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중심에서 예민함을 외치다

아무튼, 예민함

by 단아

"너 좀 예민한 거 아냐?"


혹시 이런 말, 많이 들어보셨나요? 언제 어디서든 맥이 풀리는 마법의 문장입니다. 타고난 꼴에 대해 고민할 즈음부터 꽤나 자주 들어왔던 말이기도 하고요. 유난을 떤 걸까, 티 안 내려했는데, 아니 도대체 얼마나 조심해야 하는 거지. 아니야 말하는 사람은 그냥 궁금했을 수도 있어. 과민반응 하지 말아라. 안절부절에서 시작되어 불만으로, 체념으로 이어집니다. 저 말을 안 들으려고 그렇게 애를 썼는데 아무 소용이 없었다니. 한 번 더 힘이 빠지고요. 사실 이런 저를 데리고 사는 제가 가장 힘든데 말이죠.


많은 순간 자극이 쏟아진다 느꼈습니다. 특히 사람에 대한 자극이 그랬어요.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누군가의 표정, 그때의 분위기, 찰나의 감정 변화 같은 것들에 영향을 받았어요. 그러다 보니 눈치가 자연스레 발달했답니다. 어떻게든 견뎌야 했으니까요. 스스로를 감당한다는 마음으로 보내는 시간이 많았어요. 심리학을 전공으로 선택한 것은 어째서 내가 이 모양인지에 대해 처절하게 이해하고 싶었기 때문일 겁니다.


/ 예민하다 /

1. 무엇인가를 느끼는 능력이나 분석하고 판단하는 능력이 빠르고 뛰어나다.

2. 자극에 대한 반응이나 감각이 지나치게 날카롭다.

3. 어떤 문제의 성격이 여러 사람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만큼 중대하고 그 처리에 많은 갈등이 있는 상태에 있다.


는 뜻이군요. 가장 먼저 등장하는 1번 정의에도 불구하고 의 많은 사람들에게 예민함 자체는 까다롭고 부적절하게 취급될 때가 대부분이지요. 암묵적으로 합의된 압도적 부정성이랄까. 예민하다는 단어를 보고 말할 때마다 예민함을 풍기지 않으려 애쓰는 누군가의 얼굴이 그려져요.


8년째 상담하는 사람으로 살고 있지만 여전히 예민하답니다. 학습과 노력의 결과로 퍽 '상담자'스러운 태도를 흉내 낼 수 있지만, 전공과 일이 예민한 사람을 안 예민한 사람으로 바꿔주진 못하더라고요. 최근 들어 예민함과 어느 정도는 타협했어요. 타협이 최선인 이유는 온전히 받아들이진 못했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팔딱거리다가 지치는 일이 많아요. 그럼에도 최소한의 타협이 가져온 파장은 쏠쏠했습니다. 제법 많은 날을 안온하게 지낼 수 있게 되었거든요. 하지만 예민해서 참 행복해! 이런 건 아니에요. 태어날 때 눈, 코, 입의 모양을 결정할 수 없듯 예민한 사람으로 살 것이다 하는 것 또한 고를 수 없었으니까요. '이미 이렇게 되어버린 것'을 이해하게 되었을 뿐이죠. 싫다고 도려내거나 없앨 수 없으니 살살 달래며 살자 하는 심산인 거예요. 나아가 자기 자신이 가장 힘들고, 예민함 때문에 고단하고 외로웠을 사람들의 마음을 내가 가진 기술(심리상담)로 도울 수 있었어요. 어쩌다 보니 예민함이 유용한 밥벌이 기술이 된 거죠.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공익적 마인드를 장착합니다. 예민해도 그럭저럭 잘 살아갈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면 어떨까. 불편한 건 맞지만 최악은 아니며 나름의 유용성이 있다는 걸 아는 것 만으로 쓸모 있을 텐데. 마침 직업도 상담하는 사람이니 개인적 체험기와 꿀팁, 믿을 만한 정보를 소개하자. 얘 같은 애도 나름 살아요의 '얘'가 되어보자.


예민한 상담사가 들려주는 예민함 이야기,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