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돈>, 2019
영화 <돈>은 돈 버려다 사람 버린다는 메시지를 러닝타임 내내 고스란히 보여준다. 그런데 영화가 끝나면 '돈이 뭐라고'라는 한숨 뒤에 곧바로 '그래도 많을수록 좋지.'라고 생각하는 아이러니한 자신을 발견한다. 그 순간, 아!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 든다. 여기까지가 이 영화의, 영화를 만든 사람들의 빅픽쳐(큰 그림;의도)였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영화는 말한다.
네, 여러분. 100만 원보다 200만 원이 좋지요, 그게 2천만 원이 되고 2억이 되면 더 좋겠지요. 그게 사람입니다. 그런데 그게 사람입디까? 더 큰돈을 바라고 쫓는 동안 당신이 본 게 사람 맞아요?
이 영화에 대해 '돈으로 시작해서 돈으로 끝난다.'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아니라고 말한다. 돈으로 시작해서 절대 돈으로 끝나지 않았다. 돈으로 시작해버린 또는 시작돼버린 일이 돈으로 끝나면, 아무도 다치지 않는다. 돈만 있다 없다를 반복할 뿐. 현실은, 훨씬 날카롭고 무서우며 그 현실에 누구도 나 자신을 제외할 수 없다. 이쯤 되면 이 영화는 리얼리티 호러영화다. 귀신도 없는데 무서운 게 진짜 무서운 것 아닌가.
류준열 배우는 영화 내내 돈을 쫓았을까 돈에게 쫓겼을까?
얼마 전 영화 <독전:익스텐디드 컷>을 다시 보며 '공허하고 외로우면서도 무섭도록 단호하고 차분한' 류준열 배우를 만났다. 그러다 다른 채널의 여행 예능에선 배낭을 메고 카메라를 든 천진난만한 류준열이 보인다. 그리고 며칠 전 30도를 찍고야 만 그 날,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다시 보았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한 번씩 보는 나만의 행사다.) 그는 천생 연기자다. 특히, 되게 짠내 나는데 그 짠내가 사람을 독하게 하는 그 연기의 일인자다. 독전에서도 그랬다. 출신도 부모도 이름도 모르는 그가 뿜는 날이 시퍼런 카리스마의 베이스는 짠내였다. 리틀 포레스트의 순박하지만 야무진 귀농 청년의 카리스마에도 상경 후의 짠내가 배어있었다. 아, 그 여행 예능에서도 택시를 놓치고 팁을 갈취당하는 짠내가! 심지어 리얼 예능 버라이어티에서. 이쯤 되면 그의 연기에는 리얼한 짠내가 한 스푼 더해졌었나 보다. 30대 남자 배우에게서 스윗하고, 능글맞은 로코형 연기를 기대한다면 선택지는 제법 많다. 하지만 슈트와 반바지를 번갈아가며 다부진 공감형 카리스마를 뿜어낼 역할이라면, 단번에 류준열이 떠오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