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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축 소멸 사회

- 이관후

by 임상영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고령화 경향과 극심한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감소가 이어지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출산 가능 여성이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2023년도 기준 0.72명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현재의 추세가 이어지면 10년 후 우리나라는 초등학교 1학년생이 현재의 절반으로 줄어들고 인구 3명 중 1명이 65세 이상 고령자인 사회가 되고, 20년 후에는 생산가능인구 1천만 명이 사라져 지방은 25년 내로 소멸할 위험이 있을 뿐 아니라 수도권이나 광역시까지 붕괴될 우려가 있다.”


지난해 ‘신혼부부의 지속거주의사에 영향을 미치는 주거환경요인에 관한 연구 – 서울과 경기도를 중심으로’라는 석사학위논문을 쓰면서 연구의 배경으로 제가 적었던 문장입니다. 물론 인구감소의 원인과 해결책은 ‘바로 이거다’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많고 복잡합니다. 그중에서도 저는 신혼부부가 혼인 이후 출산 등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거주가 필수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를 위해서 주거환경과 관련한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를 살펴보고 싶었습니다.


인구가 유지되려면 합계출산율이 최소한 2는 되어야 하는데, 앞서 언급한 것처럼 2023년도 기준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72입니다. 서울은 더 심각해서 0.5에 가까우니 정말 큰 일이죠. <압축 소멸 사회>의 저자 이관후의 말대로 우리나라는 고속 성장의 대가로 과도 불안을 맞이하게 되었고, 압축 성장의 대가로 압축 소멸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thauf.JPG [이미지 출처 : 교보문고 캡쳐]


합계출산율이 0.5보다 낮은 사회는 아직 인류가 경험해 보지 못한 길이고, 탄성을 잃은 고무줄이 원상회복되지 못하고 끊어지는 것처럼 그때는 정말 돌이킬 수 없을 거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결혼과 출산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지방자치단체가 젊은 남녀의 단체 미팅을 주선하거나 그저 돈을 얼마 주는 방법으로는 해결할 수 없습니다.


저자는 이러한 소멸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은 정치의 복원에 있다고 하는데, 저도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사회의 문제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고 설득과 합의의 과정을 거치며 그 문제를 해결할 비전과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니까요. 계엄을 정치 수단으로 삼거나, 정치인들이 인구 소멸 외에도 산적한 우리 사회의 문제를 외면한 채 자신의 입지만을 고려하거나, 국회가 기능을 상실해서 광장이 정치의 중심이 되는 사회는 저희 세대에서 끝날 수 있기를, 제 아이가 살아갈 미래는 조금 다르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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