같지 않다. 그래서 내년에도 직접이든 간접이든 국내 시장 비중은 조금씩 계속 줄여 나갈 생각이다.


미국, 한국 다음으로 많이 투자하고 있는 중국의 경우, 알리바바에 대한 규제당국의 제재를 필두로 하반기까지 이어진 정책 불확실성 및 부동산 개발업체의 부채 이슈 등으로 올 한 해 내내 주가 흐름이 좋지 않았다. 내 포트폴리오의 경우, 상대적으로 선방한 본토에 상장된 주식이나 전기차 관련 섹터의 비중이 크지 않아 전체적으로 부진했던 수익률에 큰 영향을 주지는 못했다. 반대주의자 입장에서는 그래서 최근에 비중을 더 늘린 시장이기도 하다. 주주로서만이 아닌 소비자 입장에서도, 알리바바나 텐센트 같은 거대 테크 기업들이 지난 몇 년간 보여줬던 파괴적 혁신에 기반한 성장 스토리를 계속 이어 주기를 희망하며, 규제 리스크의 매를 심하게 맞았지만 펀더멘탈에는 문제가 없었기에 주가도 내년 이후 제자리를 찾아가지 않을까 조심스레 기대해 본다.

  

지난 수년간의 저금리 기조 특히 코로나 이후 막대한 유동성 확대로 인해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주식 시장은 다른 자산 대비 상대적으로 투자수익률이 좋았다. 하지만, 2022년에는 유동성 회수 및 금리 인상이 예고되어 있고 기업들의 이익 증가세도 주춤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미국 주식시장에 대한 기대수익률을 낮추라고 조언하고 있다. 만약 일부 전문가들의 예측대로 내년에 미국 시장이 상대적으로 부진할 경우, 올해 미국 시장과 가장 디커플링이 심했던 중국이 반대로 강세를 보여주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다만,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대부분의 보유 종목을 앞으로 최소 5년 이상 유지할 계획이라 한 해의 시장 전망이나 추이가 큰 의미는 없다. 시장에 급격한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들에 계속 관심을 갖고 공부해 나가며 만일의 상황에 대한 대처에 신경을 쓸 뿐이다.  


기타 재테크


2021년은 그동안 '부알못'으로 멀게만 느껴졌던 부동산 투자를 처음 경험해 본 해이기도 하다. 난생처음 토지 경매에 참여하여 낙찰을 받고 대금 및 취득/등록세를 납부한 후 소유권 이전에 대한 셀프등기까지 하고 나니 조금은 부동산 투자를 알 것 같다... 고는 전혀 생각되지 않는다. 경매 용어 및 절차를 익히고, 경매 대상 토지를 답사하고, 부알못에다 경매 초짜다 보니 향후 가치가 있을지? 입찰 가격은 얼마로 할지? 등등 불안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근처 부동산이나 측량사무소에 다짜고짜 들어가 물어보고 이것저것 조사하며 2개월여를 공들여 낙찰을 받고 보니 결과적으로 단독 입찰이라 조금은 허무했다. 낙찰 후 대금납부부터 등기까지 모든 절차를 한 방에 끝내려다 보니, 법원-은행-관공서-은행-법원을 하루 종일 전투하듯 뛰어다녀야 했다. 누군가는 공정하지 않은 방식을 통해 노력에 비해 과도한 이익을 가져가기도 한다지만, 주식과 마찬가지로 부동산 투자도 결국은 많이 공부하고 부지런히 움직이는 사람이 돈을 벌겠구나 하는 지극히 상식적인 깨달음을 얻은 건 작은 위안이었다. 그리고 은퇴를 위한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금융자산의 일부를 부동산으로 분산했다는 점에 만족한다. 투자 목적으로 부동산 비중을 더 늘릴 거냐고 누군가 물어본다면? 당장은 본격적으로 부동산 투자를 할 만큼의 시간이나 자금의 여유도 없지만, 미국을 비롯 글로벌 주식시장 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고 유망한 투자처가 많은 데 '굳이' 잘 알지도 못하는 부동산 쪽으로 관심을 확대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가상화폐의 경우 미국 주식 중 일부 관련 종목을 보유함으로써 간접적인 투자를 하고는 있으나, 직접적인 투자나 채굴에 대해서는 비슷하게 '굳이?'라는 생각을 가져왔던 게 사실이다. 다만, 장기적으로 블록체인이 가져올 미래에 대해 공부를 해 본다는 측면에서 2022년에는 약간의 비중으로 직접 투자를 시작해 볼 생각이다.


은퇴 자산만큼이나 중요한 것들


은퇴할 때까지 그리고 은퇴 이후 삶에 있어서도 줄곧 나와 함께 할 다섯 친구들인 운동, 독서, 여행, 감사, 고독과 관련해서는 코로나로 인해 관계가 더욱 돈독해졌다. 하루라도 빨리 코로나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은 바람에 누구보다 빨리 부스터 샷 포함 백신 접종을 완료했지만, 해외여행을 갈 수 없었던 점은 아쉬울 따름이다. 그나마 코로나 덕에 의미 없는 모임이나 필요에 의해서만 유지되던 인간관계가 자연스레 정리되어 운동하고 책 읽고 사색하며 오롯이 나를 위해 쓰는 시간이 늘어난 점은 참으로 다행이다.


연초부터 4개월여 실직자로 생활하던 기간 동안 나를 지킨다는 명분 하에 매일 걷거나 뛰다 보니, 재취업 이후 운동량을 조금 줄였음에도 올 한 해 일평균 15500보를 걸었다. 책도 평소보다 많은 89권을 올 한 해 동안 읽었다. 상반기 어지러웠던 상황을 생각해보면 좋은 책들이 있었기에 그 시절을 잘 견디고 충만감으로 한 해를 마무리할 수 있는 것 같다. 특히 울림이 있고 여운이 남거나 무릎을 치게 된 책들은, <다산의 마지막 습관> (조윤제),  <생각의 기쁨> (유병욱), <떠난 후에 남겨진 것들> (김새별) 등이었다. 일기를 겸해 책 읽으며 기억하고 싶은 문장들을 수기로 기록하는 노트가 어느덧 몇 장 남지 않아 또한 뿌듯하다.


홀로 즐기지만 외롭지 않은,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결국 같이 살아가기 위한 나만의 고독한 생활 방식이 나는 너무 좋다. 통제할 수 없는 것들을 제외한 수많은 일상의 순간에서 소소한 성취감을 느끼며 별것 아닌 매일의 루틴들을 지키려 하지만, 문득 찾아오는 의외의 상황들을 그 나름대로 즐길 수 있는 인생의 지혜와 여유가 조금은 돋아난 것 같아 반갑고 대견하다. 솔직히 누가 봐도 완벽한 삶이란 그저 허상일 뿐이다. 꿈꾸고 노력한 것 대비 70-80% 정도를 달성했다면 만족할 만한데도, 때로는 매몰된 20-30%로 인한 공허감이 크게 느껴질 때가 있다. 아쉽고 공허한 마음을 더 나은 성장의 촉매로 활용하고 충만함으로 승화시키기 위해서는 결국 겸손과 감사의 마음이 필요하다. 운동 후 땀을 흠뻑 쏟은 후, 가슴에 와닿는 좋은 책이나 영화를 만난 후, 누군가에 무언가에 한 없이 감사하고 겸손해지는 마음을 올해도 여러 번 경험했다. 그래서 또 고맙다. 고독-운동-독서-여행이 감사로 이어지는 선순환 루프야 말로 파워풀한 은퇴를 위한 내 최고의 무형자산이다.


늘 연말에는 한 해를 돌아보고 새해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편이지만, 언제부터인가 거창한 목표지향적인 계획 수립은 지양하고 있다. 회사 생활하며 과업 지향, 결과 지향으로 충분히 열심히 살아왔기에, 이제는 과정을 즐기며 그저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다.


2022 New Year's Resolution:

새로운 경험 (한 달에 한 번은 지금까지 안 먹어본 음식 먹어보기, 요리 배우기)

(대학생이 되는) 딸과 독서토론이나 근교 산행 등 소소한 일상 함께 하기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 말기

꾸준히 기록하고 글쓰기 (감사일기 포함)

매일의 루틴을 지키되 집착하지 않기

누군가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기

어머니께 자주 연락하기

양보다 질적인 인간관계 유지하기 (가까운 사람들을 더 챙기기)

내 마음을 더욱 챙기기 (받아들이는 연습 포함)

일평균 14500보만 걷기 (더 걷지 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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