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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딸랜드 Nov 17. 2019

포옹해주니 살아났어요

먼 친척의 이야기이다. 

첫째 딸을 낳고 한참 후에 둘째 아들이 태어났다.

애석하게도 심장이 약해서 태어난 지 얼마 안 돼서 바로 인큐베이터에 들어가 생활하게 되었다.

친척 내외는 매일같이 아가를 보러 갔다. 

산모의 산후조리는 뒷전으로 물러가고 조그만 저 아가가 그 고통을 잘 이겨낼 수 있을까 하고 부모는 노심초사하며 날마다 인큐베이터 안에 혼자 누워 있는 아가를 보고 왔다. 

작은 미동이라도 있으면 부모는 기뻐하였다. 그리고 신이 난 목소리로 오늘 아가 손가락을 만져 주었더니 아가가 움찔하더라라는 말을 종종 하였다.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에 서 있는 아가가 유일하게 반응을 보이는 곳은 손가락이었다. 

손가락으로 엄마와 아빠와 아가는 의사소통을 하고 교감을 한 것이다.


언젠가 읽은 해외토픽 기사이다.

1995년 10월 17일 매사추세츠 메모리얼 병원에서 여자 쌍둥이 카이리와 브리엘이 태어났다. 이 두 아이는 예정일보다 약 3달이나 먼저 태어난 겨우 1kg밖에 되지 않는 조산아였다.  브리엘은 심장에 큰 결함을 가지고 있어서 호흡곤란과 혈중 산소 수치와 심장박동수의 이상을 보여 의사들은 곧 죽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아이들은 각각 다른 인큐베이터로 들어가 보호와 간호를 받고 지냈다. 카이리는 잘 자라고 있었지만 브리엘은 잘 자라지 못했다. 잘 자라지 못한 브리엘은 상태가 더욱 나빠져서 죽기 직전까지 이르렀다. 의사들도 별 방도가 없다고 결론을 내린다. 이때 이들을 안타깝게 돌보던 19년 경력의 간호사는 그 죽어가는 신생아가 자기에게 뭔가 말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느꼈다.  간호사는 이때 유럽에서 과거에 실시해 오던 미숙아 치료법이 생각나 아픈 아기를 건강한 다른 쌍둥이 아가와 함께 같은 인큐베이터에 있게 하자고 제안을 했다. 이 방법은 병원 방침에 어긋나는 일이었기에 쉽게 따를 수 없었다. 담당 의사는 고민 끝에 간호사의 의견에 따르기로 하고 아이 둘을 한 인큐베이터 안에 두었다.  그 순간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갑자기 건강한 카이리가 아픈 브리엘의 팔을 감싸 안아 주는 것이었다. 뱃속에 있을 때부터 그랬던 것처럼.  카이리의 손길이 닿은 브리엘은 빠르게 안정을 되찾아 갔고 모든 생명 수치들이 정상수치로 바뀌어서 살아났다.  이후 조산한 쌍둥이들은 한 인큐베이터에 넣는 것이 관행으로 되었다고 한다. 

카이리와 브리엘의 포옹

이 외에 미숙아들을 돌보는 방법으로 캥거루 케어가 있다. 산모가 조산하여 미숙아로 태어난 아기가 인큐베이터에 들어갈 수 없는 경우 생후 직후에  엄마 가슴 위에 아가를 올려놓아 엄마와의 친밀한 신체 접촉을 통해 아가에게 안정감을 주는 방법이다. 


꼭 캥거루 케어가 아닐지라도 이미 대부분의 산모들은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나 역시 네 명의 딸을 출산한 이후 제일 먼저 한 일은  내 품에 아가를 안은 것이다. 그때 내 아기들의 살갗과 온기와 느낌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여리디 여린 연약한 아가와의 만남 역시 나에게도 각인이 되는 신비하고 고귀한 순간이었었다. 

가끔씩 죽을 것 같이 힘들다가도 그 생명의 신비를 내게 선사해 준 내 아가와의 포옹을 회상하면 죽어있던 내 마음이 되살아난다.  

옴 몸이 살떨림처럼 느낄 수밖에 없는 포옹은 죽어가는 마음도 몸도 살려내는 기적의 치료법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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