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동 1층 D방

by 아씨

"네 방이 5000명 유학생 중에 5000번째 방이야."

순간적으로 이 문장이 떠올랐다.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

직감적으로 이 사실을 깨달았다. '아,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구나. 내 신고식은 이제 시작이구나.'




9동 1층 D방 이곳은,

9동은 기숙사 입구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었다. 그래 운동이라 생각하고 좀 더 걷지 뭐, 하지만 동시에 9동은 도로와 술집 옆이라 온종일 오토바이와 차 소리, 밤이면 크게 울려 퍼지는 음악소리와 술주정이 새벽까지 이어졌다.

다음은 1층. 기숙사는 7층까지였는데, 고양이가 득실득실한 기숙사 안에서 1층은 아무 때나 고양이와 마주칠 수 있음을 의미했다. ( 아이러니하게 복단대 기숙사 안의 고양이 천국이었다. 고양이들의 쉼터인가, 학생들의 기숙사인가 ) 또한 언제든지 방안에서 바깥사람과 아이 컨텍이 가능하고 프라이버시는커녕 각종 대화와 소음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곳이었다.

자, 마지막으로 D방. 복단대 기숙사는 매 층마다 양쪽에 두 개의 호실이 있고 한 호실 안에 A, B, C, D 네 개의 방이 있다. 현관을 열면 공동공간과 세면대, 작은 화장실 2개가 있는 구조이다. 그중에 화장실 옆이자 테라스도 방도 가장 작은 곳이 바로 D방이었다.

종합하자면 제일 멀고 시끄럽고 동물과 외부인에게 가장 노출되어있는 방, 이곳이 바로 꿈과 희망에 환상을 얹어 상해에 온 내가 1년을 머물게 될 곳이었다.


카드 키를 대고 들어와 마주한 방은 여기서 조금 더 최악이었다. 벗겨진 시멘트와 더러운 바닥, 금이 간 벽과 각종 벌레가 죽어있는 화장실, 방충망은커녕 닫기 지도 잠기지도 않는 창문, 그리고 뿌옇게 이는 먼지와 눅눅히 가라앉은 곰팡내까지. 이야, 이보다 더 안 좋을 수도 있나? 과연 듣던 대로 5000번째 최악의 방이구나.


정든 집을 떠나 장장 열두 시간 만에 들어온 곳이 이런 데라니,

여기서 내가 1년을 살아야 한다니. 방 안에 우두커니 선 내 눈에선 나도 모르게 눈물이 뚝뚝 흘렀다.


도착 첫 날, 나의 방. 여기가 바로 9동 1층 D방.



>> 빨리감기로 시간을 좀 돌리면,

싫은 이유 100가지를 댈 수 있었던 9동 1층 D방이 '나의 하나밖에 없는 아늑한 쉼터'가 되기까지는 딱 2주가 걸렸는데, 그 후로 이 방은 5000개 방 중에 가장 훌륭한 방이 되었고, 난 4999명에 뒤지지 않을 멋진 방을 얻었다고 자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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