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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딸랜드 Mar 06. 2016

엄마도 너희들도 모두 동심으로 행복했던 공간이었다

책은 하나의 무궁무진한 세계임을 알려주는 어린이책박물관의 추억

Den Haag(헤이그) 중앙역에서 얼마 되지 않는 거리에 위치한 어린이 책박물관으로 향하는 너희들의 발걸음은 피곤함에도 불구하고 흥이 나는 것이었단다. 박물관 카드 덕에 여기저기 신나게 잘 다니는 즐거움이 크렸다! 안내데스크에서 입장 팔찌를 받아 팔목에 착용하면서 너희들은 이미 흥분하고 있었단다. 그 팔찌는 단순한 팔찌가 아니라 박물관의 전시물들을 100배 활용할 수 있도록 고안된 장치란다. 엄마보다 먼저 본능적으로 감지하고 각 체험공간에서 팔찌를 인식시키며 잘 놀고 있는 너희들이 나름 대견하도다. 때로는 책을 읽어주는 음성이 나오고 게임을 설명하고 게임을 지속시킬 수 있도록 안내하고 만지고 보고 듣고 움직이며 오감만족을 통한 책 읽기 경험이 이루어지는 곳이었지.


책내용이 소개된 그림판이 새겨진 원형을 밟으면 불이 들어오고 이 것이 뒤에 보이는 화면과 연계된 놀이

3년여 전에 한 번 왔음에도 불구하고 처음 온 것처럼 신기해함을 보니 아직 너희들은 어린이구나 싶어 한편으로 마음이 좋았단다. 더군다나 새로 바뀐 부분이 많아서 너희들이 그렇게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입구에서 바로 연결되는 곳곳에 그림들이 벽을 가득 채우고 있었지. 이 나라 사람들은 그림을 애호하는 것 같지? 도서관 행정기관 기차역 가정집 어디서나 심지어 길가 벽면에 그래피티까지...

박물관 내부 한 층 한 층 올라갈때마다 감상할 수 있는 벽면의 액자 그림


액자들의 행렬을 지나 지하로 내려가면 이 곳의 트레이드 마크 같은 책더미가 있지. 아마도 오래된 책, 폐기 처분하려던 책을 벽돌 쌓기처럼 차곡차곡 쌓아 올렸으리라. 

이름하여 '책 울타리'. 그 책 울타리로 방을 만들어 그 안에 들어가면 동화 영상이 나오고...


와! 책으로 집을 만들었어!


너희들은 그리 외쳤지만 엄마는 너희들이 애독하던 늑대와 아기돼지 삼 형제가 떠올랐단다. 나무로 만든 집이 아닌 책으로 만든 집. 그런데 이건 튼튼해서 도통 늑대의 입김으로 쓰러질 것 같지 않겠는걸? 


잡지나 화보에 종종 등장하는 책울타리이자 책으로 만든 방 .  이미 어린이책박물관의 인기있는 트레이드 마크


그 옆에 마련된 개구리집 코너. 이 곳 만화 캐릭터인 kikker(개구리)의 생활 반경이 반영된 다양한 부스들이

꼬맹이들의 키높이에 맞추어 놀 수 있게끔 만든 것이 막내의 시선을 사로잡았지. 거기서 한참 동안 나오지 않았으니까... 



거기서 나와 옆을 돌면 흡사 마법의 숲에 온 것 같은 착각을 하게끔 조명과 영상과 음향이 흘러나와 재미있어하며 신기해하는 너희들이었단다.


책 내용을 음향과 조명으로 소개하는 이색공간.  마법의 숲은 이런 느낌일까?


거대한 팝업북같은 전시코너, 시즌마다 전시되는 책이 달라진다

어느 컴컴한 방에는 마법사가 주문을 외우는 장면을 자연스레 연상하게 만들고. 빗자루도 옆에 떡하니 있고

마법약을 만드는 요술 기계를 직접 사용하여 마법의 약가루인지 수프인지 만들고...

해골과 함께 식사하는 식탁에서 자꾸 엄마에게도 음식을 권하는 울 셋째. 눈알이 담긴 컵을 보며 징그러워하면서도 맛있냐고 묻던 네 모습이 왜 이뻐 보이는지...


마법스프 또는 마법의 약 만드는 체험,  책에 소개된 레시피대로 또는창의력을 발휘하여 만들어 보는 곳



언니들이 지하에서 쭈~욱 시간을 보낼 때 동생들은 2층에 올라갔지..

거기에 예전엔 공주 옷장이 있었고 직접 그 옷들을 입어보는 코너가 있었는데 지금은 동화 테마파크로 바뀌었었다. 역시 셋째와 막내 모두 정신 못 차릴 정도로 흥분해마지않았단다.


아동 그림책의 영원한 베스트셀러 '배고픈 애벌레'가 책에서 기어나와 거대 조형물이 되었지? 책 내용 순서대로 그대로 재현된 조형물에서 놀다 보면 요즘 유행어로 애벌레로 빙의되는 체험을 할 수 있는 것이지.


그것뿐이랴. 네덜란드 태생인 미피와 함께 놀고 그림 그리는 방도 있고 미로 체험을 하는 곳도 있고.

이 모든 체험공간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화책의 대표장면들을 형상화한 것이다
북극곰을 찾으러 가볼까나? 


숲 속 마을 동물들의 만찬이 차려진 정말 흥미진진한 곳. 여기서 너희들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그 식탁에 앉아 축제 기분을 느껴가며 좋아했단다.


엄마 아빠는 아이들과 함께 놀며 추억을 향수하고 너희처럼 어린이들은 동심을 가꾸기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의미 있는 박물관이었다. 


박물관에서의 모든 시간을 보내고 팔찌를 반납하는 기계에 팔찌를 넣으면 체험코너에서 했던 활동을 엮은

예쁜 자기만의 카드가 나오지. 이것이 하나의 멋진 기념품이 되었지?


너희들에겐 즐거움의 시간이었고 피곤함을 잊고 집중하는 시간이었단다. 

엄마에겐 엄마 어렸을 적에 한 번쯤 경험했으면 하는
그런 동심 가득한 경험을 이제야 하는 애틋함을 불러일으키는 공간이었단다.

마치 교차된 시제를 자유자재로 섞은 영화처럼 말이다. 

현재가 과거를  불러 조우하고
과거와 미래가 해후하는 그런 시간여행을 현재의 공간에서
너희들과 함께 했다는 기이한 기쁨이 엄마에게도 선물이 되었던 시간이었다.

 고맙다.  엄마랑 함께 놀아주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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