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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딸랜드 Nov 17. 2019

SNS 시대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가상현실 체험이 생활 속에 들어왔다. 가르치는 아이들을 데리고 재난안전센터 박물관에 갔더니 VR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어 몇몇 아이들이 나름 재미있게 체험한 적이 있다.  


인터넷과 유튜브의 세계는 시공간의 한계에 처한 많은 사람들을 하나로 이어주고 연대하게 만든 고마운 세계이다.  그 안에 감동도 있고 즐거움도 있고 때론 씁쓸함도 있다.

저마다 개성 있는 콘텐츠가 자산이 되고 밥벌이 수단이 되어 너나 할 것 없이 몰려드는 마력의 세계이기도 하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무슨 그리 많은 경험이 필요한가 싶을 때가 있다.

무슨 그리 많은 인간관계의 망이 형성되어야 하나 싶을 때가 있다.

나같이 게으르고 능력이 많지 않은 사람은 다 소화하지 못하고 다 감당하지 못하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부럽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다.


가상현실 같은 인터넷 세상은 엄연한 현실이다. 그런데 한계가 있다. 그나마 가상현실은 여러 감각이 동시에 작동하여 부분적인 직접 체험이라도 가능한데 인터넷 세상은 평면적인 것 같다.

사람들끼리 직접적인 접촉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대체수단으로 가능하다. 댓글과 공감을 표시하는 기호체계로 소통이 이루어진다고 믿고 거기서 유의미함을 이끌어 내는 세상이다.


인생 자체가 제한적인데 너무 무제한의 영역을 바라보는 것은 아닌가 싶어서이다.

21세기라는 첨단의 세계에 19세기 정신과 몸뚱이로 살아가는 것 같아 벅차다.

그래서 아플 때가 많다.

가랑이가 찢어져서 그런가 보다.

다행이다 싶었다. 아픈 것을 느끼니 나에겐 아직 촉각이 살아 있구나 하고 감사하며 다른 사람의 촉각에도 관심을 가지며 촉각을 곤두세워본다.


내 인생의 의미 있는 즐거움과 행복을 위해서 다섯 가지 감각 중에 무엇을 고를까 하고 한참 고민해보았다.


아무래도 사랑하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맛있는 음식을 먹으려면 미각과 후각이 중요한 것 같고,

미우나 고우나 함께 삶을 살아온 남편과 평생 이야기를 나누려면 청각은 살려놓아야겠고,

아직도 다 보지 못한 전 세계의 아름다운 풍광을 보려면 시각은 당연히 필요하고,


그러다가 우리 아이가 우는 모습을 보았다. 울음소리를 들었다. 입에서 쉰내를 내보내기에 얼마나 그 슬픔과 속상함의 골이 깊은지를 보게 되었다.


그냥 보듬어 안아 주었다. 같이 울어 주었다.  그랬더니 아이는 진정이 되고 기분이 되살아나기 시작한다.

무엇을 선택할까를 고민할 필요가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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