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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병현 Aug 28. 2019

탈고

코딩하는 공익

  "됐다!"

  

  드디어 코딩하는 공익 원고를 마무리했다. 전체 분량 중 그동안 브런치에 올렸던 내용이 정확하게 30.23%다. 그러니, 책의 내용 거의 대부분을 완전히 새로 쓴 것이다. 표현의 수위, 신분 따위로 제약이 걸려 브런치에 올릴 수 없었던 이야기들도 조금 있지만 브런치 바깥에서, 현실 세계에서 필자에게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었는지를 주로 기록해 보았다.


  브런치 매거진만 읽으면 필자는 이런 사람일 것이다.


  "기술 배운 사람, 공익 가서 사건 터뜨리고, 강연 다니는 사람. 군생활 편하고 재밌게 하는 사람."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랬던가. 필자는 그간 수없이 많은 유무형의 압박에 시달리고 있었으며, 여론을 형성하기 위해 공작을 벌이기도 했다. 도대체 왜, 어떤 결심을 했길래 이런 사건을 일으키게 되었는지와 그걸 수습하는 과정에서 곤란했던 상황들은 전혀 브런치에 올리지 않았다.


  왜냐고? 책을 팔아먹기 위해서다. 예술적 표현욕구를 내려놓지 않기 위해서 브런치에 계속 글을 올렸지만, 팔릴 것 같은 맛있는 글은 차곡차곡 아껴두었다. 작가니 공학도니 뭐니 해도 필자의 본질은 사업가다. 궁금한 사람들은 제 책을 보시기 바랍니다. 빌려 읽지 말고 사서 보세요. 촤하하하.


  필자에게 글이란 나이테나 발자국, 또는 자기도 모르는 새 소복하게 쌓여 있는 귀지같은 존재다. 필자는 항상 생각하고, 거의 매일 글을 쓴다. 글을 쓰는 장소는 SNS일수도 있고, 수첩일 수도 있고, 아이패드나 스마트폰일수도 있다. 한때에는 군대 간 친구에게 카톡을 보내 메모장으로 활용하거나 글을 쓰곤 했었는데 요즘은 군인들이 다들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게 개선되는 바람에 그러지는 못 하고 있다. 흠흠. 어린시절부터 써온 글을 모두 모으면 책장이 가득 차지 않을까? 필자는 TV를 안 보고서는 십년 째 잘 살고 있지만 글을 안 쓰고서는 하루도 못 산다.


  최근에는 주로 새벽에 수영을 다녀와 출근까지 남은 시간에 글을 썼다. 노동청과 가까운 주차장에 차를 세워 두고 차 안에서 아이패드로 글을 쓰는 것이다. 매일 아침 20분 내지 40분씩은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운동 직후라 잠도 확 깼고, 아침이라 머리도 가장 잘 돌아갈 시간이라 집중이 아주 잘 된다.


  또 이 유튜브 채널의 도움도 많이 받았다.



  이 유튜브 채널에는 동영상이 단 두 편밖에 없으며, 그마저도 4년전에 올라오고는 아무런 소식이 없다. 그런데 이 채널은 구독자 수가 꾸준히 정말 신기하게 증가하고 있으며 조만간 실버버튼을 받을 것 같다. 여하튼 이 계정에 올라온 영상들은 아이돌 노래와 이마트 BGM을 배속으로 재생해둔 것이다. 이 음악들을 듣고 있다 보면 왠지 모르게 배속 걸린 음악이 제 속도인것처럼 느껴지기 시작하면서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듯한 착각을 느낄 수 있다. 전선을 자르거나 회로를 조립하는 등 단순노동을 할때에 틀어두면 작업 속도가 몰라보게 빨라진다.


  그런데 얼마전에, 일 주일만에 논문을 두 편이나 써야 되는 상황에서 이 음악을 틀어봤는데 매우 놀라운 경험을 했다. 단순노동 뿐 아니라 고도의 지적활동이 필요한 작업마저도 이 음악들을 들으며 하면 같은 시간동안 진도가 더 빨리 나가는 것이다. 허 참. 신기하다.


  여하튼 덕분에 무척이나 단기간에 원고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어제 세창출판사에 원고를 보내드렸다.



  직설적이고 날카로운 코멘트 정말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걱정 마시고, 제 발전을 위한 조언이라 생각하시고 편하게 비판해 주시기 바랍니다.

  별로 안 아파 할게요.. 그럴 수 있을거에요..


  감사합니다.


  잠시 뒤 답장이 날아왔다.



  보내주신 원고는 검토 후 연락드리겠습니다.

  가감없이! 마구 얘기 나누시죠!

  즐거운 오후되세요. :)



  가감이 없다는게 어느정도로 가감이 없는걸까? 오들오들 떨었다. 잠도 설쳤다. 그리고 오늘 대리님과 통화를 했다.


  보내드린 원고를 세 시간 반에 걸쳐서 바로 다 읽으셨다고. 읽다가 너무 웃으셨다고 하셨다. 굉장히 재미있는 글이라고 하셨다. 다행이다.


  "대박이에요."

  "저 그럼 이 책 팔아서 집도 사고 차도 사고 결혼도 할 수 있는건가요?"


  그럴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간 저축한 돈은 공익 근무를 하면서 다 까먹은지 오래다. 소집해제하고 나도 돈좀 만져보자.


  "제가 장가갈 수 있게 잘 좀 부탁드립니다. 대리님도 보너스 많이 받으시고 출판사는 사옥 새로 올리시고."


  자고로 꿈은 크게 가지는게 좋을 것 같다.


  "글 내용은 따로 수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좋았어. 한 번에 컨펌이다.


  "하지만 결말 부분에서 너무 아쉬웠어요. 글이 여기서 끝나버린다니! 한 챕터만 더 넣으면 좋겠어요."


  에필로그에 두 챕터나 넣었는데도 아쉽다고 하신다. 작가에게 이런 코멘트는 극찬이나 다름없다. 입꼬리가 자꾸만 올라가서 내려오려고 하지를 않는다.


  아무튼 좋은 말씀만 해 주시니 몸둘바를 모르겠다. 내 군생활에서 가장 소란스러웠던 두달간의 이야기가 이렇게 갈무리되었다. 코딩하는 공익은 이제 정말로 완결인가보다.


  책은 필자가 민간인이 되는 2020년 4월말이 지나서 출간될 예정이다. 아, 뭐야 아직 8개월이나 남았네. 군생활 언제 끝나냐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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