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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서 5장

10/4 아침묵상

by 반병현

너는 하나님의 전에 들어갈 때에 네 발을 삼갈찌어다 가까이 하여 말씀을 듣는 것이 우매자의 제사 드리는 것보다 나으니 저희는 악을 행하면서도 깨닫지 못함이니라 너는 하나님 앞에서 함부로 입을 열지 말며 급한 마음으로 말을 내지 말라 하나님은 하늘에 계시고 너는 땅에 있음이니라 그런즉 마땅히 말을 적게 할 것이라 일이 많으면 꿈이 생기고 말이 많으면 우매자의 소리가 나타나느니라 네가 하나님께 서원하였거든 갚기를 더디게 말라 하나님은 우매자를 기뻐하지 아니하시나니 서원한 것을 갚으라 서원하고 갚지 아니하는 것보다 서원하지 아니하는 것이 나으니 네 입으로 네 육체를 범죄케 말라 사자 앞에서 내가 서원한 것이 실수라고 말하지 말라 어찌 하나님으로 네 말 소리를 진노하사 네 손으로 한 것을 멸하시게 하랴 꿈이 많으면 헛된 것이 많고 말이 많아도 그러하니 오직 너는 하나님을 경외할찌니라

전도서 5:1‭-‬7 KRV



전도서 5장의 초반부입니다. 하나님을 경외하는 마음가짐에 대한 훈계와 말에 대한 경계입니다. 말로 짓는 죄와 어리석음은 잠언에서도 수없이 반복해서 등장한 주제입니다. 잠언에서는 입술을 단속하라 하였습니다. 전도서에서는 입으로 네 육체를 범죄케 하지 말라고 하고 있습니다. 코헬렛이 잠언의 지혜를 계승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코헬렛은 하나님 앞에서 입을 함부로 열지 말라는 메세지를 더하고 있습니다. 여호와를 망령되이 이르거나 하나님 앞에서 불경한 언행을 행하는 것에 대한 경계로 보입니다. 겸손하고 지혜로운 마음가짐으로 입을 단속하고, 오직 하나님께로 나아가 하나님의 말씀을 경청하며 하나님을 경외해야 합니다.



너는 어느 도에서든지 빈민을 학대하는 것과 공의를 박멸하는 것을 볼찌라도 그것을 이상히 여기지 말라 높은 자보다 더 높은 자가 감찰하고 그들보다 더 높은 자들이 있음이니라 땅의 이익은 뭇사람을 위하여 있나니 왕도 밭의 소산을 받느니라 은을 사랑하는 자는 은으로 만족함이 없고 풍부를 사랑하는 자는 소득으로 만족함이 없나니 이것도 헛되도다 재산이 더하면 먹는 자도 더하나니 그 소유주가 눈으로 보는 외에 무엇이 유익하랴 노동자는 먹는 것이 많든지 적든지 잠을 달게 자거니와 부자는 배부름으로 자지 못하느니라 내가 해 아래서 큰 폐단 되는 것을 보았나니 곧 소유주가 재물을 자기에게 해 되도록 지키는 것이라 그 재물이 재난을 인하여 패하나니 비록 아들은 낳았으나 그 손에 아무 것도 없느니라 저가 모태에서 벌거벗고 나왔은즉 그 나온대로 돌아가고 수고하여 얻은 것을 아무 것도 손에 가지고 가지 못하리니 이것도 폐단이라 어떻게 왔든지 그대로 가리니 바람을 잡으려는 수고가 저에게 무엇이 유익하랴 일평생을 어두운데서 먹으며 번뇌와 병과 분노가 저에게 있느니라 사람이 하나님의 주신바 그 일평생에 먹고 마시며 해 아래서 수고하는 모든 수고 중에서 낙을 누리는 것이 선하고 아름다움을 내가 보았나니 이것이 그의 분복이로다 어떤 사람에게든지 하나님이 재물과 부요를 주사 능히 누리게 하시며 분복을 받아 수고함으로 즐거워하게 하신 것은 하나님의 선물이라 저는 그 생명의 날을 깊이 관념치 아니하리니 이는 하나님이 저의 마음의 기뻐하는 것으로 응하심이니라

전도서 5:8‭-‬20 KRV


5장의 후반부는 재물로 인한 죄악에 대한 경계가 주된 메시지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불교에서 말하는 공수래공수거 사상이 등장합니다.


저가 모태에서 벌거벗고 나왔은즉 그 나온대로 돌아가고 수고하여 얻은 것을 아무 것도 손에 가지고 가지 못하리니

전도서 5:15 KRV


대승불교에 공 사상이라는게 있지요. 세상의 모든 현상은 다 비어 있다는 사상입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은 실체도, 자체도, 아도 없다는 사상이에요. 불교쪽에서는 이를 허무적으로 해석하는 것을 배척하고 있습니다만 제 입장에서는 허무주의의 전제 그 자체와 다를 바 없이 느껴집니다.


코헬렛도, 불교의 수도승도, 그리고 프리드리히 니체도 이 세상의 공허함과 허무함에 대해 깊게 고민했습니다. 철학적 사유가 어느정도 수준에 다다르면 다들 이런 방향으로 생각이 흐르는걸까요?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시대를 초월해 같은 고민을 하다니, 신기합니다. 하긴 영원한 시간 속에서 인간의 삶은 찰나에 지나지 않으니 누구든지 이런 생각을 해 볼 수 있겠습니다.


다만 대승불교와 니체, 전도서는 다들 다른 결론으로 뻗어갔죠. 공 사상과 허무주의, 그리고 세상은 헛되니 여호와를 경외하라는 메세지. 똑같은 전제에서 출발해 너무나도 다른 결론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여하튼 5장의 후반부는 재물이 악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마음의 경계심을 세우고, 하나님께서 선물해 주신 양식에 기뻐하라는 내용으로 끝납니다.


5장의 주제는 굉장히 짧습니다. "하나님을 대하는 경건한 마음가짐" 입니다. 이 한 마디를 두 가지 예시로써 소개하고 있으며, 두 가지 예시를 소개하기 위하여 서론-본론-결론 이라는 구조를 두 번 반복합니다. 잠언과 비교됩니다. 잠언에는 그런 문학적 구조가 등장하지 않았거든요. 700년이나 이후에 작성된 책이라서 그럴겁니다.


하나님 앞으로 나아가 말씀에 귀를 기울이고, 입을 단속하며, 하나님께서 주신 선물을 소중하게 여겨 감사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제 마음을 바로잡겠습니다. 하나님께서도 잠언과 코헬렛의 지혜를 제게 허락하사 제게 굳건한 신앙의 심지를 심어 주시옵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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