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세 살에 첫사랑을 포함한 반 전체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교사로부터 1시간 동안 폭력을 당했고, 1년 동안 지독한 괴롭힘과 왕따를 겪었다. 한순간에 난데없이 영혼이 산산이 부서지는 경험을 했다. 아직 채 자라지도 않은 마음에 깊숙한 생채기가 남았다. 그렇다면 그 후의 학창 시절은 어땠을까? 쭉 어두웠을까?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그 일을 잊기 위해, 없었던 일처럼 살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했던 것 같다. 그일 하나로 ‘나’를 완전히 죽여가며 살고 싶지 않아 그렇게도 애를 썼다. 그럼에도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 순간은 불쑥불쑥 찾아왔고 이따금 나를 지독하게 괴롭히기도 했다. 교실이라는 장소는 내게 그런 공간이었다.
두 번째 교사 폭력은 중학교 1학년 신학기 때 발생했다. 드디어 ‘그 반’을 탈출해 마음 맞는 새 친구들이 생겼다는 사실에 들뜬 마음이었다. 아침 조회 시간에 친구들과 쿡쿡 웃으며 쪽지를 주고받았다. 갑자기 맨 뒤에 서있던 담임 선생님이 내 이름을 불렀고 뒤로 오라고 손짓했다. 영문을 모른 채 뒤로 갔는데 갑자기 따귀로 날아온 두툼한 손바닥. 이번엔 남자 선생님의 손이라 정말 눈에 불이 번쩍했다. 조회시간에 떠든다는 이유에서였다. 놀랐지만 6학년 때 겪었던 모독은 없었기에 하나의 해프닝처럼 지나갔다. 게다가 다행히 그 일로 친구들이 따돌리는 일은 없었고 그 이상 마음 다치는 일은 없었기에 무덤덤했으니 참 웃길 노릇이다.
그 후로 중학교 졸업할 때까지는 비교적 무난한 학교 생활을 했다. 마음 맞는 친구들을 만나 활발해지기도 하고 즐겁게 학교 생활을 하기도 했다. 나도 이렇게 잘 지낼 수 있구나, 내게 이렇게 활발한 성격이 있었구나, 친구들이 이렇게 나를 좋아할 수도 있구나.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기분이었고 자신감이 올라갔다. 벼락치기였지만 성실히 공부해서 성적은 중상위권을 유지했다. 물론 3학년이 되면서 친한 친구들과 멀어져 다시 조용한 학생으로 돌아갔지만 적어도 왕따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내 학창 시절 마지막 호시절이었다.
세 번째 폭력은 고1 때 일진들로부터였다. 원하던 고등학교를 지원했지만 떨어지고 학군이 좋지 않은 지역의 남녀공학으로 입학하게 되었다. 그때 사춘기가 세게 왔다. 원치 않은 학교에 입학했던 나는 비교적 모범생이었던 중학교 때와는 다르게 눈썹도 날카롭게 밀고 늘 반항심 어린 표정으로 학교를 다녔다. 그렇다고 노는 무리에 속한 것도 아니었다. 친구와 공부는 커녕 학교 다니는 자체가 정말이지 싫었다. 어느 날은 급식실에서 밥을 먹고 나오는데, 소위 일진 같아 보이는 무리 중 한 명이 나를 뚫어지게 쳐다본다. 무섭게 째려봤다는 표현이 정확하겠다. 나는 뭘 쳐다보냐는 시그널을 보내고는 교실로 돌아왔다. 몇 분이 지났을까, 나를 쳐다봤던 일진을 포함한 두 명이 우리 교실로 찾아왔다. 힘도 세고 덩치도 컸던 두 명은 욕을 하면서 번갈아가며 내 배를 들고 찼다. 반항할 새도 없이 교실 바닥에서 발길질을 당했다. 당연히 이를 제지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아픔과 동시에 같은 반 아이들의 시선과 창문 밖에서 흥미롭게 쳐다보는 다른 반 남자아이들의 올라간 입꼬리가 보였다. 굴욕적 이게도 항복의 뜻을 보이고 나서야 발길질을 멈추고 비아냥거리며 교실을 나갔다. 이번에는 스스로가 부끄러워 부모님께 차마 이 일을 얘기할 수 없었다.
그 뒤 그 무리가 날 괴롭히는 일은 없었지만, 대놓고 반 아이들이 괴롭히거나 따돌리진 않았지만, 내게 다가오는 이도 없었다. 같이 동아리 활동하던 아이들과도 멀어지면서 동아리도 탈퇴했다. 유일하게 같이 다니던 친구는 내내 학교오기 싫다고 하더니 며칠씩 학교를 안 나왔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학교를 자퇴했다. 그렇게 다시 외톨이가 되었고, 학교는 다시 지옥이 되었다. 익숙해지고 무력해진 나는 투명인간을 자처했다.
하루하루 견뎌내는 삶, 이게 맞냐고 스스로 몇 번씩이고 반문했다. 지옥 같은 교실을 이젠 정말이지 벗어나고 싶었다. 이따금 엄마 품에 안겨 자퇴하고 싶다고 울부짖었지만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또다시 3년을 꾸역꾸역 버텨내 무사히 졸업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졸업식날, 나는 전교생 앞에서 저소득층 학생 장학금을 받으며 졸업했다. 나의 불행을 공공연히 낙인찍히며 마무리하는 느낌? 내가 기억하는 학창 시절 마지막 수치다.
12년간 전문 아웃사이더로 학창 시절을 보냈으니 소위 인싸인 친구들은 내 눈엔 늘 동경의 대상이었다. 인생의 주인공으로 반짝반짝 빛나며 살아가는 그 아이들을 늘 부러워만 하던 나는 내 인생에서조차 스스로를 엑스트라라 자처했던 것 같다. 역설적이게도 그래서 마음속엔 늘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고 주목받고 싶은 욕구가 커져갔다. 그리고 언젠가는 그들처럼 주인공으로 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