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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병현 Aug 19. 2019

인생 2회차가 틀림없어, 여동엽 대표를 만나다

반병과 사람들 (7)

  반병과 사람들은 필자가 주변 사람들을 만나러 다니는 이야기입니다. 필자는 어느 모임에 가서도 항상 주변 사람들의 개성 있는 모습을 놓치지 않는 편입니다. 호기심이 많기도 하고, 관찰력이 좋기도 해서 그런 것 같아요. 제 눈에는 모든 사람들이 다 소중하고 특별해 보이지 뭡니까. 그래서 어딜 가면 항상 이런 말을 합니다.


  "역시 이 중에 정상인은 나밖에 없어."


  그리고 놀랍게도 어느 모임을 가도 무수한 욕설과 신변에 대한 위협이 답변으로 돌아옵니다. 힝.


  이 시리즈도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제게는 참 소중하고 특별한 인연들인데, 이걸 한번 재조명해 보고 싶었습니다. 마치 맛있는 음식을 먹고 나면 그 맛집을 주변에 소문내고 싶은 욕구와 비슷하달 까요?


  "이렇게 특별한 사람들을 나 혼자서만 알고 있자니 너무 아까워!"


사회적 약자를 돕기 위한 해커톤에서 멘토링을 하고 계시는 여동엽님


  오늘의 주인공은 여동엽 님입니다. 굉장히 뵙기 힘든 분인데 제가 이렇게 섭외에 성공했습니다. 사실 원래는 인터뷰를 딸 생각까지는 없었지만 우발적으로 인터뷰를 요청했습니다.


  파이콘 키노트를 마치고 행사장을 어슬렁거리던 중, 스토킹을 당했습니다. 연하의 남성으로부터 말이죠. 어머나. (파이콘 후기는 조만간 작성하겠습니다.)


사생팬

  용무를 마치고 뒤로 돌아서자마자 처음 뵙는 분께서 너무나도 반갑게 맞아주셔서 당황했습니다. 그런데 명찰을 보니 페이스북에서 저와 자주 교류하던 분이셨어요. 너무 반가웠습니다. 여동엽님 옆에는 다니엘님도 계셨습니다.


  잠시 말씀을 나누어보니 필자의 글이 그로스해킹을 타기 전에 브런치에서 먼저 읽으신 분이라고 하시네요. 전국에 30분 정도 계실텐데 그 중 한 분인 것입니다! 세상에! 정말 감사해요 독자님!


미적감각까지 뛰어나시다

  반갑게 인사를 나눈 뒤 다니엘님과 셋이서 사진을 찍고 헤어졌습니다. 여동엽님은 사람의 외모를 올바르게 평가하는 맑고 투명한 마음을 가진 분이십니다. 흠흠.


  파이콘 2일차. 대구 소프트웨어 마이스터고등학교 학생들과 점심을 같이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괜찮은 친구들이 있으면 상상텃밭으로 납치하려고 말이죠. 나이도 어린 친구들이 하나같이 자기 진로를 이미 결정하고 노력하는 모습이 멋있고 존경스러웠습니다.


  미팅이 끝나고 나가려는데 학생 중 한 명이 소리를 치더군요.


  "어, 여동엽이다!"


  '파이콘 2일차인 오늘도 만나다니, 이건 신의 계시가 틀림없잖아?'


  그래서 이번에는 필자가 여동엽님을 스토킹하기로 했습니다. 동엽님 옆자리에 앉아 이준범님의 세션을 듣고, 발표가 끝나자마자 윗층 빈 테이블로 납치했습니다.


이 상황이 몹시 수줍은 동엽님


Q1. 그런 이유로 인터뷰나 합시다.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A1. 이렇게 갑자기 말인가? 어, 하는 일이 너무 많은데?

  저는 루카스 IT의 대표입니다. 코딩교육 사업이랑 함께 컨설팅도 해주고, 마케팅도 하고. 돈 되는건 다 하고 있어요. 그리고 라이드라는 회사에서 이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공유킥보드 회사구요. 하나 더 있는데, 커넥션이라는 팀에서는 부대표로 청소년들의 꿈과 목표를 지원해주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Q2. 아니 무슨 하는 일이 그렇게 많은가? 루카스 IT는 뭐 하는 회사인가?

A2.  교육을 하는 회사다. 그런데 교육을 위한 운영비 확보를 위해서 이런저런 부대사업을 하는 중이다. 사회적인 이슈에 대한 교육을 많이 하고 있다. 사회적 문제와 관련된 해커톤에서 멘토링도 하고, 청소년들의 문제도 도와주고 있다. 커넥션이랑 연결해서 청소년들의 꿈이나 목표같은걸 잡는 걸 도와주려고도 하고 소외계층 교육까지 하려고 한다.


아이패드를 들고 바쁜 척을 좀 해 달라고 부탁드렸다. 그렇다, 연출된 장면이다.


Q3. 대단하다. 사업체를 세개나 운영하는 중이라니. 시간이 확보가 되는가?

A3.  시간이 금이다. 진짜 금이다. 시간이 없어서 공부를 못 한다는 말이 이해가 될 정도로. 변명이라면 변명이지만 시간에 쫓기면서 살고 있다. 연애하고 싶다.


Q4. 그럼 브런치에 여친구인 광고를 넣어 주겠다.

A4.  …. (주먹이 파르르르 떨린다.)


Q5. 최근에는 어떤 일이 가장 관심사인가?

A5.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갖다 보니 오이도 상권을 살려보자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프로젝트를 하게 되었다. 책임이 무겁다.


오이도에서 미팅 중인 여동엽님

Q6. 혹시 오이도에 빌딩이 있나?

A6.  …. 아니다. 있으면 좋겠다.


Q7. 상권은 왜 살리려고 하나?

A7.  상권이 죽으니까 거기 있는 사람들이 다 죽더라. 모든 사람들이. 그래서 돈 벌려고 오이도에 들어갔다가 돈 잃으면서 상권을 살려야 하는 그런 상황이다. 처음에는 그냥 치고 나오려고 했는데 많은 상인들이 힘들어하고, 폐업하고 그러니까. 좀 살리려고. 컨설팅을 진행 중이다.


Q8. 인터뷰 시작한지 10분도 안 됐는데 이야기가 너무 풍성하다. 하는 것도 많고. 시간도 알뜰하게 쓰고 계시면서 추가로 연애까지 하고 싶으시다고. 와 그러면 몇살 정도 되는 여자를 만나고 싶으신가?

A8.  18살이면 좋겠다.


Q9. 네? 미성년자요? 미치셨어요?

A9.  아 사실 내가 18살이다.


Q10. 네?

A10.  …. 네. 18살입니다.


Q11. 아니 그렇게 어린데 저렇게 많은걸 하신다구요? 말이 되나요?

A11.  아니 어쩌다보니 그렇게 됐다. 인생은 하고싶은거 하면서, 살아가고 싶은 방향대로 살아야 한다.


Q12. 18살이면 지금 고등학생인가?

A12.  그렇다. 아직 급식 먹는다.


이렇게 보니 영락없는 고등학생이다. 파릇파릇 귀엽다.

Q13. 와… 멋있다. 믿기지가 않는다. 그러면 이번에는 학생다운 소개를 부탁한다.

A13.  대구 소프트웨어 고등학교의 2학년 학생이고, 임베디드 과를 다니고 있는 여동엽이다. 잘 부탁한다.


Q14. 그래, 이러니까 좀 학생같다는게 믿겨진다. 처음으로 남들과는 다른 길을 걷게 된 계기가 있을 것 아닌가?

A14.  처음에는 돈을 보고 시작했다. 그런데 여러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돈만 좇아서는 돈을 벌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남들과 함께하며 같이 살아갈 수 있는 방향을 찾게 되었다. 혼자서는 절대로 잘 될 수 없다는걸 느꼈다.


Q15. 처음으로 그런 비범한 일을 벌인 게 언제인가?

A15.  중학생때 처음으로 게임 개발자로 일을 했었다. 프리랜서 개발자로.


Q16. … 이제는 놀랍지도 않다.

A16.  돈은 얼마 못 벌었다.


Q17. 중학생때 이미 1인분 하는 개발자 실력을 갖췄다는 뜻이 아닌가.

A17.  아니다. 중학교때는 잠을 줄여서 노력을 했을 뿐이다. 남들이 한 시간만에 만들 코드를 두 시간 걸려서 짜고. 학교에서 자고, 집에 와서는 코딩하고.


Q18. 그런데 이게 너무 진짜 겸손하신 것 같다. 코딩교육 난리이지 않은가. 코딩교육을 아무리 해도 그렇게 되기는 힘들것 같은데, 비결이 있나? 처음 코딩한게 언젠가?

A18.  코딩은 중2때 처음 시작했다. 컴퓨터 보안쪽으로 공부를 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게임에 관심이 생겨서 넘어오게 되었다.


Q19. 중2때 처음 개발공부를 시작하고, 중3때 프리랜서 개발자로 일을 하셨다… 천재세요?

A19.  아.. 아니다. 절실함을 가지고 노력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Q20. 그 정도 실력이면 마이스터고 가서 배우는 과정이 성에 안 찼을 것 같은데.

A20.  마이스터고 가서는 또 다른 꿈을 가지게 되었다. 경영이라는.


Q21. 자. 잠시만요. IT 기술자 키우려고 만든 이과계열 마이스터고등학교에서 문과계열의 끝판왕인 경영을?

A21.  음, 좀 특이한 길을 걷고 있는 것 같다.


Q22. 코딩을 배우는 학교에서 어떻게 경영에 발을 들였나?

A22.  전문 교육을 받지는 않았는데, 고1때 서울에서 열리는 스타트업 교육이란 교육은 다 들었다. 페이스북 이노베이션, 디캠프, 기타 창업보육센터나 지원센터에서 하는 경영이나 투자관련 강연을 들었다. 카페에서 잠을 자고 라면을 먹으면서. 어머니는 호텔에서 숙박한 줄 아신다. 알았다면 절대로 못 하게 하셨을 것이다.


Q23. 근데 인터뷰하면 들키는거 아닌가?

A23.  어, 안 보시길 바란다.


스타트업 포럼에 참석한 여동엽님.


Q24. 고1때 갑자기 흥미가 생긴 이유는 무엇인가?

A24.  원래 하고싶은게 있으면 그걸 꼭 하고 사는 인생을 살아왔는데 마침 경영이 하고싶어졌다. 그래서 배우고 싶어졌다. 개발자가 새로운 기술을 보면 배우고 싶어지듯. 전문적인 지식은 없다. 가치관(철학)을 하나 만들고, 그 안에서 움직이는 편이다. 경영이든 코딩이든 마케팅이든. 요즘은 그 철학을 남들에게 전파하는 일을 같이 하고있다.


Q25. 너무 멋있다. 나는 그 나이때 수능특강 풀고 있었는데.

A25.  아 차라리 공부할 걸 그랬다.


Q26. 인생썰이 너무 대단해서 사실 회사 이야기는 안 들어도 될 것 같다. 중학교때도 비범하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A26.  조용히 살았다.


Q27. 중학생 신분으로 개발자로 활동한게 조용히 산 것인가?

A27.  ….


Q28. 고등학교 입학 이후의 행적은 많이 비범하지 않은가. 보통 학생들이 공부하고, 시험 준비하고. 마이스터고 친구들도 오늘 만나보니까 기술스택을 쌓는데 노력을 하고있지, 이렇게 외부나 사회, 경영에 관심있는 친구는 많지 않은 것 같았다. 학교생활도 좀 특이하게 하고 있는가?

A28.  그렇다. 많이. 마이스터고에서도 어느 분야던지 자기가 하고싶은 걸 할 수 있다는 느낌으로. 마른 땅에도 새싹은 자란다. 내가 어디있든간에 하고싶은걸 절실하게 하면 할 수 있다. 주변에 내가 있는 위치와 내가 있는 자리는 그걸 도와줄 뿐이지.


네이버 소프트웨어 에듀 컨퍼런스에서 강연 중인 여동엽님

Q29. 솔직히 말해봐요. 인생 2회차지?

A29.  어, 들켰다.


Q30. 선생님들하고 관계는 괜찮은가?

A30.  응원해주는 분들도 계시고, 걱정하는 분들도 계신다. 그런데 학교 밖에서 활동을 많이 하다 보니 양쪽 모두의 의견이 이해가 된다. 그런데 나는 안정된 길을 걷고 싶지는 않다. 힘든 길인 거 알고서 시작하기도 했고.


Q31. 약간 인생 매운맛으로 사는걸 좀 선호하는가?

A31.  그럴지도 모른다. 학교 안에서도 후배들이 나처럼 활동하는걸 도와주고 싶어서 특강을 두세번 했고, 후배들 컨퍼런스 참여하는 것도 지원해 줬다. 내가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았으니까, 그런식으로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 단계에 있다. 목표 같은걸 정하는 것도 도와주고 싶고. 돈도 벌어 봤으니까 이제 돈도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걸 알았고.


파이썬재단 플래카드 앞에서

Q32. 나중에 위인전 쓸때 나를 작가로 고용해달라.

A32.  …. 위인전에서 뵐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Q33. 사실 이렇게 어리고 다재다능한 친구가 철학을 가지고 세상을 위해서 노력하는게 쉽지가 않을 것 같다. 좀 놀랍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고. 그러면서 걱정도 되는데, 가족들은 응원하는 편인가?

A33.  하고 싶은대로 하라는 편이긴 한데 응원을 해 주려고 하신다. 가족들도 하고싶은거 하면서들 사시는 편이다. 아버지도 직업이 대여섯개는 되고, 어머니도 하고싶은 게 있으면 다 하시는 취향이라서 직장이 마음에 안 들면 때려치고 한 달 만에 새로운거 익혀서 다른 포지션으로 이직하시기도 하고. 내가 뭘 해도 이해해 주시는 편이다. 범죄만 저지르지 말아라.


Q34. 그러니까 소위 말하는 천재 집안이네?

A34.  어… 그런가? 동생은 천재가 확실한 것 같기는 한데.


Q35. 동생은 혹시 본인의 오빠가 천재라고 하고 다니지 않나?

A35.  욕만 안 하고 다니면 다행이다. 맛있는것도 많이 사줬는데. 휴대폰이랑 노트북도 사줬는데.


Q36. 어린 시기에 이렇게까지 열심히 사는 걸 보니 궁금해졌다. 꿈이 무엇인가?

A36.  다른 사람들에게 목표와 꿈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Q37. 혹시 평소에 명언 메모해두고 암기하나?

A37.  평소에 깊은 생각을 많이 하기는 한다.


Q38. 남들에게 어떤 목표를 주고 싶은지?

A38.  자기가 하고싶은걸 찾아서 노력하면 충분히 다 할 수 있다는. 목표는 있지만 구체적이지 않거나 방법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옆에서 몇마디 간단하게만 해 줘도 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기에.


Q39. 나한테도 목표 한 번 달라.

A39.  컨설팅을 한 번 받으라.


Q40. 와 이걸 광고를 이렇게 하시네

A40.  컨설팅을 희망하시는 분은 dongyeop@lukasit.kr 로 이메일 주시면 된다.


Q41. 오늘 파이콘은 왜 왔나?

A41.  원래 개발자였기 때문에 흥미도 있었고, 컨퍼런스에는 사람들을 만나러 다닌다.


Q42. 과거형인데 요즘은 개발 안 하나?

A42.  경영 하느라 개발을 안한다. 개발을 하고 싶다.


Q43. 지금 사업체를 세개나 하는데 그중에 가장 재밌는게 뭔가?

A43.  아무래도 내가 대표인 루카스 IT가 가장 재미있다. 고객의 니즈에 맞게 계속 변하고, 사회적 이슈에 따라서 주기적으로 조금씩 방향을 바꾸고. 뭔가 컨설팅이나 교육은 변화에 민감하기 때문에 그 변화를 직시하지 않으면 절대로 이어나갈 수 없는 사업체다. 재미가 있다. 좀 변태같나?


Q44. 그렇다.

A44.  ….


표정과 눈빛에서 소신이 흘러넘친다


Q45. 남들에게 꿈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는데, 지금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충분히 많은 사람들이 감동을 받을 것 같다. 혹시 동엽님처럼 되고 싶어하는 어린 친구가 있다면 어떤 말을 해 주고 싶은가?

A45.  저처럼 살지 마세요. 엄마 말 잘 들으세요. 저보다 잘 되세요. 저는 너무 힘들게 고생을 했기 때문에 걔네들은 저보다 더 높게 날아야 돼요. 그래서 후배들에게 계속 알려주고 컨퍼런스도 보내주고 하는 이유가, 다들 나보다 잘 되기를 바라기 때문에.


Q46. 18살인거 구라지?

A46.  ….


너무 유명해지시기 전에 사진을 같이 찍었다


Q47. 슬슬 분량이 넘쳐서 클로징을 들어가야 되는데, 솔직히 말해봐라. 질문하면 대답할 거리 아직 산더미처럼 쌓여 있지?

A47.  그렇다. 썰 풀게 많다.


Q48. 내가 만나본 사람 중에서 가장 인생 재밌게, 그리고 열심히 사는 것 같다.

A48.  이렇게 살면 재미가 있다. 하지만 힘드니까 추천은 하지 않는다.


Q49. 마지막으로 이 글을 보실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는가?

A49.  항상 사람으로부터 배울 것이 많다는걸 잊지 않기를 바란다. 나보다 위에 있던, 아래에 있던. 나는 노숙하시는 분들께도 배울게 정말 많다는걸 느꼈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 관계를 소중히 여기면서 살기를 바란다. 그리고 부모님께 효도하라. 집 나가면 고생한다.


Q50. 그건 경험에서 우러난건가?

A50.  노코멘트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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