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선우의 <유령의 마음으로>를 읽고
나는 끊임없이 생각하며 사는 타입이다.
피곤하다.
그리고 여기 '이 사람'도 끊임없이 생각을 하며 사는 타입 같다.
이 사람도 피곤해 보인다.
근데 같은 듯 보이는 나와 '이 사람' 사이에는 큰 차이점이 한 가지 있다.
나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생각을 하는 반면
이 사람은 글이 될 만한 생각을 한다는 점이다.
여기서 이 사람은
<유령의 마음으로>를 쓴 작가 임선우를 말한다.
그가 쓴 글을 보면 일상에서 얼마나 많은 생각을 하고 사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생각들은 너무나 매력적이다.
그래서 난 이 책에 빠져버릴 수밖에 없었다.
책을 단숨에 읽고 나는,
'나도, 언젠가 이런 매력적인 이야기를 위한 생각을 떠올리면 좋을 텐데'
하고 주절거려 보았다.
크큭
결국 이런 것들은 다 재능의 문제가 아니었던가?
<유령의 마음으로>는 8개의 단편으로 이뤄진 소설집이다.
-유령의 마음으로
-빛이 나지 않아요
-여름은 물빛처럼
-낯선 밤에 우리는
-집에 가서 자야지
-동면하는 남자
-알래스카는 아니지만
-커튼콜, 연장전, 라스트 팡
진짜 기발한 아이디어가 일상의 이야기에 녹아드니까
이거 뭐 헤어 나올 길이 도무지 보이지 않는다.
책을 거의 다 읽을 때 즈음에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떠올랐다.
내가 좋아라 하는 단편집은 거의 모두 하루키의 작품이기에
나로서는 그의 등장이 자연스러운 것이었지만
사실 그의 이야기만큼 임선우 작가의 이야기 또한 너무나 독특했다.
그런데 의아한 점은 이 소설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하기에는 우리의 삶과 너무나 닮아있다는 것이다.
꿈속에서나 그려질 법한 삶들이 소설에서는 실재의 일상인만큼
정말 언젠가 이런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겠다..라는 물음표가 떠오른다.
어쨌든 아무도 미래의 이야기를 모르는 것이기에 상상하기 나름일 뿐이다.
한 줄로 각 단편을 소개해보자면,
- 유령의 마음으로 -
= 나보다 더 내 감정을 잘 느끼는 유령이 갑자기 나타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
- 빛이 나지 않아요 -
= 해파리 좀비가 세상에 출현, 이후 바뀌어버린 인간 세계의 이야기
- 여름은 물빛처럼 -
= 나무로 변하고 있는 실연당한 남자와 일면식도 없는 여자가 일정기간 한 집에서 지내는 이야기
- 낯선 밤에 우리는 -
= 사이비 종교 전도자로 변한 친구와 우연히 마주친 주인공과 그 친구의 이야기
- 집에 가서 자야지 -
= 어느 날, 자신이 키우던 도마뱀이 없어진 후, 녀석을 찾기 위해 윗집 청년을 만난 후 벌어지는 이야기
- 동면하는 남자 -
= 생계를 위해 역할대행 알바를 하던 주인공이 받은 천만 원짜리 요구에 대한 이야기
- 알래스카는 아니지만 -
= 자기 집 고양이를 물어 죽인 들개에게 복수하려는 주인공의 이야기
- 커튼콜, 연장전, 라스트 팡 -
= 갑자기 죽음을 맞이한 주인공이 사후로 가기 전 주어진 100시간의 이승 나들이에서 만난 유령들과
교감하는 이야기
읽고 싶은 유혹을 느끼기에 충분한 소재들이다.
신선해서 궁금하다.
신선해서 새롭다.
세상 모든 책 속에 그저 그런 이야기가 어디에 있겠냐마는,
그래도 좀 더 나의 인생과는 다른 그림이 그려지는 책을 읽고 싶다면!
이 책이 정답이 되어줄 수 있다.
임선우의 <유령의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