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성국
중앙일보에 실린 김호기 교수의 ‘다시, 시대정신을 묻는다’를 보고 <수축사회>를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역사의 한 순환을 마감하는 후기 민주화 시대의 가장 날카로운 관찰자가 내놓은 책이라고 했거든요.
구매하려 교보문고 홈페이지에 들어갔더니 이런 리뷰가 눈에 들어옵니다.
잠시 고민하고 망설였지만, 일단 읽어보기로 합니다.
저자 홍성국은 말합니다. 사람들이 나눌 파이가 커지는 팽창사회에서는 현실이 다소 어렵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삶이 크게 향상될 거라고 기대할 수 있었기 때문에 지난 시절 미래는 늘 희망적이었다고. 하지만 공급과잉의 상시화, 과도한 부채와 양극화로 인한 성장의 어려움 때문에 팽창사회는 거의 끝나가고 있다고.
그러면서 저성장 기조가 장기간 지속되어 파이가 정체 또는 줄어들며 모든 영역의 기초골격이 바뀌는 사회를 ‘수축사회’로 정의하는데요. 이러한 수축사회의 해법으로 ‘공동체 전체의 번영을 위한 이타주의와 세계적 차원의 도덕혁명’을 제시합니다.
저출산, 고령화, 양극화, 가계부채 등의 문제와 그로 인한 저성장은 전 세계가 마주하고 있지만 특히 우리나라에서 더 심각한 상황인데요. 김호기 교수의 말대로 <수축사회>는 이러한 현상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포착하고 문제를 제기한 데 의미가 있습니다.
다만, 수축사회를 돌파하는 핵심원칙으로 ‘원칙을 지켜라, 미래에 집중하라, 사람을 조심하라’ 등을 제시하거나, ‘살만한 세상을 만드는 유일한 방법은 사람들이 이타적으로 바뀌고 미래 지향적인 사회 시스템을 조속히 만들어 가는 것’이라는 저자의 말은 너무 일반적이고 이상적이지 않은가 싶기도 합니다.
‘제도가 인간의 행동을 결정한다’는 제도주의 입장을 가지고 있어 ‘사람을 이타적으로 바꿀 수는 없지만 이타적으로 행동하도록 하는 제도를 만들 수는 있다’고 생각하는 저로서는, 팽창사회에서의 피라미드형 인구구조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현재의 많은 제도를 앞으로 다가올 역피라미드형 인구구조 사회에 대응해서 어떻게 디자인하는지가 아주 중요한 과제라고 봅니다.
긴 시간 팽창사회만을 경험한 사람들이 현재 주요 의사결정권자라는 점에서 다소 시간은 걸리겠지만, 늘 그렇든 똑똑한 우리 국민은 결국 답을 찾겠지요(저자보다 더 일반적이고 무책임해 보이는 이야기로 글을 마무리하게 되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