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능자에 대해 브런치에 글을 쓰기로 결심하기 이전, 비슷한 경험을 했던 사람들의 글을 좀 찾아보았다. 그중에서는 고지능자의 이런저런 특성들로 인해 인간관계에서 상처를 받은 사람들도 있었고, 심지어 우울감의 원인을 찾다 보니 높은 지능이 그 이유였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대체로 이해받지 못해 불편했다는 내용이 많았던 반면, 의외로 지능이 높아서 그만큼 편하게 살았다는 글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지능이 발달한 영역은 사람마다 모두 다를 것이기 때문에 개인차가 있겠지만, 솔직히 나는 편한 점도 꽤 있었다. 남들이 서너 번 만에 성공할 일도 별다른 준비 없이 한 번에 성공한 경우도 많았고, 새롭게 시작한 일이라도 다른 사람에 비해 아주 빠르게 요령을 터득하기 때문에 많은 일들을 쉽게 쉽게 처리해 낼 수 있다. 가령 브런치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 순간부터 작가 신청을 하기까지 반나절 밖에 걸리지 않았고, 단 한 번의 신청으로 곧장 브런치에 글을 쓸 기회를 얻을 수가 있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러한 어려움을 겪은 사람들의 이야기에 공감이 가는 부분도 있었고, 내가 겪었던 어려움들이 떠올라 마음이 한없이 가라앉게 하는 내용도 있었다. 어쨌든 아웃라이어로 산다는 것은 이래저래 번거로운 일임이 분명하고, 나 또한 그로 인해 인생의 어두운 시절을 겪은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학창 시절 내내 가장 많이 들은 말이 바로 '재수 없다'일 것이다. 다른 친구들에 비해 학업 성취도가 높았고, 암기력도 좋아 시험도 곧잘 보곤 했으니 겸손을 떨었어도 재수 없어 보였을 텐데, 문제는 내 행동이 재수 없어 보인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점이다. 항상 또래 아이들에 비해 뭐든지 많이 알고 있었고, 친구들이 틀린 사실을 말하면 이를 면전에서 지적하지 않고선 못 배기는 성격이었다. 게다가 말도 많은 편이라 항상 어떤 대화에든 끼어 아는 척을 하곤 했다. 어찌나 성격의 결함이 심각했던지 무려 내 말에 기분이 상한 이모가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애가 너무 재수 없게 말한다'라고 항의하셨을 정도이다. 그 정도로 싸가지가 없는 아이였으니 내게 지금까지 만나는 중학교 친구가 없다는 사실도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고등학교로 진학하면서 나는 이전에 비해 확실히 성숙해졌는데, 특히 메타인지능력이 많이 개선되었다. 이 시절쯤의 나는 내가 했던 말이 재수 없는 망언인지, 혹은 남의 기분을 상하게 만드는 실언인지 어느 정도 판단하는 능력이 생겼다. 이를 통해 스스로의 태도에 대해 최소한 반성하고 사과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재수 없는 말을 일단 내뱉기는 한다는 점에서는 별로 다를 게 없었다. 스스로의 말이 재수 없고 무례한지를 '내뱉기 전에' 판단하는 능력은 대학교 시절 생겼는데, 달리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고 그냥 나이를 더 먹은 만큼 성장한 것 같다. 결론적으로 이 시점 이후의 나는 극도로 신중하게 말을 하고, 무엇이든 단정적으로 말하기를 꺼리는 성격을 갖게 되었다.
인간이 가진 여러 능력은 각기 다른 속도로 성장한다. 어떤 능력은 선천적으로 타고나지만, 어떤 능력은 반드시 경험을 통해 체득해야 한다. 특히 사회성은 후천적으로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배워야 하는 역량으로, IQ로는 파악할 수 없는 또 다른 차원의 지적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높은 IQ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사회성에서는 또래 아이들과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더 뒤처질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러한 후천적 역량들이 선천적인 지능의 발전 정도와 비례하지 않기 때문에, 많은 고지능 아이들은 학창 시절 사회생활에서 어려움을 겪게 된다. 또래 압력(Peer Pressure)이 강한 중학교/고등학교와 같은 환경에서는 높은 지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이질감으로 작용하므로, 결국 고지능 아이들은 이유도 모른 채 또래들로부터 배척당하고, 심지어는 왕따나 학교폭력의 피해를 입게 되는 일도 있으며 이때의 트라우마로 인해 성인이 되고 나서도 괴로움을 겪곤 하는 것이다.
나의 경우도 그랬다. 다른 아이들에 비해 뛰어난 지능과 함께 딱 그 나이 수준의 사회성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 앞에서 겸손할 줄을 몰랐던 것이고, 이로 인해 주위 사람들이 이질감과 불쾌함을 느꼈을 것이며, 서서히 또래 아이들로부터 배척당했던 것이다.
내가 또래 아이들로부터 배척당하지 않게 된 것은 대학교 1학년 이후의 일이다. 내가 나온 대학교는 비교적 열심히 공부한 학생들이 진학하는 학교였으므로, 태어나서 처음으로 나와 비슷한 속성을 가진 또래 아이들 속에 있게 되고 나서야 나는 더 이상 배척받는 기분을 느끼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이다.
내겐 아직 아이가 없기 때문에, 그저 '고통을 다 겪으며 큰 아이'의 입장에서만 말해보겠다. 또래 아이들에 비해 아웃라이어 수준의 높은 지능을 가지고 있는 아이들이라면 상술한 상황은 거의 반드시 겪게 될 것이다. 나는 내가 왜 재수 없다는 소리를 듣는지를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조금 더 우울한 학창 시절을 보내고 말았는데, 만약 똑똑한데 싸가지없는 아이를 둔 부모가 있다면 일단 아이의 지능 검사를 해 보시기를 권장드린다. 그리고 아이가 고지능자라는 결과를 얻게 된다면, 그다음은 아이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집단에 속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그것이 영재반일지, 멘사일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아이가 너무 힘들어한다면, '지금 네가 힘든 이유는 네가 다른 아이들에 비해 지능이 높기 때문'임을 건조하게 말해주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한다. 왜 어려운지 그 이유를 아는 것과 모르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이상의 내용은 어떤 레퍼런스도 없이 철저하게 내 경험에 기반하여 쓴 내용으로, 혹시 읽으면서 틀린 부분이나 동의할 수 없는 내용이 보인다면 적절히 가려서 읽으시길 권장드린다. 아무쪼록 모든 고지능 아이들이 자신의 재능을 인정받고 뽐내며 살 수 있는 사회가 되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