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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ar Havana Dec 30. 2017

고양이의 공습

호두와 84일째 지내는중


호두가 7월 25일에 태어났으니 이제 갓 5개월째 살아가고있는 셈이다.


고양이들은 생후 1년간 폭풍 성장을 하여 거의 성묘의 모습이 되고, 이후 그 모습이 유지된다고 한다.


5개월차인 지금 시점을 인간의 생애주기와 비교했을 때 초등학교 시절이라고 하여, “캣초딩” 이라는 별명이 붙곤 한다.


이 시절의 특징이라면, 밤낮없이 우다다 뛰어다니고, 장난감에 열정적인 반응을 보이며, 이가 나고 커지는 과정이라 이것저것 물어뜯는다.


호두는 태어난지 3개월차부터 깨물깨물 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턱에 힘도 없고 이도 뾰족하지 않아서 깨물어도 ‘에구 귀여워~ 깨물어쪄여~ 아이쿠 무서워라~’ 하고 그냥 놔뒀다.


근데 요즘은 점점 힘도 세지고 이도 많이 나면서 내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세게 깨문다.... 흑흑


옷으로 가려진 부분은 건들지 않고 손, 발을 깨물깨물한다. 살과 뼈가 혼합된(?) 인간의 몸을 깨물 때 가장 깨무는 맛이 (??) 있는듯 신나게 깨물어댄다.


정말 흥분했을 땐 침대에 누워있는 내 얼굴로 달려들때가 있는데, 그럴땐 나치군의 핍박을 피해 지하 동굴에 숨어있는 폴란드 군사가 된것마냥 이불 속에 숨는다.


그리고 호두는 그 이불 위에서 쿵쿵 거리기도 하고 이불 안으로 들어와서 총공격 하기 위해 틈새를 찾는다.


오늘은 전날 과음으로 아침에 숙취가 너무 심해서 침대에 괴로워하며 누워있는데 호두가 깨물기 시작했다. 호두에게 오늘은 진짜 힘드니까 좀 냅두라고 부탁했지만 그런 말이 통할리가 없다. 역시 이불 속으로 숨어서 이 공습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그래도 다행인건, 선배 집사들에게 이런 고민을 털어놓으면 그 시기가 지나면 안깨문다고 걱정말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깨물깨물 공격을 생각하면 얼른 쑥쑥 컸으면... 하다가도 장난감에 격하게 반응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이 시기의 고양이가 너무 귀여워서 천천히 컸으면.. 하는 두 마음이 오락가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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