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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딸랜드 Mar 11. 2016

암스테르담여행자의 시선과 발걸음을 잡아끄는 OBA도서관

암스테르담 공공도서관에서는 여행자가 아닌 암스테르담시민으로 지낼 수 있다

자유를 찾아 새로움을 찾아 여행하는 이들이 종종 여행지에서 들르게 되는 곳이 있다. 아마도 그 도시에 있는 서점들이 그 한 곳일 게다. 거기서 지도도 사고 미처 마련하지 못한 여행책자도 사고 아니면 그냥 한 번 들르는 곳이 서점이다. 오다가다 들를 수 있는 서점 같은 대형건물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하루에도 수만 명이 오가는 암스테르담.


I AMSTERDAM 조형물 앞에는 언제나처럼 기념사진을 남기려는 청춘들과 어르신들과 아이들로 인해 북적댄다.  늘 만끽하는 자유이지만 그 자유를 탐닉하듯 찾아 추구하는 이들이 모여드는 곳이 암스테르담.


암스테르담을 누릴 수 있는 숨겨진  명소가 있다. 암스텔 강이  보이고 저 멀리 옛 건물로 이어진 스카이라인을 감상할 수 있고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공간에서 음악 감상을 할 수 있는 곳. 건물 맨 위층에서는 암스테르담을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는 탁 트인 전망대가 있다. 야외 테라스를 가지고 있는 카페와 레스토랑에서 차 한 잔의 여유와 함께 암스텔 강 위에 유유히 떠다니는 크고 작은 배와 보트를 관망할 수 있다. 누구에게나 개방되어  그 문턱이 낮은 곳. 여행자이든 노숙자이든 어른이든 아이들이든 자국인이든 외국인이든 차별 없이 드나들 수 있는 곳. 그것도 아주 세련된 매너로 맞이하는 곳.



도서관은 진화하고 있었다.


책만 있는 엄숙한 지성인들의 출입장소가 아니라
지친 심신을 새롭게 하고
앎이라는 쾌감을 기본으로 다양한 감각적 즐거움을 누리는 곳
이용자의 편의를 고려한 용이한 접근성과 최신 설비를 제공해주는 곳
지역사회에서 없어서는 안 될 문화 공간의 핵심

역동적인 도시 암스테르담에 정보의 자유로운 흐름을 유통할 수 있는 곳

지식과 문화, 양질의 교육과 서비스가 행해지는 곳

사람들의 유쾌한 만남의 장소

책 읽기를 자연스럽게  실현할 수 있는 곳

오래된 문서와 최첨단의 문서를 동시에 접할 수 있는 곳


암스테르담 市에서는 네덜란드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 죠 쿠넌(Jo Coenen)에게 이러한 도서관의 이념을 잘 구현할 수 있는 설계를 의뢰했다.  유럽에서 가장 큰 공공도서관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이 자랑스러운 도서관에 들어서면 여행자뿐 아니라 이 곳을 오가는 수많은 책 애호가들은 도서관 예찬을 할 수밖에 없다. 하루 5000명 이상이 방문하고 이미  350만 명 이상이 다녀간 곳. 그만큼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한껏 받은 공공도서관의 자부심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처음 암스테르담에 공공도서관이 설립된 해는 1919년이다. 그러나 방대한 자료를 수용하고 변화되는  사람들의 도서관에 대한 수요와 욕구를 충족시키며 여러 가지 모습으로 발전되어 왔다.  때마침 암스테르담 市에서는 혁신적인 도시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였기에 암스테르담 시민과 함께 이루어간 도서관이 바로  지금의 공공도서관(Openbare Biblotheek)이다. 암스테르담 중앙역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하여 암스테르담 시민뿐 아니라 여행자들의 방문까지도 쉽게 이루어진다.  2007년 7월 7일에 개관한 이래  암스테르담 공공도서관은 이용자들에게 무한한 감동을 안겨주었다. 책을 읽을 수 있는 도서관이자 인터넷, 게임, 음악, 영화, 텔레비전, 신문, 각종 전시회, 공연, 크고 작은 문화 이벤트 등을 통해 암스테르담의 문화적 요체로서 부동의 위치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렇다면 도서관에 한 번 들어가 볼까?


디자인 강국답게 도서관에 들어서자마자 도서관 안의 인테리어에 만족감을 표현한다. 부티크 호텔에서나 볼 수 있는 인테리어와 가구들. 딱딱하고 일률적인 네모난 의자가 아니라  저마다의 특색이 드러나는 너무 이뻐서 소장하고 싶은 디자인 의자들. 네덜란드 디자인 감각이 드러나는 조명과 데코와 레터링. 여기에 시선을 한참 두게 된다. 저절로!


각 층마다 각각 다른 섹션들로 이루어져 있고 각각의 개성 있는 꾸밈을 볼 수 있다.


도서관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띄는 것은 피아노.

연주하고 싶은 이는 누구든 자유로이 피아노 연주를 할 수 있다. 절대 정숙을 외치지 않는 도서관이다. 음악도 하나의 쉼이자 충전이라고 여기는 이들이 마련한 악기이다. 그런데 그 피아노 소리가 소음이 되지 않는다.  적당히 시끄러운 곳에서 느끼는 조용한 분위기가 얼마나 자연스러운 화음인지를 금세 알아차릴 수 있다.


출입구를 통제하는 시스템도 없고 내가 들어가도 되나?라는 조심스러운 태도가 되려 머쓱해지는 자유로운 곳.  그래서 바람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사라져도 여운이 남는 곳이다. 단 책을 대출하고자 하는 이는 도서관 카드를 만들어야 한다. 어른들은 연간 이용료를 지불하지만 18세 미만의 어린이 청소년들은 무료로 이용 카드를 만들 수 있다. 어린이들을 위한 최상의 배려이다.


근 시일에 이루어지는 각종 문화행사를 알리는 포스터들이 무심한 듯 펼쳐져 있으나 계산된 자연스러움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동네 꼬마들이 그렸음직한 그림들이 그럴싸하게 전시되어 있어 정겨움마저 느끼게 되니 그저 흡족할 뿐이다.  


사방은 유리창으로 되어 있어 자연채광으로 인해 밝고 힘찬 분위기가 몸에 배어 든다. 게다가 건물 내부는 전체적으로 깔끔한 하얀색으로 칠해져 있고 군데군데 포인트 색상으로 변화를 주었다. 도서관 중앙에는 위층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가 있다. 거대한 쇼핑몰 같은 곳에 온 느낌.



2층에는 멀티미디어 공간. 레코드판을 소재로 의자를 만든 것이 신선하다. 수많은 LP와 CD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으니 듣지 않아도 보지 않아도 절로 만족스럽다. 조용히 혼자 음악을 듣고 싶으면 약간 폐쇄된 공간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면 된다. 그러다 책을 보고 싶으면 안락한 의자로 가서 책을 읽어도 된다. 이도 저도 싫다면 커다란 유리창을 통해 보이는 암스테르담 시내를 유유자적하게 바라보면 된다.

한 층 한 층 올라가면서 다양하게 만나게 되는 의자들만 구경해도 여기가 디자인 갤러리 인가 싶다.


우리나라에는 '꼬마생쥐 샘과 율리아'라는 책으로 번역되어 소개되었다


나와 함께 간 막내딸의 마음을 확 잡아끈 곳이 있으니 지하에 있는 어린이 코너. 이 곳엔 도서관에서 보물처럼 여기는 보석이 하나 있다.


 생쥐 하우스(het muizenhuis)


이 책의 시리즈들


생쥐 인형들이 알콩달콩 달고 있는 100칸짜리 생쥐 하우스를 커다란 유리박스 안에 보관하고 전시하고 있었다. 이 생쥐 하우스만 보려고 오는 이들도 꽤 많다.  네덜란드 어린이들에게 사랑받은 그림책이자 한국에도 '꼬마 생쥐 샘과 율리아'로 번역되어 출간된 인기도서의 실제 모델인 생쥐 하우스.


이 그림책은 지난 2012년 네덜란드 아동문학의 금자탑인 실버 브러시상(Zilveren Penseel)을 수상한 작품으로  네덜란드에서 역사와 최고 권위를 인정하는 아동문학작품에만 수여하는 상이라 한다. 이 책의  작가 까리아 스깝만(Karia Schaapman)은 재활용품만으로 직접 수작업하여 무려 3년 동안 이 생쥐 하우스를 만들었는데 그 정교함과 섬세함에 놀랍다.  


어린이 코너는 그야말로 책놀이터이다.

아이들의 키만큼 큰 인형들이 곳곳에서 웃고 있고, 푹신해 보이는 어여쁜 의자와 앙증맞은 책상들이 널브러져 있다. 미니 터널도 있고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텐트도 있어서 책을 가지고 마음껏 놀 수 있는 곳이다. 한쪽에 유리벽으로 만들어진 공간에서는 책 배움터 같은 열린 강의나 워크숍이 이루어진다. 도서관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경험할 수 있는 꿈의 공간이다.






어느 봄 날

따사로운 햇살과 함께 사랑하는 막내딸과 함께 갔던 추억이 엄마에게도 소중한 시간이었단다. 우리 동네에 있는 도서관도 꽤 훌륭하다고 생각하며 나름 만족하며 이용했었는데 동네 도서관과는 규모부터 다른 거대한 도서관에 다녀오니 눈만 높아진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단다. 밖에서 바라 본 도서관의 위용에 짐칫 멈추어 건물이 주는 아름다움을 온몸에 휘감듯 느끼고 있었는데 안으로 들어가니 더 신비스러운 비밀들이 펼쳐지는듯한 경험이 너에게도 나에게도 행복감을 맛보게 해 준 것 같다.





사랑하는 막내야

오늘 네가 뒹굴거리며 책도 읽고 책에 나오는 인형들을 가지고 놀았던 시간이 너무 좋았지?

넌 어디를 가든 그곳이 좋으면 ' 엄마 다음에 또 와' 이렇게 말하는 아이란다.

언제나처럼 이 도서관에서 나오기 싫어하며 ' 엄마 다음에 또 와'그랬다.

엄마도 매일 매일 이 곳에 드나들고 싶더라. 책을 매개로 한 문화센터라는 점이 참 좋아서다.

이번 주와 다음 주는 '책의 해' 행사로 바쁘다고 한다. 종종 이 도서관에서 파티도 열린다. 도서관에서 열리는 각종 행사들이 늘 새롭게 바뀌고 사람들이 모두 이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니 내심 부럽더라.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골도 좋은데 암스테르담 시민으로 몇 주 살아보고 싶은 마음이 슬그머니 생겼단다.

그곳에 가면 행복지수를 한껏 더 높일 수 있을 것 같아서.


10층에 걸친 도서관 건물 구석구석 잘 진열된  수많은 책들을 보며 떠오르는 말이 있다.



세계가 어느 날 갑자기 붕괴되더라도
미국 의회도서관만 건재하다면  복구는 시간문제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자료를 가지고 있다는 미국이 자랑하는 도서관. 비단 의회도서관만을 지칭하는 말은 아니겠지. 도서관이 소장하고 보유하고 보존하고 보전하는 그 수많은 인류의 지적재산들에 대한 중요성과 잠재력을 가늠해본다면 책의 소중함은 절로 깨우쳐지겠지.

너의 인생도 그러한 지적 유산들을 토대로 건강하게 세워져 가면 좋겠다. 혹 중간에 무너지더라도 마음속에 새겨진 도서관에 대한 추억과 책에 대한 기억으로 새롭게 일어나면 된다.  


우리 사랑하는 막내딸도 이 곳을 마음껏 이용하고 싶지?

도서관을 나서자마자 또 오고 싶은 곳.

이런 곳이 도서관이어야겠다.

책 읽는 것에 아무런 설명도 아무런 강요도 이루어지지 않아도 다시 오고 싶은 곳.

너의 미래가 제한받지 아니하는 곳.

그러면서도 충분히 누릴 수 있는 곳.

그곳에서 움트는 너의 꿈은 또 얼마나 오묘할까?


맨 윗층 레스토랑 테라스에서 바라본 암스텔 강과 암스테르담 시내. 청록색의 건물은 NEMO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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