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는 정말 예뻐지고 싶어.

by 심플정쌤

엄마 나는 정말 예뻐지고 싶어.

오랜만에 엄마와 자겠다하여서 같이 자면서 딸이 한 얘기.

내가 보기엔 그리고 이모들(나의 친구들)이 보기엔 아주 예쁘지는 않지만 그래도 나보다는 예쁘고 단정한 외모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 딸은 예뻐지고 싶단다.


중1부터 고3때까지 같은 겨울 코트를 입어서 제발 이제 이 코트 좀 버리라고 이야기하는 친구들의 말도 사뿐히 즈려밟던 나와는 달라도 너무 다른 딸이어서 솔직히 당황스러웠다.

엄마가 늘 골라주는 옷을 아무런 생각없이 입고 다녔던 나는 5살부터 옷을 고르기 시작한 딸의 행동이 어이가 없고 또 없었다. 하지만 나는 그냥 고르게 두었다. 여름에 겨울옷도 입고 나가고 겨울에 여름모자도 쓰고 나가는 일들을 했지만 그래도 그냥 두었다. 단 <추울 수 있다, 더울 수 있다> 경고 정도는 꼭 해서 내 보냈다. 한 두번 고초를 겪고 나면 스스로 안하기는 했지만.


한참 공주옷에 심취해있다가 초등학교 1학년에 올라가서는 청바지와 티셔츠를 언니답게 입겠다하여 한차례 옷을 다 바꾸었다. 어차피 출근을 내가 먼저 해서 옷은 자동스레 아이가 골라입으니 난 저녘에나 돌아와야 아이 옷을 볼 수 잇었다. 단 한번도 아이옷을 골라 준 적이 없다.

4-5학년 쯤 부터는 내가 사준 옷에서 손도 안대는 것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스스로 고르게 하였다. 기본적으로 깔끔하게 입으니까 그냥 두었다.




그런데 이제는 화장이다. 전담시절 내 수업에 들어오는 모든 학생은 화장을 할 수 없다라는 말을 공표하고는 학생들이 화장실에서 화장을 지우느라 난리가 한바탕 나던 엄하디 엄한 내가 자식 앞에서는 무너졌다. (초등과 중등의 차이이기는 하지만.)


중학교를 가더니 친구들이 선물해준 것, 친구들이 가르쳐주는 화장법, 유튜브에서 보는 화장법들.... 하나하나 숙지하더니 조금씩 해보기 시작한다. 더 이상 막을 수 없음을 감지한 나는 가부끼 화장은 절대 안된다, 반드시 깨끗하게 지우고 잔다, 확인된 화장품만 쓴다. 등등의 조건을 내 걸어서 중간중간 확인만 한다.


그러더니 어제는 급기야 코를 높혀주는 교정기? 같은 것을 사달라고 한다.

신체 구조 이름까지 써가면서 콧볼이 어때야 어떻게 보인다는 그런 말을 하면서 사달라고.

아니나 다를까 학생들 사이에 유행인지 그 사이트에는 기이한 주문이 급증으로 배송이 늦는다고 쓰여있었다.

사장님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 인가보다. 나는 이런 것은 너의 용돈으로 사야하는 것 아니니? 라고 궁시렁 거리면서 주문해주었다.


너무 좋아하면서 조용히 말하기를...


엄마 나는 정말 예뻐지고 싶어...



그 말이 이 엄마 마음 속에 팍 꽂혔다.

그리고는 "미안해. 엄마 아빠 유전자가 거기까지니..... (대문자 T 엄마) 그래도 엄마 아빠의 조합으로는 가장 이쁜 아이가 태어나서 엄마랑 아빠는 기뻤어. "


아이는 조용히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은채 그래도 기분은 좋아졌는지 대답밖에 안하던 녀석이 갑자기 자신의 반에 1번부터 끝번까지 친구 모두의 특징을 나에게 말해주다가 잠이 들었다.


사실은 원래의 나라면 다른 사람의 시선은 의식하지 말고 너는 너의 길을 가야해!!! 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내가 살던 세상과는 다르고 또래 집단의 문화도 무시할 수 없으니 아이를 바꾸기 보단 나를 바꾸어야 겠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노력하는 중이다. 꼰대인 내가 변화하는데 속이 부글부글 끓겠지만 그래도 노력해 보아야겠지.


PS. 그래 생각해보니 이 엄마도 미용기구만 몇개째 샀는지 모르겠구나. 이번에도 하나 장만했는데 마음에 아주 든단다. ^-^


그리고 나는 고2때 처음으로 수학여행갈 때 내 용돈으로 잠바를 사겠다고 엄마에게 선언했는데 엄마의 당황하신 표정이 아직 기억이 난다. 그리고 백화점에 가서 내가 모아놓은 용돈으로 필라 하얀색 잠바를 사서 입고 갔는데 친구들이 이쁘다고 해주었던 기억이 있다. 나는 겨우 고2에 하던 일을 내 딸은 아주 어릴 때부터 하니.... 그런데 늘 그 필라 잠바 사던 생각이 나서 분기별로 딸과 꼭 쇼핑몰에 가서 최신 유행하는 옷 몇벌 정도는 사준다. 얼마 전에도 널*에서 트레이닝복 세트를 사주었는데 (생각보다 고가여서 손이 후덜덜...) 친구들이 이쁘다고 했다고 기분이 좋아 돌아왔다. 그런 모습을 보면 나는 늘 그 필라 잠바를 사던 그 날이 생각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