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유럽 가족 여행 2

친구덕분에 잘 묻어간 벨기에 여행.

by 온새미로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해 하룻밤을 잔 뒤 스시를 챙겨먹고 벨기에 친구집으로 향했다. 체력이 떨어지기 전에 친구를 만나는 것이 좋아서. 사실 난 친구를 만나러 여행 온 목적이 가장 컸기 때문에 가장 설레는 시간이었다.


벨기에. 작은 나라지만 여러 나라의 모습이 보이고 작아서 오히려 짦게 여행하기에 많이 본 느낌이 나는 도시였다. 1월 1일이여서 크리스마스 느낌이 아직 가시지 않아 더 이쁜 모습으로 우리를 반겼다. 도착하자마자 친구는 <그랑플라스>에 우리를 데려갔고 프랑스의 빅토르 위고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이라고 할 만큼 사방이 정말 이뻤다. 딸의 우와 하는 감탄사에 친구의 부부는 좋아했다. 나도 꼽으라면 그 광장이 가장 이쁘다는 생각이 든다. 작지만 그 안에 있을 것이 다 있는, 로망과 운치가 녹여있는 그 광장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친구는 쉴새없이 가족사진을 찍어주었고 <오줌싸개 동상>을 가는 길에 벨기에의 찐 와플을 먹게 되었다. 길거리에서 갓구운 와플을 먹는데 분위기에서인지 정말 맛있게 느껴졌다. 다소 먹기 불편한 그 와플도 외국이어서 그런지 마구 흘리며 편하게 먹을 수 있었다. <오줌싸개 동상>은 남자아이인데 그 거리에 상인들이 만든 <오줌싸개 여자동상>도 친구가 위트있게 보여주었다. 약간의 어색함은 있었지만 이것 역시 나의 편견이라며 이내 생각을 접었다.


사실 벨기에는 나의 친구를 만나러 간다는 생각뿐이었다. 너무 바쁜 현생으로 여행 준비는 물리적인 준비만 했을 뿐 여행책을 사서 비행기에서 보기 시작한 것이 전부였다. 생각보다 더 이쁜 도시였고 연말 분위기도 한껏 느낄 수 있어서 여행의 시작이 참 좋다싶었다.


이 먼곳에 주재원으로 나가있는 내 친구와 수다떨고 술 한잔 하는 것이 가장 나의 큰 즐거움이었다. 그 먼 곳에서도 우리의 교육열은 식지 않고 애들 교육을 이야기하고 서로의 하소연을 늘어놓았다. 내 친구는 공부를 많이 하던 친구라서 살림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사람은 여유가 있어야 안하던 것을 하게 되는 건지 살림을 참 이쁘게 하고 있었다. 이국적인 집에서 유럽풍으로 살림하고 있는 그녀를 보면서 나는 감탄을 연속적으로 하였다. 나의 집으로 돌아가서 내 집도 유럽풍으로 다 갈아엎고 싶을 만큼.


벨기에에 와서도 친구 덕분에 한국 음식을 계속 먹게 되어서 우리는 쭉 한국에 있는 느낌이었다. 연료비 비싼 나라에서 우리를 위해 불도 잔뜩 틀어줘서 우리가 구워지는 줄.... 내 친구의 두 남매와 우리 딸은 처음에는 서먹하다가 이내 한국 예능을 보면서 신나게 웃으면서 편하게 지냈다.


벨기에의 수도 브뤼셀 근교 <겐트>도 친구가 운전을 해주어서 편안하게 다녀왔다. 또 다른 분위기. 나는 의외로 수도 근교 작은 도시가 여느 때처럼 기억이 남는다. 아기자기하고 공간이 협소해서 한바퀴 휘 돌고나면 많이 본 느낌도 나고 여유도 더 느껴져서이다.


그 날 밤 친구는 <라끌렛>이라는 스위스 요리를 해주었다. 치즈를 녹이면서 해산물, 고기, 야채들을 구워서 같이 먹으면 된다. 늘 쌈장에 구수하게 찍어먹던 음식과는 다르게 느끼하기는 하지만 고소하고 부드럽게 넘어가는 맛있는 요리였다. 간단해서 손님 대접으로 좋다고 한다. 돌아와서 남편이 라끌렛 팬을 사자고까지 했다. (살 예정이다. ) 또 맛있는 와인과 잔뜩 먹어서 그런지 아직도 기억에 남는 만찬이다.


친구의 도움으로 우리의 벨기에 여행은 정말 멋지게 마무리 되었다. 공항까지 완벽하게 데려다주는 친구의 정성이 너무 극진해 몸둘바를 모르겠더라. 남편이 나에게 정말 좋은 친구를 많이 둔 것 같다며... 감동을 했다. 친구와 헤어지려니 아쉬웠다. 아이들은 국제학교에 보내고 시간만 나면 근교를 여행다니는 내 친구. 그 친구 덕분에 결혼 전 스페인과 모로코에도 배낭여행을 다녀왔는데... 이번에도 나에게 많은 배움을 주었다. 한국에 돌아오는 그 날까지 무척 그릴울거야. 친구야.


우리는 브릐셀에서 두번째 여행지인 로마를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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