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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병현 Apr 22. 2020

에필로그의 에필로그

코딩하는 공익

  “그래서 병현이는 뭐 하누?”     


  친구에게 오랜만에 카톡이 왔다. 같이 버스킹을 다니며 소아암 후원을 하던 녀석이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기승이라 통 만나지를 못하고 있었는데. 간만에 연락이 오니 반갑네.     


  “원고 하는 중이야. 에필로그 써 드리기로 했는데 너무 바빠서 미루고 미루다가.”

  “투고!”

  “쓰리고!”     


  이 친구와의 대화는 대체로 이런 식이다. 맥락도 없고 개연성도 없다. 오로지 바깥에서는 싸늘한 눈빛을 주목시킬 만한 아재 개그만이 있을 뿐.     


  “에필로그에서 차기작 떡밥 던지자 병현.”

  “오? 떡밥 뭐 던질까?”

  “나야 모르지. 차기작 뭔데?”

  “몰라. 뭐 하지?”

  “사람 냄새 나는 글로 하나 가자.”

  “뭐 하지?”     


  에필로그에서 차기작 떡밥을 던지라니, 이거 참 좋은 아이디어다. 그런데 차기작이랄게 뭐가 있을까? 기껏해야 브런치에 꾸준히 올리는 글 200여 편과 원고를 작성 중인 IT 교재가 전부인데. 미리미리 차기작을 준비해 뒀어야 하나 보다. 어리석었다.     


  “야 버거킹이나 가자. 와퍼 먹고 싶어.”

  “너 와퍼 사 먹을 돈 없잖아?”

  “오늘 노동청에서 월급 들어온단 말이야. 병장 월급 54만 원으로 올라서 이제 가끔 와퍼 사 먹을 정도는 되거든?”

  “오 이제 연봉 600만 원짜리 AI 석사네?”

  “스읍. 입맛 떨어졌다.”

  “수고요. 그런데 너 전역하면 뭐하냐?”

  “〈상상텃밭〉으로 바로 복직해야지. 내가 세운 회사로 2년 만에 복직이다. 기분 묘하네.”

  “야, 그럼 〈상상텃밭〉에서 있었던 일을 글로 써 보면 좋지 않아? 회사 홍보도 되고. 20대 초반 젊은이들이 모여서 으쌰으쌰 회사 세우는 이야기도 재밌을 것 같은데?”

  “아?”

  “아?”


  지금까지 코딩하는 공익을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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