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상해 적응기
9동 1층 D방, 나는 살기로 했다. 그곳에서.
사실 매우 오랫동안 이사를 바랐고, 기다려왔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큼지막한 캐리어 두 개를 풀지 않고 용케 2주를 넘게 생활했던 나였다. '이사의 꿈을 안고.'
그러나 계속 이렇게 생활할 수는 없는 노릇. 살아야지, 살면 되지 하고 나니 어째 이 방이 영 친숙하게 느껴졌다.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더러운 방을 치우고, 정이 가도록 꾸미는 일. 하루 이틀 안에 끝날 청소가 아니었다. 제일 자주, 오래 쓰는 책상과 침대를 말끔히 치워놓고 나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창문. 창문을 열고 싶어도, 방충망이 없는 문화 탓에 벌레와 방을 함께 써야 했다. 방충망과 양면테이프가 따로 배송되어 온 것을 보고 경악, 그러나 땀을 흘려가며 창문에 DIY 방충망 설치 완료!
다음은 짐 정리였는데, 옷장에 웬만한 옷들은 다 집어넣는데, 신발이 문제였다. ( 지금 생각하면 다소 황당하고 어리석지만 ― 나는 4계절 당 두 켤레는 족히 챙겨갔다. ) 넘치는 신발을 수납할 공간이 없었다. 방도 좁은데 이 많은 신발을 어디다 두지. 바로 淘宝에서 DIY 신발장을 주문했다. 방충망 후로 나의 DIY 자신감은 이미 충만했다. 신발장을 주문하면서, 눈에 띈 조립 서랍. 가지고 온 라면과 즉석밥, 각종 3분 요리도 정말이지 둘 데 가 없었다. 바닥에 어지러 놓자니 한계가 있었고, 일단 나의 유난스러운 성격에 용납이 되지 않았다. 그리하여 탄생한 두 개의 DIY 결과!
몇 날 며칠을 쓸고 닦고 한 결과 나 스스로도 뿌듯한 어디 내놓아도 될만한 방이 완성되었다. 방을 다 치우고 나서는 혼자 러브하우스의 BGM을 흥얼거리며 몇 번이고 방문을 여닫았다. 따라라라라라 ~ 따라라라 ~
정말 못 살 것 같았던 방이 가장 편한 집이 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