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짧고 굵은 입사 도전기 (下)

by 립미얼론

(전 편에서 계속)


입사 도전기의 마지막 내용이다. 이전까지의 내용은 '짧은 시간 안에 취업준비 끝내기'라는 어려운 미션을 어떻게 헤쳐나갔는지에 대해 썼는데, 아무래도 남들에게 참고하라고 하긴 어려운, 좀 특수하기도 하고 별로 바람직하지 않은 준비 방법이었다. 하지만 이번 면접 준비기만큼은 누구에게나 도움이 될 수 있는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본격적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나는 여태까지 태어나 살면서 경쟁자들과 동등한 조건으로 응시했던 면접에서 탈락해 본 적이 없다. 신입 공채 면접은 물론이고, 대학교 시절 대외활동이나 동아리 가입 심사 때도 일단 면접 단계까지 가기만 하면 모조리 합격했다. 경력직으로 이직을 시도했을 때 난생처음으로 면접 탈락의 쓴 맛을 보았는데, 그때도 사실 세 곳 중 두 곳에 합격해 입사할 곳을 선택했으니 여전히 높은 성공률임에는 틀림없다.


참고로 지금의 나는 회사를 다니면서 업무상의 이유로 면접관으로 참석하는 경우가 자주 있어, 면접 지원자의 입장뿐만 아니라 면접관의 입장에 대해서도 잘 이해하고 있다. 추후 기회가 된다면 면접관의 관점에서 할 수 있는 조언이나 팁을 소개해도 재밌을 것 같지만, 주제넘게 누구에게 조언을 할 만한 입장도 아니니 오늘은 간단히 신입 공채 당시 면접을 준비했던 기억에 대해 약간의 꿀팁과 함께 써보고자 한다.




Step 1. 예상 질문 그룹핑하기


어느 회사나 신입 면접 예상 문제 또는 최근 몇 년 간 출제된 면접 질문 모음집을 온라인에서 구할 수 있다. 내가 면접을 응시했던 ☆☆그룹의 경우 열심히 온라인을 뒤진 결과 약 50문제 정도로 이뤄진 인성면접 기출문제 세트를 구할 수가 있었다. 그러나 50문제에 대한 답변을 모두 외우는 것은 불가능했다. 외우기도 어려울뿐더러, 애써 외운 답변을 까먹지 않고 잘 말할 수 있으리란 보장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모든 질문을 단 8개의 답변으로 그룹핑했다.


잘 생각해 보면, 내용은 다르지만 결이 비슷하여 하나의 답변으로 여러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가령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위기와 이를 극복한 경험'이라는 질문과, '인생에서 가장 열심히 노력해서 성취한 경험'이라는 질문은 본질적으로 같은 질문이나 다름없다. 저런 식으로 비슷한 결의 질문들을 모아 몇 가지 유형으로 정리한 후, 각 유형별 대표 답변을 준비하면 대부분의 인성 면접 질문에는 간단히 대답할 수 있다.


한 가지 중요한 점으로,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외울 생각은 처음부터 버려야 한다. 완벽하게 외운 답변을 내놓는다 한들 자연스럽게 들리지도 않을뿐더러, 버벅거리지 않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리고 판에 박힌 답변을 내놓는다는 사실 자체에 거부감을 느끼고 감점하는 면접관도 종종 있다. 따라서 답변을 외울 때는 키워드 위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연습을 하는 편이 좋다.



Step 2. 카메라 앞에서 연습해 보기


나는 개인적으로 대학 시절 했던 몇몇 활동들로 인해 카메라를 보는 것이나 표정을 관리하는 것에 꽤 능숙했다. 그래서 최종 면접을 앞두고는 카메라로 내 답변 모습을 찍어가며 연습을 했다. 카메라로 찍어보면 표정이 얼마나 굳어 있는지, 입꼬리는 언제 어색하게 움직이는지, 미간은 또 왜 이렇게 찌푸리는지, 평소 자각하지 못했던 내 표정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매우 어색하게 느껴질 것이다. 처음엔 카메라에 비친 어색한 내 모습을 보는 것이 괴로울 수 있겠지만, 카메라 앞에서도 어색하다면 면접관 앞이라고 자연스러울 턱이 없다. 어떻게든 최대한 자연스러워질 때까지 연습해야만 한다.


그리고 카메라로 녹화를 하며 준비할 경우의 좋은 점은 한 가지가 더 있는데, 자연스럽게 내 답변을 들어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장담하건대 내 얼굴을 보는 것보다 목소리를 듣는 것이 아마 수백 배는 더 괴로울 것이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혹시나 억양이 이상한 곳은 없는지, 내 말투에 나도 몰랐던 말버릇이 있지는 않은지(대표적으로 어, 음, 쯧, 이제 등) 체크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누구보다 돋보일 수 있도록


지금 생각해 보면 면접 당일 오전 내내 나는 면접 자체를 준비하기보단 아웃핏을 만드는 데 최대한 집중했던 것 같다. 잘생기고 예뻐 보이려고 한 것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후보자들 사이에서 돋보이기 위한 노력이었다. 전날 밤 미리 공들여서 다려둔 옷을 입고, 면접 몇 시간 전에 미용실에 들러 머리를 손질하고, 어느 때보다 심혈을 기울여 화장을 했다. 사실 모두가 나처럼 준비해서 왔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별다른 준비 없이 온 사람들이 대부분이어서 놀랐던 기억이 있다.


면접날 오전 내내 엉뚱한 곳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은, 면접에 대한 준비를 이미 전날까지 완벽하게 끝낸 상태였기 때문이다. 상술했듯 나는 단 8개의 답변으로 모든 인성 질문에 대답하는 변칙 작전을 준비한 데다, 카메라 앞에서 매일 최소 두 시간 이상 반복해서 연습을 했다. 거기까지 연습을 하고 났더니, 면접 당일 아침에는 더 이상 준비하는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그 순간에는 정말 스스로 어떤 경지(?)에 올랐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신감이 넘쳤다. 따라서 당일 아침에는 완벽한 아웃핏을 위해 남은 시간을 쏟을 수 있었고, 면접장에서는 마인드컨트롤에 집중하며 차분하게 준비할 수 있었으며, 면접장에 들어가서는 긴장하지 않고 준비한 내용을 모두 꺼내놓을 수 있었다.




이상으로 입사를 위해 했던 다양한 준비와 노력들에 대해 써보았다. 결과적으로 나는 그 해 7월 처음 NCS 특강을 듣기 시작해, 11월 말에 최종 합격 통보를 받았으니 약 5개월 만에 취업에 성공한 셈이다. 물론 여기에 쓴 것이 전부는 아니고, 더 자세히 썼다가는 회사가 특정될 수 있어 쓰지 못한 내용도 많이 있다. 돌이켜보면 다른 사람들이 몇 년씩 준비하는 걸 첫 시즌에 바로 끝냈으니 정말 운이 좋았던 것 같다. 물론 머리만 믿고 거저 얻은 것이 아니기에, 그 시절 미친 듯이 치열하게 준비했던 내 자신에게 새삼 감사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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