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고흐 미술 기행 -네덜란드의 숨은 보석 크뢸러 뮐러 미술관 편-
암스테르담에 있는 반 고흐 미술관 다음으로 반 고흐 작품을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는 크뢸러 뮐러 미술관.
左 자화상, 1887 右 우체부 조셉 룰랭의 초상
씨뿌리는 사람. 반고흐는 밀레를 존경하였고 그의 작품을 모작, 습작하며 자신만의 색채로 씨뿌리는 사람을 그렸다
좌 지누부인, 1853 右 Patch of grass 1887 Vincent van gogh
左 Atiti, 1892 右 The edge of the forest, 1885 모두 고갱의 작품이다
인상파, 입체파, 데스틸 운동가의 작품들 그리고 현대미술에 이르기까지 시대와 작가를 아우르는 거대한 컬렉션이 뽐내는 곳
이 나라에 와서 꼭 가보고 싶었던 박물관 순위에서 상위권에 속하는 곳. 아마도 한국서 또 누가 손님이 와도 이 곳을 안내해 줄 것이다.
너희들과의 좋은 기억이 있기도 하고 막내딸을 만나기 전에 갔던 마지막 미술관이어서 그렇기도 하고 이젠 막내까지 함께 자전거 타며 다시 가고 싶단다.
左 Le Chahut, 1889 右 Sunday at port -en - Bessin, 1888 모두 Georges Seurat 의 작품
엄마에겐 사람 많은 반 고흐 미술관보다 이 곳이 더 매력적이었단다. 반 고흐 작품과 상관없이 단지 북적거리는 것을 피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하는 말이다.
국립공원 안에 자리하고 미술관의 유리벽이 참 근사했던 곳. 자동차 아니면 찾아오기가 번거로운 이 곳.
공원 안에 있는 하얀 자전거를 타고 달리면서 사막도 초원도 숲도 호수도 만날 수 있는 곳. 아직도 백작이나 공작이 살고 있을 것 같은 성도 볼 수 있는 곳. 자전거를 탄 풍경도 하나의 작품이 되는 공원 전체가 미술관이 되는 곳. 자전거를 타고 다니다가 혹은 산책하다가 곳곳에 놓여있는 야외 조각품들을 발견하며 보물찾기 하는 것 같다며 말하던 너희들이었다
이 박물관의 매력에 빠지면 누구라도 계절마다 가고 싶은 충동을 느낄 것이다. 어쩌면 그렇게 자연과 어우러진 쉼터 같은 미술관인지...
구관과 신관을 잇는 미술관 통로. 통유리라 조각공원이 그대로 보인다. 미술관 앞 숲 속이 싱그럽게 펼쳐져 있다
물론 반 고흐의 '카페테라스' 이 작품만으로도 대중교통으로 찾아오기 힘든 수고를 무릅쓰고 오는 미술애호가들이 생각보다 참 많다.
열정이 움직이게 만든단다.
왜 미술관이 그 큰 공원 안에 있을까?
그때 첫째 딸 너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공원에 비치되어있는 하얀 자전거 타고 미술관까지 찾아왔지?
이 미술관이 만들어진 따뜻한 사랑이야기가 있단다.
어느 독일 여인의 그림 사랑이야기이지.
이 여인은 부유한 독일 기업인의 딸이었고, 그 여인의 남편은 네덜란드 사람이야.
이 여인의 이름은 헬레네 뮐러. 그의 남편 이름은 크뢸러. 헬레네는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남편과 함께 사업을 물려받고 부를 잘 축적하여 개인 사냥터까지 마련하게 되었다고 그런다. 바로 호헤벨루웨(De Hoge Veluwe) 공원은 크뢸러의 사냥터이자 산책로였던 것이지.
헬레네 여사는 딸의 미술교사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는데. 그 미술교사가 반 고흐를 무척 좋아했다고 그러더구나. 그 영향 때문인지 헬레네 여사는 미술품을 수집하고 소장하는데 열정을 보였단다. 미술품을 고르는 안목의 수준이 높아서 일찌감치 반 고흐의 작품 가치를 알아보고 반 고흐의 초기 작품을 많이 사들였다고 그런다.
그래서 여느 미술관에서 잘 볼 수 없는 반 고흐의 드로잉 작품도 많이 있는 까닭이지. 이어 데스틸 운동의 중심이던 몬드리안 작품도 수집하고, 쇠라 작품까지도 수집했지.
물론 그 외에도 현대작가들의 작품이 많지. 지금이야 우리들이 잘 알고 있는 화가들이지만 당시엔 신인작가 정도라고 이해하면 될까? 남편 크뢸러는 헬레네가 작품을 고르고 사는 것에 자금을 대주며 적극 협조를 했다더라.
헬레네에게는 그런 꿈이 있었대. 사막도 지나고 숲도 지나고 호수도 지나서 들어갈 수 있는 미술관을 세우는 것 말이야.
그 꿈이 이루어진 셈이지.
호수 저 한쪽 끝에 위치한 성(St. Hubertus Hunting Lodge)같이 보이는 건물이 크뢸러 뮐러가의 집이었다는 건물인데 이것도 1914년 Berlage (네덜란드 근대건축의 아버지) 설계했다고 한다.
헬레네는 예술과 자연이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는 미술관을 짓고 싶었던 거야. 그래서 유명 건축가들도 이 미술관을 짓는데 관심을 보이고 그중 벨기에 사람이 미술관을 설계했단다.
그런데 미술관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경제공황이 찾아왔고 이로 인해 공사를 계속 진행시키기 어려워서 고민 끝에 작품을 국가에 기증하기로 했단다. 네덜란드 정부는 헬레네 이름을 딴 미술관을 건립하고 초대 관장으로 모시고 대중에게 개방하는 국립미술관을 만들었지. 이것이 탄생 배경 이야기야.
미술관은 신관 구관 두 개가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다.
쉽게 말해 구관엔 고전 작품이 신관엔 현대작품이 전시되고 있다면 이해가 쉽겠지?
만남
헬레네와 크뢸러와의 만남
헬레네와 딸의 미술교사와의 만남
헬레네와 그림과의 만남
작품과 정부의 만남
만남이 안목을 형성한 것인지 안목이 만남을 이루어갔는지 둘 다 보석 같은 자산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
사람과 사물 사이에도
진정한 만남을 이루어가면 좋겠다.
사랑하는 네 딸들아
엄마가 너희들에게 이리 뒤늦은 편지를 씀은 점점 희미해져 가는 기억을 꼭 붙들고 싶은 마음에서란다.
지금은 사진을 보면서라도 너희들이 그때 했던 말들, 장난치던 행동들 , 웃었던 일들이 기억나는데
점점 흐릿해진단다.
사진 보며 그때 너무 귀엽고 깜찍하고 이쁜 것은 알겠는데 너희와 함께 하던 그 순간의 기분과 감정은 자꾸 잊히게 되는 것이 조금은 두렵기도 하단다.
그 옛날 헬레네가 딸에게 미술 공부시키면서 그림을 사랑하게 된 것처럼 엄마도 너희들과 함께 다니면서
그림을 좋아하게 된 것 같다.
매 순간 엄마는 너희들을 만난다.
이전의 만남이 오늘의 만남을 이루어가지만 첫 만남이 소중한 것처럼
그 만남을 그 설렘을
오늘부터 내일까지 살아있는 순간까지 간직하고픈 마음이란다
* 그림과 조각 사진 출처 : 미술관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