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숲>을 읽고
내 하루의 풍경이 '살아있다'는 느낌을
뚜렷하게 받는 날이 있습니다.
이런 날에는 기분은 평소보다 조금 더 가볍고,
불어오는 바람이 원래의 그 온도보다 조금 더 시원하게 느껴져 기분이 좋아지고는 합니다.
저는 오늘따라 파도소리가 유난히 시원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매일 듣는 것인데도 다가오는 느낌이 달랐습니다.
왠지 좋은 하루가 될 것 같습니다.
가볍고 시원한 바다의 소리는 계속해서
제 귓가에 머물러 있었고,
그러다가 이따금 부는 바다바람에서
파란 바다의 비릿내음이 났습니다.
바다의 중간 그 언저리에서 생겨난 바람이
제 코 끝에 바다를 가져다주고 싶었나봐요.
이런 생각을 하는 이 순간 바다의 소리가
더욱 또렷하게 들려옵니다.
오늘따라 바다는 유난히 파랗습니다.
왠지 좋은 하루가 될 것 같습니다.
바다와 관련된 책은 많습니다.
보통 해양과학도서라고 불리기도 하고
해양도서라고 불리기도하죠.
대개는 해양생물을 소개한 책,
혹은 바다의 생태를 기록한 책이 많아요.
하지만 최근에는 지구와 해양이
얼마나 큰 위험에 놓여있는지,
지구를 살리는데에
바다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등의
지구적 문제를 제시하는
환경도서들이 많은 것 같아요.
여러 환경도서를 읽던 중 저는 다른 책과는
사뭇 다른 내용이 담긴, 사랑스럽고 독특한 이 책을,
바로 <바다의 숲>이라는 책을 발견했습니다.
이 책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자면
삶에 지친 작가가 고향인 케이프타운으로
쉼을 위해 갑니다.
그리고 이 주인공은 1년 365일 앞 바다에 나가
잠수를 하기 시작합니다.
어릴 적 추억으로 남아있던 하나의 기억을 꺼내어
삶의 힐링 방법으로 채택한 것이죠.
그는 여름이건 겨울이건 상관없이 바다로 나갑니다.
바다는
어느 날에는 기절할 만큼 춥고
또 어느 날은 물고기들이 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따뜻합니다.
매일이 다르고 다채롭고 다변하는 바다 속임을
주인공은 깨달아갑니다.
그러다가 문어를 만납니다.
그의 친구가 되어줄, 완전하게 그를 신뢰하는 문어를 주인공은 만나게됩니다.
문어와의 첫 만남 이후 그는 이
신비로운 생명체를 만나기 위해 매일 바다에서
문어를 찾았습니다.
어떤 때는 일주일이 넘게 허탕을 칠 때도 있었지만
그는 실망하지 않습니다.
계속해서 꾸준히 매일을 문어를 찾기 위해
바다에 몸을 담갔습니다.
그리고 그는 마침내 문어를 만나게 됩니다.
포기만 하지 않으면 다 통하나봅니다.
그 둘은 서로의 하루를 행복으로 물들여주었습니다.
사실 의인화를 제거하면 문어가 그 때문에 행복한지 어쩐지는 모르지만
문어의 예상 밖 행동은 '문어'가 안정되고 행복하다고 느끼게 해주기에 충분하다고 생각됩니다.
인생의 이런저런 굴곡으로 인해 힘들어하던 주인공은
문어를 통해 삶의 환희와 목적을 찾게되었습니다.
동시에 인간이 자신이 얼마나 아무것도 아님을, 하찮은 존재임을 자각하게 되죠.
야생의 시간 속에 빠져든 그 둘 앞에 아무런 위험은
없었을까요?
사람의 생, 즉 인생에서도 정말 무궁무진한 위험이
여기저기에서 튀어나오는데
인생과 동물의 생이 합쳐졌을 때는
그 위험이 더욱 배가 되지 않았을까요?
하지만 만약이 위험이 있다한들 (오직 인간들의 피셜이지만, 표현을 빌려보자면) '생태계 피라미드의 제일 꼭대기'에 있는 인간이 그 아래 어디쯤에 있는 문어 한 마리를 지키는 데에는 아무 문제가 없지 않았을까요?
그러나 과연 인간은 야생의 문어를 지키기 위해 그들만의 생존법칙에 참견할 권리가 있을까요?
이 모든 질문을 하게 만드는 책입니다.
이 책은 우리에게
직접적으로 이래라 저래라 '이런 부분은 지향해야하고, 이런 부분은 지양해야한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해양생물이 얼마나 중요한지,
나아가 이 지구상의 모든 생명의 존재가
얼마나 경이로운지,
모든 생명은 저마다의 존재 목적이 있고 그 목적은 얼마나 가치가 있는 것인지,
신뢰의 힘은 얼마나 강력한지,
인간이 얼마나 아무것도 아닌지,
또 어쩔때는 하찮기까지 한지,
우리 인간이 자연과 그 속에 담긴 생명들을 지배할 수 있는 권리가 언제부터 없었고, 지금도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인지,
그리고 권리에 대한 그 답은 '처음부터 없었다'는 것을 사람과 문어의 교감을 통해 우리에게 말해줍니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문어가 똑똑한 생명체라는 것을요.
하지만 이렇게까지 똑똑한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책을 읽는 중간, 어느 지점에서부터 저는
자괴감이 들었고, 마음이 먹먹해졌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리고 인간에 대한 혐오감과 동시에
인간 이외의 모든 생명체에 대한 경이로움이
케이프 타운의 파도만큼 크게 저를 덮쳐오는 것을
느꼈습니다.
케이프 타운과 바다 속의 풍경이 고스란히 담긴 사진과 글이 함께 실려있는 책입니다.
무겁지않고 진지하지 않은 분위기를 풍기는 책이지만
책을 읽는 우리는 자발적으로 진지해지길 원하고
진중해지길 원합니다.
모든 사람들에게 권합니다.
바다를 동물을 생명을 사랑하는 그대들에게는
특히나 추천합니다.
*
덧댐말
이 책은 넷플릭스의 <나의문어선생님>이라는 다큐를 책으로 쓴 것입니다.
둘 다 읽고 보면.. 으앙... 그들의 바다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