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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병현 Dec 04. 2018

노동청 공익과 노동부 출장 (1)

코딩하는공익(7)

  "병현씨 본부에 뭐 보낸 거 있어요?"

 

  지난주 금요일. KT 시위대와의 충돌을 대비해 경비를 서는 중 서무님이 3층에서 헐레벌떡 내려오셨다. 본부에서 왜 전화가 왔는가. 지방청 공무원에게는 굉장히 낯설고 궁금한 일이었을 것이다. 당사자인 필자도 당황스러운데 어련할까.

 

  한번 실없는 생각을 해봤다. 공익근무요원을 군대에 비유하자면 담당공무원은 소대장, 소장님은 중대장, 지청장님은 대대장쯤 될 것 같다. 안동지청의 모체인 대구청 청장님은 사단장쯤 될까? 필자가 복무를 시작한 지 반년 정도 되었으니 육군이었다면 일병 계급장을 달고 있었을 것이다. 지청장님과 본부 사무관이 급수가 비슷할 것이니 육군본부 또는 연대 소속이며 대대장과 계급이 비슷한 장교가 다이렉트로 소대에 전화를 걸어 "거기 xxx일병 좀 바꿔주십시오." 하고 요청한 것과 비슷한 상황이 아닌가?


  그러니까, 공무원들은 일병 나부랭이가 직속상관들 다 제치고 육군본부에 마음의 편지라도 보낸 상황으로 이해한 것 같았다. 군필자들은 이게 얼마나 등골이 오싹해지는 상황인지 이해할 것이다.


  "뒤집어질만하네.."

  "네?"

  "아 아니에요. 본부에서 요청해서 이메일 보낸 거 있어요. 혹시 어떤 분이세요?"

  

  필자가 잘못을 저질러서 본부에서 연락을 준 게 아니라는 인상을 주기 위해 애썼다. 연락 주신 분의 성함과 전화번호가 적힌 포스트잇을 건네받고 잠시 망설였다. 지금 시위가 진행 중이라 많이 시끄러운데 지금 전화드리는 게 나을까? 아니면 좀 더 기다려 볼까? 시위도 평화적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뭐 괜찮겠다는 마음에 전화를 걸었다.


  전날 통화했던 분과는 다른 분이었다. 브런치 글을 재밌게 봤으며, 이메일을 돌려 봤다고 한다. OCR은 장기간 준비를 해 왔으며 마침 그날 바로 발주를 넣었다고 한다.


  한번 같이 만나 논의하는 자리를 만들고 싶어 연락을 주셨다고 한다. 혹시 세종시에 있는 노동부 본청으로 출장을 올 수 있는지 여쭤보시기에 필자는 월요일에라도 당장 다녀올 수 있으니 지청과 협의만 원만하게 진행해 주십사 부탁드렸다.


  "아 그런데 혹시 출장비는 나오나요?"

  "네 물론이죠 나올 겁니다. 혹시 복무 관리하시는 담당공무원님이 누구신가요?"


  함께 경비를 서고 있던 담당공무원님께도 상황을 전달해 드렸다.

 

  "본부에서 자문을 요청해서 출장을 다녀와야 될 것 같아요."

  "자문? 아 너 전에 ip 차단 먹은 거 그거 기록 보고 부르는 건가? 나도 가야 돼?"


  공익 한 명 출장 보내는 게 그렇게 여러 사람 손이 가는 일인 지 그때는 몰랐다.



  뒷 이야기는 아래 링크에서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https://bhban.tistory.com/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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