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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병현 Jan 27. 2019

기꺼이 열정을 태웠던 건들

코딩하는 공익 (16)

  글을 작성하고 있는 오늘 당일까지도 모종의 부탁을 받았다. 생각보다 사회복무요원 한 명에게 큰 기대를 갖고 계신 분들이 적지 않아서 놀랐다.


  컨택 경로 또한 다양하다. 빈도가 높은 순서대로 정리해 보자면 아래와 같다.


  1위

  노동청의 직통전화로 필자에게 바로 전화를 주는 경우가 가장 흔하다. 필자가 가장 선호하는 루트이기도 하다.


  2위

  안동 노동청으로 바로 전화나 공문을 넣는 경우. 절차상 가장 바람직하고 간소한 루트다. 어차피 필자에게 직접 연락이 닿더라도 많은 경우 노동청으로 다시 연락하여 공무원을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며, 위에서 허가가 떨어져야 필자가 움직일 수 있다.


  3위

  브런치의 "문의하기"기능을 활용하는 경우. 필자의 이메일로 문의 내역이 전달된다. 노동청의 업무와 전혀 상관없는 영역일 경우 가장 좋은 컨택 루트다. IT 자문이나 기고문의 등 필자의 복무 범위와 무관한 용무인 경우에는 노동청의 허가가 필요 없다. 게다가 필자는 거의 실시간으로 메일을 확인하는 편이다.


  4위

  SNS를 통한 경우. 기관에서는 사례가 없고 민간 쪽에서는 빈도가 잦다. 사생활을 간섭받는 기분이 들기 때문에 필자가 가장 싫어하는 루트다.


  5위

  구글링을 통해 신상을 털어서 연락을 주는 경우. 회사 이메일이 아마 쉽게 검색이 되는 모양이다. 구글 스콜라에 회사 메일로 등록해 뒀었나?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회사 메일로 온 연락 중 터무니없는 건들은 무시하고, 나머지는 무조건 회사에 대한 문의로 간주해서 다른 멤버에게 맡긴다. 회사에 자문료를 얼마나 줄 수 있는지 문의를 하면 대부분 답장이 안 온다고 한다.


  


  앞선 글로 밝혔듯이 필자는 열정 페이를 굉장히 싫어한다. 이는 한 사람이 가진 가치를 폄하하는 행위다. 필자에게 일을 시키면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할 의사가 없는 기관이나 사람은 필자가 지금껏 쌓아온 노력과 경력을 무가치한 것으로 간주하는 악당이다. 거기에 동조하면 필자 또한 공범이 되는 것이고, 그 피해는 필자 본인뿐 아니라 동종업계의 다른 전문가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가장 간명한 해결책은 업계 평균 수준의 보수를 받는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사회복무 중이므로 어떠한 금전적 이득을 취할 수 없는 상태다. 이런 특수한 상황 때문에 재미있는 일이 벌어진다.


  필자에게 정당한 대가를 꼭 지불하고 자문을 구하고 싶었던 모 정부기관은 병무청과 전화통화로 언성을 높여 싸웠다고 한다. 또 어떤 기관에서는 "어차피 대가를 받을 수 없는 데 공짜로 해 주시죠."라는 이야기를 했다. 전자의 경우에는 복무관리규정을 피해 퇴근 후 또는 휴가 중에 짬을 내 무료로 자문을 해 드렸고, 후자의 경우에는 "복무관리규정의 업무분야를 벗어난 범위이므로 먼저 병무청에 문의하여 서면 허가를 받아 오십시오."라는 답변을 드렸다. 이럴 때 병무청은 참 좋은 방패다.


  필자도 나름대로 현 상황에 타협해 "대가"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세웠다. 재미가 있는 일이거나, 보람찬 일이거나, 사회적 약자에게 힘이 될 수 있는 일이면 충분한 대가를 받은 것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단,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은 절대 안 한다.




고용노동부 고용서비스기반과 방문 후기 중에서

  작년에 고용노동부 고용서비스기반과의 요청에 응해 세종까지 다녀왔던 이유는 재미가 있어 보였기 때문다. 매일 출근하는 근무지가 아니라 다른 지역까지 출장을 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설렜다. 기반과 분들과 만나 미팅을 한 이후에는 "결국에는 서민에게 혜택이 돌아가겠구나."라는 생각에 뿌듯함이 커 협조적인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의왕시청 분들과 함께, 안동 노동청에서

  의왕시청의 요청은 "사회적 약자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일"이라는 판단이 들어서 기꺼이 승낙했다. 앞으로도 가능한 한 도움을 많이 드리고 싶다.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가 지엽적이고 명확하게 정의된 상태여서 더욱 좋았다. 먼저 공공기관용 입찰을 전제로 한 견적을 내어 드리고, 필자가 발주를 줘야 하는 상황이라 가정하고 기능과 가격을 대폭 타협한 견적을 한번 더 내어 드렸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국가행정의 혁신을 민간 쪽에서, 그것도 스타트업 쪽에서 주도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카이스트 창업원을 소개해 드렸다.


  스노우볼이 잘 굴러가 줄까?



  고용노동부의 이름 기억 안 나는  모 부서, 인천 고용복지+센터(노동청 산하기관), 이름 기억 안 나는 모 시청, 이름 기억 안 나는 모 기업 등지에서 등기우편 자동 정리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있는지 문의가 들어왔다.


  파이썬을 알아야 쓸 수 있으므로 일반인은 사용이 어렵다고 말씀을 드려도 재차 요청하시기에 깃허브 링크를 보내 드린다. 그러면 십중팔구 아래와 같은 일이 벌어진다.


문자 캡처

  그런데 우편등기 자동 정리는 청와.. 아냐 말 못 해.


  뒷 이야기는 세창출판사를 통하여 2020년에 출간될 "코딩하는 공익" 책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출판 계약상 책에 넣을 글은 브런치에 전문을 올릴 수 없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책에 넣지 않을 글은 앞으로 전문이 올라올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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