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글 중에서 남들이 많은 준비를 해서 여러 번 도전해야 성공하는 분야에 비교적 쉽게 성공하는 경향이 있다고 쓴 바 있는데, 첫 직장에 취업한 일도 그중 하나였다. 참고로 첫 직장은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속한 모 계열사의 경영지원 직무였는데, 지금은 영 맞지 않아 그만두고 다른 것을 하고 있다. 취업을 준비한 과정 속에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건 딱히 없기 때문에, 이 글은 입사 준비의 팁 그런 것은 전혀 아니고, 단지 '이런 식으로 준비하는 사람도 있구나' 정도로 가볍게 읽을 만한 글이 되겠다.
나는 첫 취준을 하기 직전까지 일반 기업체와는 무관한 일종의 전문 직종을 지망하고 있었다. 해당 분야는 타고난 재능이 아주 중요한 분야였는데, 나 또한 어느 정도 재능을 가지고 있어 그럭저럭 성과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순간부터 '안정적인 밥벌이를 할 정도의 재능'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해당 업계와 관련하여 개인적으로 겪은 모종의 사건을 계기로 27살이 되던 해 6월에 모든 미련은 버리고 일반 기업체 입사를 준비하기로 결심했다.
당장 하반기 취업 시장에 뛰어들어야 하는 입장에서, 6월까지 입사 지원서 한 번 써본 적 없던 나로서는 짧은 시간에 해야 할 일이 너무나도 많았다. 모든 것을 완벽하게 준비하긴 어려운 상황에서, 결국 집중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종목과 내 머리를 믿고 맡길 종목을 나눠야 했다. 내 경우는 집중적으로 준비한 쪽은 지원서 및 자기소개서였고, 머리를 믿고 맡긴 쪽은 인적성 시험이었다.
그렇게 판단한 나름의 이유는 있었다. 본격적으로 준비해 본 적은 없지만 인적성 시험의 경우는 그래도 결국 시험인지라 공부를 잘하는 사람에게 유리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당장 긴 시간을 들이기보다는, 학교에서 열어준 NCS 특강을 짬 내서 듣는 정도로만 준비했다. 게다가 자기소개서를 잘 쓰지 못하면 인적성을 볼 일도 없을 것이고, 어느 회사의 전형이냐에 따라 인적성 시험의 유형도 달라질 것이기 때문에, 지금 당장은 무조건 자소서를 준비하는 것이 답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따라서 나는 친구가 소개해준 스터디 그룹에 들어가 미친 듯이 자소서를 쓰고 피드백을 받았다.
역시 처음 써본 자소서는 쉽지 않았다. 내는 족족 탈락이었다. 귀하의 출중한 능력에도 불구하고 제한된 기회로 인해 모실 수 없다니, 정중한 메일 내용이 어찌나 얄밉던지. 문득 엄습하는 패배감에 갑자기 왈칵 눈물이 나는 날도 있었다. 그렇게 매일매일 거절당하는 데 익숙해져가고 있던 어느 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다른 내용의 메일을 받게 되었다.
20##년도 ☆☆기업 하반기 신입공채 서류전형에 합격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합격자를 대상으로 필기 전형이 진행되오니 (...)
어디든 붙여만 준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붙고 나니 그거대로 큰일이었다. 하필이면 인적성이 어렵기로 소문난 곳 딱 한 곳이었다. 게다가 상술했듯 인적성은 어느 정도 머리를 믿고 가기로 했으므로, 응시가 코앞인 상황에서 준비가 거의 안 된 상황이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나는 27살이었고, 기회는 언제 다시 올지 모른다. 이 한 번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한 작전을 세워야 했다. 합격 통보는 월요일, 인적성 시험 날짜는 같은 주 일요일. 단 6일의 시간 안에 어떻게든 한 번도 풀어본 적 없는 ☆☆기업 인적성 시험을 마스터해야만 했다.
머리를 믿고 있었으니 이젠 진짜 머리를 써야 한다. 일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책을 여러 권 풀 여유 따윈 없었다. 당장 서점으로 달려가 가장 먼저 눈에 띈 ☆☆기업 인적성 모의고사 책을 사 왔다. 책에는 모의고사가 4회분 정도 수록되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여러 출판사에서 나온 책을 풀어볼 시간이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당장 일주일도 남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나는 이 한 권에 수록된 모든 문제 유형을 완벽하게 외우는 것을 목표로 하루에 한 번씩 책 전체를 풀었다. 점점 푸는 속도는 빨라졌고, 문제 유형이 어느 정도 머리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결전의 날 아침이 밝았다. 당일 아침 지하철을 타고 가는 길에 안 일이지만, 그때 내가 사서 풀었던 OOO 출판사의 인적성 모의고사는 오답률도 높고 문제 유형도 잘 안 맞는 걸로 악명이 높았다고 한다. 허허. 하필 한 권을 골라도 나는 그런 것을 골라왔구나. 시간을 되돌릴 수도 없는 노릇이니, 다음 기회가 있다면 반드시 미리 준비하겠노라 다짐하며 부담 없이 응시장으로 들어갔다.
(다음 글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