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반병현 Feb 12. 2019

달콤한 꿈을 굽는 청년, 빵장수 남원식 점장

반병과 사람들 (4)

  반병과 사람들은 필자가 주변 사람들을 만나러 다니는 이야기입니다. 필자는 어느 모임에 가서도 항상 주변 사람들의 개성 있는 모습을 놓치지 않는 편입니다. 호기심이 많기도 하고, 관찰력이 좋기도 해서 그런 것 같아요. 제 눈에는 모든 사람들이 다 소중하고 특별해 보이지 뭡니까. 그래서 어딜 가면 항상 이런 말을 합니다.


  "역시 이 중에 정상인은 나밖에 없어."


  그리고 놀랍게도 어느 모임을 가도 무수한 욕설과 신변에 대한 위협이 답변으로 돌아옵니다. 힝.


  이 시리즈도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제게는 참 소중하고 특별한 인연들인데, 이걸 한번 재조명해 보고 싶었습니다. 마치 맛있는 음식을 먹고 나면 그 맛집을 주변에 소문내고 싶은 욕구와 비슷하달 까요?


  "이렇게 특별한 사람들을 나 혼자서만 알고 있자니 너무 아까워!"


남원식 점장

  오늘의 주인공은 빵장수단팥빵 안동점에서 빵장수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남원식 점장입니다. 드디어 상상텃밭 멤버가 아닌 분을 섭외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아무리 봐도 소바집 점장님처럼 생겼지만 엄연히 빵집 점장입니다. 빵집 문을 열고 들어가면 '이랏샤이마세!'하고 인사해 줄 것 같지만 아닙니다. 남원식 점장은 원래 아르바이트로 일을 시작했다가 뜻밖의 초고속 승진으로 반 년도 안 되어 점장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의 전공은 제과제빵이 아니라 컴퓨터교육입니다!


  필자의 주변에는 전공과 전혀 상관없는 길을 걷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놀라운건 다들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이지요. 필자의 친구라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필자는 정말로 남원식 점장이 만든 빵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습니다. 타지에서 친구들이 놀러오면 무조건 이 빵집으로 데려갑니다.남원식 점장의 이야기를 지금부터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Q1. 안녕하세요. 요즘 무슨 빵이 잘 나가요?

  요즘 생크림 들어있는게 잘 나가는 편이다. 그런데 왜 갑자기 존댓말인가?


  Q2. (무시) 그렇구나. 제가 안동은 처음이라 그런데, 친구가 여기가 맛있다고 추천을 해 줬거든요.

  그 친구가 혹시 본인의 또 다른 자아 아닌가?


6년 전 남원식 점장(우측)의 군 면회를 간 필자(좌측)

  Q3. (계산 안 하고 빵을 집어먹는다) 와 진짜 맛있다 이거 직접 다 만드신 거에요?

  방금 구은 거다. 2500원이야. (포스기에 찍는다)


  Q4. 제가 지금 돈이 없어서요. 계산은 여기 제 친구가 자주 오거든요. 남원식이라고. 걔 이름 앞으로 좀 달아 두세요.

  (날카로워 보이는 조리기구를 손에 꽉 쥔다) 뭐라구요, 고객님?


  Q5. 아, 여기 지갑이 있었네? 왜 몰랐지? 아하하하. 계산이요 계산. 아 돈 낸다고! 악!

  너 요즘 맞는거 좋아하지?

  

반 년 정도 전 부터 카톡방에 꾸준히 빵 사진을 올리고 있다. 이제보니 카톡 프사도 빵이다.

  Q6. 점장님 제빵 경력이 얼마나 되세요?

  여기서 일한게 전부다. 이제 반 년 정도 되었다.


  Q7. 아 그렇구나. 그러면 대학교 전공도 식품이나 제과제빵 관련인가요?

  전혀 관련 없다. 원래는 사범대학교 학생이다. 컴퓨터교육과를 전공했다.


  Q8. 엥? 근데 어쩌다가 제빵을 해요? 교사를 안 하고 빵을 만들기로 결심한 계기가 어떻게 되나요?

  거창한 계기라고 할 것 까지는 없고, 원래 음식을 만드는 건 좋아했고 자주 했었다. 한창 공부하던 중에 알바를 찾았는데 그게 마침 이 가게였다. 그리고는 우연한 기회가 겹치다 보니 이렇게 주방에 서서 빵을 만들고 있다.


  Q9. 원래는 제빵말고 다른걸 했었겠네, 그럼?

  원래는 제빵이 아니라 판매 알바였다. 진열하고 계산하고 매장 청소를 했다.


새로운 제빵스킬을 익힐 때마다 단톡방에 자랑을 한다


  Q10. 영화나 만화 보면 허드렛일만 몇 년 하지 않나? 어떻게 이렇게 빠른 기간에 승진해 주방에서 빵을 만들게 되었나?

  주방일을 하던 윗 사람들이 모두들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서 그만두게 되었다. 갑자기 제빵사를 새로이 영입해야 될 상황이었다. 그런데, 외부인을 데려오기보다는 아무래도 가게가 굴러가는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 주방을 맡는 게 좋겠다는 사장님의 판단에, 내가 제빵기술을 배우게 되었다.


  Q11. 그렇구나. 그런데 예전에 오버워치 프로게이머를 지망하지 않았나?

  그랬던 시절이 있었지.


  Q12. 네이버에 남원식이라고 치면 뉴스가 나온다.

  그게 나온다고? 그럴 리가 없는데?

파이팅을 다지는 남원식 점장 (가운데)


  Q13. 봐라, 사진도 나온다. 로테시아 라고 검색해도 나온다.

  안 된다. 검색하지 마라.


  Q14. 당시 프로게이머를 지망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운 좋게 기회가 찾아왔었다. 게임을 좋아하기도 했고, 내 실력으로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나 궁금해서 도전을 해 봤다.


  Q15. 그 기회라는건 어떤 기회였나?

  먼저 기회를 문 친구가 같이 하자고 꼬셨다. 그 당시에는 내 실력에 자신감도 있었고 해서 합류했다. 여기 빵집 직원이 당시 우리 팀 팀장이었다.


  Q16. 반갑다. 다음 인터뷰는 그쪽이다.

  연욱: 뭔가, 원래 이렇게 훅 들어오나?


  Q17. 암튼 라인하르트를 그렇게 잘 한다며?

  당시 우리 팀에서 메인 탱커(최전방에서 팀원을 보호하고 전투를 이끌어가는 역할)였다. 라인하르트나 윈스턴을 주로 했다.


이제는 빵 장인이 다 되었다.


  Q18. 빵 이야기나 좀 더 해 보자. 아무래도 제과제빵 전공이 아닌데 뒤늦게 제빵의 맛을 알아버렸으니 재미있는 이야기가 많을 것 같다. 처음에 일 배우는건 어렵지 않았나?

  일 배우는거야 뭐. 어느 분야를 가던 처음에는 다 똑같은 것 같다. 어느정도 수련기간이 필요하다. 굳이 그거갖고 어렵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주변에서 사람들이 제빵을 배우려면 제과제빵 자격증이 필요하냐고 물어보는데 나는 그때마다 늘 해 주는 말이 있다. "어디 집에서 김치찌개를 끓여먹으려면 한식 자격증이 필요한가?" 라며 되물어 본다. 나는 굳이 자격증이 있든 없든, 열정으로 기술을 익히면 맛있는 빵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Q19. 멋지다. 처음에 어려운건 없었나?

  생각보다 빵이라는 음식 자체가 민감한 식품이다. 가정에서 만들어 먹는 식사에 비하면 세세하게 손이 많이 간다. 한식이나 중식에 비해서 손이 더 많이 가는 부분이 있다.


안 그래도 맛있는 빵에 콩고물을 뿌리는 중


  Q20. 그런가? 어떤 점에서 손이 더 많이 가나? 실패경험이 있나?

  제빵이라는게 밀가루를 발효시켜서 내부에 가스를 가득 채워 부피를 부풀린 다음, 그 상태로 구워서 그 형태를 유지시키는 것이다. 대부분의 빵이 이 기본을 벗어나지 않는데, 거기서 작은 충격에 의해서도 내부에 차 있는 공기가 빠져나갈 수 있다. 내부에 들어있는 것이라고는 공기 뿐이다 보니 내구도가 매우 약하다. 그러면 그 상태로 빵은 상품가치를 잃어버린 밀가루 덩어리가 되어버린다.


  Q21. 그렇구나. 근데 예전에는 굽다가 실패한 빵 있으면 나눠 주고 그랬잖은가. 왜 요즘은 안 부르나.

  요새는 실패를 안 한다. 내가 안 부른지 몇 달 되지 않았나?


튀겨서 만드는 빵도 있다

  Q22. 하긴. 실력이 늘어서 그렇다면 좋은 일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여기 튀김기도 있네?

  튀겨서 만드는 빵도 있다. 바삭바삭해서 인기가 좋다.


  Q23. 저기에 치킨 튀겨 먹으면 안 되나?

  혹시 끓는 기름으로 맞아본 적 있나? 기름은 위생관리가 더욱 중요하기 때문에 이물질을 튀기면 안 된다.


  Q24. 인정한다. 빵을 떠나서 요리를 판매하는 입장인데, 집에서 만드는 음식과 판매하는 음식은 어떤 차이가 있다고 생각하나?

  언제나 똑같아야 한다. 첫날 온 사람이나 둘쩨 셋째 날 온 사람들 모두 똑같은 제품을 사 가야 한다. 언제나 제품 상태가 최상으로 유지되어야 한다.


  Q25. 쉽지 않은 일일 것 같다. 혹시 노하우나 노력중인 부분이 있나?

  언제든 그냥 모든걸 할 때 하나하나 집중해서 최선을 다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Q26. 언제 "내가 실력이 늘었구나."라고 느꼈나?

  제빵 기구들이 손에 익었을 때. 어느 순간엔가 이 도구들이 집에서 밥먹을 때 쓰는 숫가락 젓가락처럼 친숙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어느날 갑자기.


  Q27. 그때 기분은?

  묘했다. 엄청 기쁘다기보다는 신기했다. 아, 이게 되기도 하는구나.


  Q28. 요리도 요리지만 점장으로써 가게를 운영하는건 힘들지 않나?

  내가 점장이라고 해서 운영 전반에 큰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는다. 돈은 사장님이 직접 관리하시다 보니 내가 하는건 직원관리나 매장관리 전반인데, 이건 적성에 잘 맞는다.


  Q29. 지원자들 면접도 직접 보겠네?

  그렇다. 지금까지 온 알바는 모두 내가 면접 봤다.


  Q30. 기억에 남는 손님이 있나?

  외국인 손님 한 명이 찾아와 돼지고기가 들어갔냐고 물어보더라. 안 들어갔다고 하니 너무나도 기뻐하면서 빵을 사갔다. 그 뒤로 이틀 내내 친구들까지 몽땅 끌고왔다.


  Q31. 요즘도 오나?

  아니. 관광객이었던 것 같다. 삼일 연속으로 오고 나서 그 뒤로는 못 봤다.


생긴 건 영락없는 소바집 사장님인데 이렇게 예쁜 빵을 구워내는 걸 보니 신기하다


  Q32. 일 할때 언제 제일 뿌듯한가?

  음식 하는 사람들이 다 똑같겠지만 맛있다, 맛있어서 다시 찾아왔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가장 뿌듯하다.


  Q33. 앞으로의 목표나 꿈이 있는가?

  특별한 비전이나 확실한 목표는 없지만, 당장은 이 가게를 잘 꾸려나가는 것이 꿈이라면 꿈이다. 나는 빵을 만드는 게 행복하고, 이 가게가 좋다.


  Q34. 이 가게가 엄청 잘 됐다고 치자. 그럼 어떤 걸 하고 싶나?

  하루종일 돈만 세다가 잠들고 싶다.


  Q35. 알겠다. 근데 거기 직원 분도 눈에 되게 익은데, 뉴스 기사에서 같이 본 것 같다. 맞는가?

  우리 팀장이었다.


  Q36. 잠깐 직원좀 빌려달라.

  마침 점심 먹으려 했다. 앉아라.



반병현 소속상상텃밭 직업개발자
구독자 2,181
매거진의 이전글 전공을 뛰어넘은 학생창업가, 류동훈 이사를 만나다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