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라카미 하루키
'이제 책에 관한 글은 브런치에 써야겠다'고 마음먹고 고른 첫 책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하루키가 말하듯 이 책은 단순히 달리기에 대한 것이 아니라 그가 ‘달리기’라는 스스로 선택한 고통을 통해 깨달은 것을 기록한 인생 회고록입니다. 삶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어서, 책을 선물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책인데요.
달리기를 좋아합니다. 건강을 생각하는 것도 있지만, 달릴 때의 그 시원함과 달리고 나서 숨을 헐떡일 때의 개운함이 좋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달릴 때 무슨 생각을 하는지 묻는다면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다”고 답할 수밖에 없는, 머리가 맑아지는 그 느낌이 저를 행복하게 합니다.
달리는 것. 별거 아닌 듯 보이지만 꽤 힘든 운동입니다.
달리기 시작하면 금방 숨이 차고, 심장이 터질 듯 쿵쾅댑니다. 머릿속에서는 저도 모르게 멈출 이유를 찾습니다. ‘배가 아픈 것 같네’, '신발끈이 곧 풀어질 것 같은데?', ‘더 달리면 무릎에 무리가 가는 건 아닐까?’.
저에게 달리라고 한 사람도 없고, 멈춘다고 뭐라 할 사람도 없습니다.
목표한 거리를 채우기 위해 달리는 건 온전히 자신이 선택한 고통에 지지 않기 위해서인데, 그렇게 멈춰버리면 달린 후의 상쾌함은커녕 찝찝함과 실망감이 남습니다. 이런저런 핑계로 달리는 것을 멈추면 다음에도 그만큼밖에 달리지 못하고 또 핑곗거리를 찾게 될 뿐입니다.
적어도 두 발을 동시에 땅에 닿게 하지 않고 목표한 거리를 달리고 나면, 다음에 달릴 때 ‘전에 이만큼 달렸으니까 이번에도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이겨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100m 더, 1km 더 달리는 거죠.
하루키도 이야기합니다.
“나는 매일매일 달리면서 목표 달성의 기준치를 조금씩 높여가며 그것을 달성하는 데 따라 나 자신의 향상을 도모해 나갔다. 적어도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두고, 그 목표의 달성을 위해 매일매일 노력해왔다.
…
어제의 자신이 지닌 약점을 조금이라도 극복해가는 것, 그것이 더 중요한 것이다. 장거리 달리기에 있어서 이겨내야 할 상대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과거의 자기 자신이기 때문이다.”
인생도 마찬가지가 아닌가 싶습니다. 조금씩 목표를 높여가고, 그 목표의 달성을 위해 매일 노력하고, 어제의 나보다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애쓰며 이룬 성취와 성공의 경험이 쌓여서 충만한 삶을 살게 되는 거겠죠.
누가 저에게 이렇게 살라고 한 것도 아니고 오로지 제가 선택한 삶이니, 마지막 순간에 "적어도 끝까지 두 발을 땅에 대고 걷지는 않았다"고 만족할 수 있기를 바라며 묵묵히 달려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